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공장이 돌아왔다”... 제조시설 건설비, 작년에만 142조원
“지난해 미국 공장의 생산량은 증가했다. 하지만 공장 자체보다 더 빠른 속도로 생산된 제품은 없다.”
미국 곳곳에서 제조업 공장이 건설이 한창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번진 해외 공급망 혼란에 대한 우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자동차와 반도체 사업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제조 관련 공장 건설이 늘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 시각) “도시 중심부는 물론 시골 들판 등지에 새로운 공장이 들어서고 있다”며 “안경, 자전거, 보디빌딩 보조제를 제조하기 위해 저비용 국가에만 의존하던 회사들이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미국 내 제조 관련 시설에 들어간 건설 비용은 1080억 달러(약 142조4700억원)에 이른다. 이는 학교, 의료 센터, 사무실 건물을 짓는 데 들어간 비용보다 많다. 전년도 제조 관련 시설에 투입된 건설 비용(788억7000만달러)보다 291억3000만달러 많고 역대 최고치였던 2015년 830억4000만달러보다도 248억6000만달러 많다.
미국 경제는 제조업에 힘입어 성장했다. 미국의 제조 생산능력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2001년 전까지만 해도 매년 약 4% 성장했다. 하지만 2001년 미국 제조생산지수는 126.6을 기록한 뒤 이듬해인 2002년 128.4로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2년 제조생산지수는 128.2로 이 역시 전년(127.5)보다 0.5% 증가하면서 정체돼 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와 반도체 육성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면서 제조업 공장 건설만큼은 힘을 받고 있다. 기업들은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공급망 혼란을 경험했기에 미국 내 제조 공장 건설을 선호한다. 제품이 제조되고 판매되기까지 거리를 단축할 수 있고 변화하는 소비자 수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으며 탄소 배출량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덴마크 장난감 제조업체 레고는 지금까지 멕시코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어 북미에 판매해왔다. 하지만 레고는 지난해 6월, 10억 달러를 투입해 미국 버지니아주에 공장을 건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레고는 비용 절감을 위해 지난 2006년 미국 코네티컷 공장을 폐쇄했으나, 공급망 중단을 막고 제품 운송 거리를 단축하기 위해 미국에 다시 공장을 짓기로 했다.
미국 테네시에 기반을 둔 영양보충제 회사인 ‘비레오 시스템즈’도 미국에 공장을 짓기로 했다. 비레오 시스템즈는 운동선수들이 주로 섭취하는 에너지 강화 천연 화합물인 크레아틴과 같은 핵심 성분을 중국에서 제조, 수입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공급망이 중단된 뒤 이 회사는 미국 네브래스카에 공장을 짓기로 했다. 비레오 시스템즈는 미국 공장 인근에서 조달된 재료로 크레아틴을 만들어 월마트에서 유통할 예정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둔 안경 공급업체인 ‘제니 옵티컬’ 역시 미국으로 돌아왔다. 제니 옵티컬은 지난 20년 동안 중국에 제조 시설을 운영했다. 그러다 지난 5월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근처에 첫 미국 공장을 열었다. 이 회사의 미국 제조 이사인 롭 테이트는 WSJ에 “새로운 공장 덕분에 고객이 주문한 후 48시간 이내에 안경을 배송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약 1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이 공장에선 하루에 2000개의 안경을 생산한다.
중국과 터키에 공장을 운영 중인 양말 제조업체 ‘퓨처스티치’는 지난해 캘리포니아주에 새 공장을 건설했다. 퓨처스티치 CEO는 WSJ에 “소매업체는 과도한 재고를 보유하는 것을 꺼린다”며 “미국에 공장을 두면 신속하게 재고를 보충할 수 있어 재고 관리에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퓨처스티치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면서 미국에 공장을 추가할 예정이다.
미국 내 공장 건설이 이어지면서 제조 인력 부족은 또 다른 문제로 부상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미국 제조업 고용은 민간 부문의 약 10%를 차지한다. 지난 2년 동안 제조업 분야에서만 80만명을 추가로 고용했다. WSJ는 “하지만 여전히 80만명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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