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도 감산 돌입…향후 관전 포인트는
기사내용 요약
감산 규모는 "최대 20%, 조기 반등 기대감'
감산 효과는 "3분기 반등하나 완만한 개선"
감산 이후는 "원가 우위로 격차 확대 주목"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공식 선언하며 시장에 미칠 파급력에 관심이 쏠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올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며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업체로 D램 제품의 경우 점유율 45.1%(지난해 4분기)로 시장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아직 감산 대상과 규모 등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시장은 삼성전자의 감산 결정만으로도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감산 규모는…D램 범용제품, 최대 20%에 달할 수도
감산은 실적 감소 폭이 컸던 D램 품목 위주로 진행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D램 제품이 수량과 판매가격 측면에서 실적 방어에 어려움이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메모리 업계에서 예상했던 것과 정반대 상황이다.
특히 DDR4 제품은 현재 공급 과잉뿐 아니라 차세대 D램 규격인 DDR5로 세대교체가 진행되면서 바닥 모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1Gb×8)의 가격은 지난 2021년 9월 4.10달러에서, 올해 1분기(1~3월) 1.81달러로 55.9% 하락했고 오는 2분기(4~6월)에도 추가 하락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화성캠퍼스에서 주로 생산하는 범용제품인 DDR4에서 생산 감소 효과 집중될 수 있다. 앞으로 구체적인 공급 축소 계획은 삼성전자가 이달 말 발표 예정인 콘퍼런스콜(전화회의) 방식의 실적 발표를 통해 공개한다.
일각에서는 업계 1위 삼성전자가 생산 조절에 들어간 만큼 경쟁 업체들도 추가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미국의 마이크론은 지난해 9월부터 20% 감산을 선언했고, SK하이닉스도 비수익성 제품 위주로 생산을 줄이고 있지만 수요 회복이 더딘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삼성전자의 무(無)감산 기조는 이미 지난해부터 감산을 진행 중인 경쟁 업체들이 감산 폭을 확대하는 데 부담감이 컸다. 한번 경쟁에서 밀리면 회복이 어렵기 때문이다.
고객으로서도 업계 공급축소에 대응해 재고를 늘리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 수요 회복을 앞당기는 셈이다.
감산 효과는…업황 3분기 반등 기대에도 "완만할 듯"
올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재고량은 20주까지 불어나 적정보다 4~5배 많은 수준이다. D램의 경우 상위 3개 업체가 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이번 결정에 따른 시중 공급 축소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다만 급격한 상황 반전은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여전히 우세하다. 삼성전자가 무감산 기조를 고수하다가 '치킨게임' 직전 전략을 선회한 것은 그만큼 업계에 재고 부담이 높고, 적자 폭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삼성전자가 감산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수요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특히 D램 가격 반등은 연말에나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D램 가격은 2분기부터 낙폭이 줄어들 것"이라면서 "올해 하반기 공급량 조정은 수급이 균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원 KB증권 애널리스트도 "삼성전자 반도체 재고는 2분기 정점을 기록한 후 연말 근접할수록 재고 수준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상 수준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라며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수급은 'V'자형 보다는 완만한 개선 추세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감산 이후는…삼성전자 초격차 지킬 수 있을까
삼성전자는 최근까지 감산 대신 공격적인 판매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D램 시장 점유율은 45.1%로, 전 분기 40.7% 대비 4.4%p 확대됐다. 같은 기간 D램 업체 중 시장 점유율을 늘린 곳은 삼성전자뿐이다.
삼성전자가 가장 늦게 감산을 선택한 배경은 이처럼 높은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수익이 줄더라도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경쟁사가 생산 조절을 나서는 사이 생산능력을 확대해 격차를 벌리겠다는 계산이다.
위민복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는 높은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경쟁 업체 대비 원가 우위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업황 반등 시 업계 내 가장 큰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점유율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앞으로 관건이다. 마이크론은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우리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낮춰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차세대 DDR5를 둘러싼 D램 업계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누가 실리를 챙겼을지도 주목받는다. 차세대 D램 경쟁은 누가 안정적인 생산능력을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 반도체는 세대가 높아질수록 제조 기술이 미세화되면서 생산이 어렵고, 수율(결함 없는 합격품의 비율) 안정화가 까다로운 측면이 강하다. DDR5의 경우 칩 한 개 크기가 기존 DDR4 제품보다 15~20% 가량 더 커서 생산 제약의 원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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