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지사의 사상 첫 분도 추진…정작 북부에선 정치적 ‘저울질’

이상호 기자 2023. 4. 1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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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지사 공약으로 분도 추진은 처음
일부 자치단체장은 촉구 ‘결의문’에서 빠져
도청 소재지 어디에 등 북부 안에서 이견

경기도가 최근 한강을 기준으로 경기도를 나눠 두 개의 지방정부로 만드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계획 청사진을 내놨다. 차기 지방정부가 시작되는 2026년 7월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출범시키겠다는 것이다.

경기도지사의 사상 첫 경기분도 정책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다. 경기도 내 총 31개 시·군 가운데 북부지역 10개 자치단체를 따로 분리하자는 경기분도론은 1987년 대선에서 처음 나왔다. 이후 선거철마다 등장했지만 선거가 끝나면 흐지부지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기도지사가 분도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 과거와 다르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경계. 경기도 제공

역대 경기도지사들은 ‘신중론’ ‘시기상조론’ 등으로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그 바탕에는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 약화할 수 있는 분도에 대한 정치적 셈법이 작용했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김 지사는 경기분도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에게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건의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건의서에서 “(경기분도는) 경기북부의 발전뿐 아니라 경기북도가 가진 자연생태계를 우리의 경쟁력으로 살릴 때 대한민국 전체 경제성장률도 올릴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김 지사의 뜻대로 경기북부 10개 자치단체가 특별자치도로 출범하면 북부 인구는 360여만명에 이른다. 이는 경기남도(1036만명)와 서울(943만명)에 이어 전국 3위 규모의 광역자치단체가 된다.

경기북부는 휴전선과 인접하고 한강 상류지역이란 지리적 특성으로 군사시설보호법, 그린벨트, 수도권정비계획법, 상수원보호법 등 다수의 중첩 규제를 받아 남부보다 주거 환경이나 경제규모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이다.

고양시를 제외한 경기도내 자치단체 대부분은 전국 하위권의 재정자립도를 보이고 있다. 일자리나 교통, 의료, 교육환경 등도 모두 남부보다 뒤떨어져 있다. 이 때문에 경기북부 주민들은 “경기북부는 선장이 없는 배다” “자체 동력이 없는 바지선과 다를 바 없다”는 불만이 많았다. 경기북부의 지역 여건 및 특수성에 맞는 발전 전략을 수립하기보다는 남부 중심의 경기도 정책에 끌려가거나 묻어가는 모습이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철의원(경기 의정부시을)은 이런 경기북부의 숙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반대 의견도 있다. 북부의 자립 기반이 취약해 북부만 딴 살림을 할 경우 더 열악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경기도가 분도되면 북부지역 규제 완화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북부지역 내 정치권에서 엇박자가 나오면서 분도 실현에 회의적인 분위기도 커지고 있다. 경기북부지역 10개 자치단체장 가운데 일부 자치단체장은 ‘경기북부 특별자치도 설치를 촉구하는 결의문’에서 빠져있다. 규제 완화나 재정적 지원 약속이 선행돼야 한다는 이유다.

분도 이후 도청 소재지는 어디에 둘 것인지, 어느 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진행할 것인지 등 내부 다툼을 하는 모습도 있다. 남부에서도 일부 자치단체장들이 분도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북부지역 갈등과 정치적 저울질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분도 찬성 의견의 우세에도 불구하고 북부 도민의 관심과 참여를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김민철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내년 총선 전인 21대 국회에서 통과돼야 하는데 여야 정쟁으로 법안 심의가 지연돼 자동폐기되면 분도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수도권외 지역의 국회의원과 지자체의 반대 여론도 변수다.

경기분도는 국회의원 입법 시 법률안 발의, 지방의회 의견청취 또는 주민투표, 국회 심의의결, 공포를 거쳐야 한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추진 민관합동추진위원회 강성종 위원장(신한대학교 총장)은 “경기북부특별 자치도 설치는 경기북부의 단순한 보상 차원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 자산을 담을 수 있는 항아리를 만드는 것으로 봐야 한다. 정치적 합의가 필요하겠지만 그런 항아리가 결국 만들어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상호 선임기자 sh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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