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CIA 도청에 “미국만 했을까···청사 부수고 다시 지어야”
“보안시스템도 못 갖추고 졸속 이전한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10일 미국 중앙정보국(CIA)가 한국 대통령실을 도청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국가안보에 심각한 문제”라며 윤석열 정부의 미온적 대처를 비판했다. 또 윤석열 정부가 도청 방지 시스템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졸속으로 옮긴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관련 질의를 위한 국회 상임위원회 소집을 요구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CIA가 대통령실 고위 당국자들의 내부 논의를 도청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를 언급하며 “사실이라면 한국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와 대통령실을 미국이 일일이 감시하며 기밀을 파악했다는 점에서 우리 국가안보에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단호한 대응은커녕 ‘한·미 신뢰는 굳건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미국과 협의하겠다. 타국 사례를 검토해 대응하겠다’며 남의 다리 긁는 듯한 한가한 소리만 내뱉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대한민국 정부에 엄중히 요구한다. 즉각 미국 정부에 해당 보도의 진위와 기밀문건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요구하고 파악해서 우리 국민께 한 점 숨김없이 명명백백히 밝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실은 최근 외교·안보라인의 납득하기 힘든 줄사퇴도 미국의 도청과 관련이 있는지, 그리고 도청 정황을 이번 보도 전에는 전혀 파악하지 못했는지도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정보위원회, 국방위원회 소집을 요구했다.
이재명 대표도 회의에서 “모든 내용이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사실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된다”며 “일국의 대통령실이 도청에 뚫린다고 하는 것도 황당무계한 일이지만 동맹국가의 대통령 집무실을 도청한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객관적인 내용을 정확하게 확인해 가면서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민주당 및 무소속 국회 국방위·외통위·정보위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최고의 정보기관이 불법 스파이 활동을 우리나라와 같은 동맹국을 대상으로 자행해 온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우리 정부의 단호한 대응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안보의 최전선인 대통령실이 보안 시스템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이라며 “아무런 마스터플랜 없이 대통령실을 국방부로 옮기겠다고 나설 때, 급하게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시스템을 꾸리고 보안 조치를 소홀히 하여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은 아닌지 명백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병기 민주당 의원은 “청와대에서는 감청이 가능한 곳이 미국 대사관밖에 없었는데 대 도청(도청 방지) 장비를 설치해서 (도·감청이) 최소화됐을 것”이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기간은 대 도청 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또 (대통령실) 옆 건물이 미군 부대인데 감청장비가 당연히 있을 것이고 그 장비를 우리 정보기관에서 통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국방위·외통위·정보위 간사는 각 상임위 국민의힘 간사에게 전체회의 개최를 요구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부랴부랴 옮긴다고 했을 때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제가 던진 첫 질문이 ‘도청’문제였다”면서 “당시 현장을 방문해 보니 도떼기시장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온갖 자재들이 널부러져 있고 검증되지 않은 인력들이 자유롭게 왕래하고 있었다. 미군 부대는 담 하나로 붙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유수의 정보기관원이 이런 절호의 기회에 도청 장비를 설치하려고 시도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로 처벌받는다”면서 “미국만 도청했을까요? 진짜 심각한 문제는 도대체 어떤 나라에 어떤 정보까지 뚫렸는지 전혀 모른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대책? 옆 건물 미군 부대 이전하고, 청사 모두 부수고 다시 짓는 것 이외에는 없다”면서 “전 정부 탓만 하지 말고 말 좀 듣지···”라고 주장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의에서 “미국의 불법도감청은 대한민국에 심대한 주권침해를 버젓이 자행한 중대사태”라며 정부의 대응에 대해 “한마디로 미국 눈치 보기부터 한 모양새”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익을 포기하려고 작정한 것이 아니라면 안보 구멍이 숭숭 뚫린 대통령실에서 무슨 외교전략을 짜겠다는 것이냐”며 “한·미 정상회담 성사에 목매고 미국에 한 마디도 못 한 채 어물쩍 넘기려 한다면 주권국가 대통령 자격상실”이라고 말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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