美 기밀 문건 유출에 당혹스러운 동맹국들…"내용 사실 아니다"

이스라엘·프랑스, 문건 내용 부인… NYT "미국 비밀 유지 능력에 의구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FPBBNews=뉴스1

미국이 감청을 통해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는 동맹국의 기밀 정보가 유출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이스라엘과 프랑스 등은 유출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며 사태 진화에 나서고 있다.

9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 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유출된 미국 문건 가운데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직원과 시민들에게 정부의 사법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 참여를 촉구했다는 내용은 허위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하룻밤 새 미국 언론에 보도된 이 문건은 전혀 근거 없는 거짓 내용"이라며 "모사드와 모사드의 고위 관리들은 정부에 반대하는 정치적 활동에 참여하도록 기관 직원들을 독려한 적 없다. 이번 (사법 개혁 반대) 시위 문제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모사드는 설립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국가에 대한 봉사라는 가치에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프랑스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자국 군인이 있다는 문건 내용을 부인했다. 유출 문건에는 프랑스와 미국, 영국, 라트비아 등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에서 파견된 100명 미만의 특수작전 요원들이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국방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에서 작전 중인 프랑스군은 없다"며 "유출된 문건은 프랑스군에서 나온 내용이 아니며, 출처가 불확실한 문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외신들은 유출된 문건의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프랑스 등 나토 회원국은 이를 부인할 수밖에 없다는 게 상식적이라고 짚었다. 우크라이나의 전쟁 노력을 지원하는 자국 요원이 전장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러시아에 대한 대리전쟁을 수행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어서다.

프랑스와 이스라엘뿐 아니라 한국 등 다른 동맹국들과 관련한 문건이 다량 유출돼 미국 정부의 감청 의혹을 둘러싼 파문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NYT는 "유출 문건들은 미국이 러시아뿐 아니라 다른 동맹국에 대해서도 첩보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며 "이미 동맹국들과의 관계는 복잡해졌고, 미국의 비밀 유지 능력에 대한 의구심마저 자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은 국방부의 요청에 따라 문서 유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SNS에서 유포되고 있는 민감하고 극비인 자료가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 사진 문서의 유효성을 계속 검토하고 평가하고 있다"며 "미국의 국가 안보와 동맹국 및 파트너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기관 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