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미래 서명진, 천재 이정현 넘어설까?

김종수 2023. 4. 1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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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잘하고 있지만 늘 한걸음 먼저 앞서 걸어가는 상대’, 프로의 세계에서 자신보다 뛰어난 또래의 존재는 선수 성장에 여러 가지 영향을 끼친다. 넘어서기 힘든 벽같은 느낌을 받고 자칫 좌절감에 상승세가 끊어지며 포기하는 경우가 있는가하면 끝까지 뛰어넘기 위해 이를 악물며 발전하는 케이스도 존재한다.


울산 현대모비스의 미래로 불리는 서명진(23‧189.7cm) 또한 그러한 갈림길에 서있는 모습이다. 현재 6강 플레이오프에서 맞붙고 있는 고양 캐롯의 프로 2년차 듀얼가드 이정현(23‧187cm)은 그와 같은 1999년생이다. 아마 시절부터 동나이대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았던 이정현은 대학행을 선택하고 연세대 졸업 후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다.


반면 서명진은 부상중앙고 줄업 후 일찌감치 프로행을 결정지었다. 고졸임에도 높은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2018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3순위라는 높은 순위로 현대모비스 유니폼을 입었다. 어찌보면 서명진의 이른 선택은 자신의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측면이 많다는 분석이다.


아마농구 전문가로 유명한 농구 블로거 윤순용(43‧경기도)씨는 “이정현같은 경우 대학, 얼리 어느 쪽을 선택했어도 동나이대 최고 가드라는 부분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반면 서명진은 당시 각 대학의 쟁쟁한 선배들을 감안했을 때 저학년 시절부터 출장시간을 보장받으며 꾸준히 뛸 수 있었을까 하는 부분에서 장담하기 힘들다. 외려 양동근의 후계자가 필요했던 현대모비스에서 체계적으로 잘 성장한 부분이 크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정현이 프로에 입성할 무렵 서명진은 또래들보다 많은 경험을 쌓아놓은 상태였고 아아마 시절과는 다른 양상이 펼쳐질 수도 있을 것이다는 예상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정현은 이정현이었다. 서명진은 충분히 잘 크고 있었고 동나이대 상당수 선수들보다 앞서가고 있는 상태였다.


문제는 이정현의 재능은 이런저런 요소가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 만큼 압도적이라는 사실이다. 타고난 듯한 BQ에 피나는 노력을 통해 탄탄한 몸과 기술을 겸비하게 됐고 승부사 근성까지 돋보이는지라 신인 시절부터 ‘될성부른 떡잎’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전성현(32‧188.6cm)이 빠진 캐롯의 공격을 디드릭 로슨(25‧201cm)과 함께 이끌며 이제는 한팀의 간판스타로 불려도 손색이 없음을 입증했다. ‘재능의 싹이 다르다’는 극찬이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서명진은 현대모비스에서 적지않은 출장기회를 보장받으며 매시즌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지난 시즌부터는 두자릿수 평균 득점을 기록하며 팀내에서 입지를 굳혀가는 모습이다. 포지션대비 좋은 사이즈에 잘 달리고 슛 좋은 장신가드로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서명진 나이에 프로에서 벌써 5시즌을 소화하며 204경기를 뛴 선수는 많지않다. 이정현과는 정규시즌 기준으로 100경기나 차이가 난다.


하지만 기대치가 큰 탓인지 아쉬운 플레이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현대모비스 팬들이 서명진에게 바라는 모습은 '양동근의 후계자'다. 때문에 포인트가드로서의 성장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데 시야와 안정감, 게임조립 능력 등에서 적지 않은 혹평을 받고있다. 답답하다는 의미에서의 '동맥경화'에 더해 큰 경기에서 결정적인 실책을 저질러서 한강에 갔다왔다는 의미로 '한강'이라는 별명이 생기기도 했다.

 

 


시즌초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섞인 시선도 받았으나 중반 이후 다시금 상승세를 타며 예전의 기대주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혹독했던 시절을 겪고 반등에 성공한지라 향후 발전 가능성에 대한 기대치도 올라간 상태다. 여기에는 서명진에 대한 사용법이 달라진 점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서명진은 개인 능력은 좋은 편이지만 아직까지 동료들을 살려주는 플레이에는 미숙한 모습이 많다. 더욱이 볼 핸들링이 좋지 못해 상대가 강하게 압박하면 실책을 남발하는 등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올해는 아시아쿼터제를 통해 팀에 합류한 필리핀 포인트가드 론제이 아바리엔토스(23‧178cm)가 있다.


아바리엔토스가 야전사령관 역할을 든든히 해줌으로 인해 서명진은 일단 큰짐을 벗게 됐다. 주로 2번에서 자신이 잘하는 공격과 보조리딩에 집중하고 있다. 1번으로 코트에 나서더라도 긴시간을 가져가지않으며 무엇보다 아바리엔토스가 뒤를 받치고 있기에 부담이 없다. 살아난 자신감만큼이나 공수에서의 높은 에너지레벨을 통해 팀에 공헌중이다.


이정현이 워낙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어서 그렇지 6강 플레이오프에서의 활약도 나쁘지 않다. 1차전(18득점, 4리바운드, 5어시스트), 2차전(16득점, 7리바운드, 4어시스트), 3차전(15득점, 6리바운드, 3어시스트), 4차전(18득점, 2리바운드, 3어시스트)에 걸쳐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득점력 부분에서는 팀내에서 가장 안정된 페이스를 가져가고 있다고봐도 무리가 없다.


어찌보면 서명진은 팀내 레전드 양동근이 걸어왔던 길을 비슷하게 따라가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지적받고있는 여러 단점은 양동근 역시 커리어 초창기에 고생했던 부분이다. 리딩능력이 빼어난 외국인선수 고 크리스 윌리엄스와 함께하며 부족한 부분을 커버했고 거기에 더해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서명진 역시 아바리엔토스와 같이 뛰며 게임 리딩에 대한 부담감을 덜고 자신이 잘하는 플레이 위주로 신바람을 내고 있다. 하지만 양동근이 그랬듯 거기서 그치지 말고 옆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며 성장의 원동력으로 만들어야만 팀내 입지를 더욱 확고하게 다질 수 있을 것이다.


이정현과의 구도도 그렇다. 양동근은 고등학교 시절까지 또래들 중 압도적인 ‘천재’로 불리던 옥범준과 차이가 컸다. 당시만 봤을 때는 ‘양동근이 옥범준을 뛰어넘어 KBL레전드가 될 것이다’고 예상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프로무대에서 양동근은 옥범준이 문제가 아닌 동시대 가드중 최고로 명성을 떨쳤고 현재는 역대급 중 한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명진 역시 그러지말란 법도 없다. 아직까지는 이정현이 가진 엄청난 재능의 벽이 높아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본인 또한 꾸준히 발전을 거듭한다면 언젠가는 대등 혹은 능가라는 평가가 찾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플레이오프 등 큰 무대에서 ‘이긴다’는 의미는 개인 기록보다 팀 승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5차전 벼랑끝 승부에서 서명진이 맹활약을 펼치며 현대모비스 4강진출의 주역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문복주 기자,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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