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NSA, 동맹·적성국 가리지 않는 가공할 무선감청시스템[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NSA 슈퍼컴퓨터 활용, 소형 감청용 안테나· 감청 시스템으로 무선감청
NSA 컴퓨터 네트워크 작전(CNO),애셜론(ECHELON) 프로젝트도 가동
■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미국 정보기관들이 한국 등 동맹국의 극비 대화 동향등을 쥐도새도 모르게 감청해온 정황이 담긴 기밀문건이 유출되면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등 정부 대응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미국의 감청 정보 수집기관인 NSA(국가안전보장국) 등이 어떤 방식으로 통신 감청을 하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통령실을 비롯한 군·정보 당국은 그동안 도청을 막기 위해 ‘보안기능 탑재’ 일명 ‘비화(秘話)폰’을 2G 폴더폰을 스마트폰으로 교체하는 도청 방지에 심혈을 기울여왔지만 속수무책으로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미 정보기관이 생산,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출된 기밀문서 100여건 중 최소 2건의 문건에 용산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이 감청한 정황이 포착됐으며 이 중 한 문건에 당국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화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지원을 압박할 것을 우려해 대책을 마련하는 듯한 내용이 담겼다고 보고했다. NYT는 "(해당 문건은) 이 정보가 전화와 메시지 등 통신감청을 뜻하는 신호정보(SIGINT)를 통해 나온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 통신·감청 관련 전문가들은 NSA가 거대한 슈퍼컴퓨터를 활용, 소형 감청용 안테나와 감청 시스템을 갖춘 ‘스테이트룸 작전(Operation Stateroom)’으로 알려진 ‘무선통신감청’ 전파수집시스템을 이용해 무선통신을 감청해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밖에 정찰위성 또는 미 공군 감청 정찰기 RC-135W ‘리벳 조인트’를 활용하는 방식도 있으나 위성과 정찰기를 활용하는 것은 사용 시간대 등에서 한계가 있다. 창문에 레이저를 발신해 음성진동으로 통화내용을 분석하는 아날로그 방식도 거론되나 국방부 영내 용산 대통령실 극비 보안 시스템 등을 감안할 때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정보당국 판단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창문에 레이저를 쏘는 방식은 용산 대통령실의 보안 상태 등을 고려할 때 불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NSA ‘스테이트룸 작전’ 관련해 한철용(예비역 육군 소장) 전 대북감청부대장은 "미국 NSA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핸드폰을 사용할 경우, 인공위성 통해 인근 기지국으로 날아가는 전파 주파수를 포착해 감청하는 시스템을,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캐치하는 감청시스템으로 미국이 가장 앞서 있으며 러시아 중국 등이 뒤를 따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창문에 레이저를 쏘아 음성진동 파악하는 아날로그 방식은 요즘 정보기관이 쓰지 않는다"며 "비화폰을 쓰더라도 NSA는 암호를 풀 능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NSA 직원은 3만8000명으로는 한국에 거점인 SUSLAK(Special U.S. Liaison Advisor-Korea)를 갖춰 놓고 있다. SUSLAK는 한국의 통신감청 부대 777부대에 자금과 첨단 감청장비를 제공하고 북한에서 획득되는 신호정보를 함께 분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등 전문가들은 NSA등 미국 정보기관이 사용하는 전파 수집 시스템은 5000㎞ 이내의 전파를 수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전파 정보 수집 기지는 한국, 일본, 영국, 독일, 호주 등 세계 주요 우방국 대부분에 설치돼 적성국뿐 아니라 동맹국의 활동도 감시하는 임무를 수행하며 손바닥 들여다보듯 한다는 것이다.
1960년대 미국이 일본과 서독 등 주요 우방국에 설치한 울렌웨버(Wullenweber) 시스템이나 AN/FLR-12 시스템이 대표적이며, 이들 시스템은 거대한 코끼리 우리, 혹은 거대한 천체 관측소처럼 생겼는데, 여기에 설치된 안테나들은 저주파는 물론 초단파(VHF)나 극초단파(UHF)를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여 데이터를 분석한다.
미국의 전파 정보 수집 기지는 한국은 물론 일본, 영국, 독일, 호주 등 세계 주요 우방국 대부분에 설치돼 적성국뿐 아니라 동맹국의 활동도 감시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2010년대 이후 미국은 거대한 덩치 때문에 그 존재가 드러나는 대규모 통신소 대신, 소형 안테나를 이용해 정보 수집 대상의 지근거리에서 감청작전을 수행하는 것은 물론, 21세기 초부터 급속도로 확산된 인터넷 통신 내역을 전부 들여다볼 수 있는 새로운 감청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 ‘스테이트룸 작전(Operation Stateroom)’은 2013년 NSA 출신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해 전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세계 각국은 자신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미국이 쥐도 새도 모르게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미국은 주요 국가들의 미국 대사관이나 영사관 건물은 물론, 미국 정보기관이 만든 위장회사가 입주한 건물 등에 소형 감청용 안테나와 감청 시스템을 구축해 근거리에서 정보를 수집했다. 이 시스템은 기존의 장거리 통신 감청 시스템이 수행한 것처럼 무선 통신을 감청하는 것은 물론, 지근거리의 건물 내에서 사람들이 주고받는 대화까지도 감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일우 사무국장은 무선 감청과 더불어 스테이트룸의 또 다른 핵심 활동이 전 세계의 데이터 네트워크 장악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은 세계 20개 주요 지점에 핵심 기지를 설치하고 대륙간 초고속 광케이블망을 오가는 모든 인터넷 데이터를 수집하는 등 대상 국가의 온라인 정보 이동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감시한다는 것이다. NSA는 컴퓨터 네트워크 작전(CNO·Computer Network Operations)이라는 명칭으로 전 세계 20개국의 핵심기지, 80개 지역의 특수수집부(Special Collection Service), 52개 지역 기지를 두고 광범위한 정보 수집 활동을 수행해 왔다. 이른바 애셜론(ECHELON) 프로젝트는 NSA가 주도한 글로벌 감시정찰 활동의 일부에 불과할 정도로 미국의 정보수집 범위와 능력은 가공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미군은 북한을 감시하기 위해 한반도로 날아오는 미 공군의 통신감청 정찰기 RC-135V를 비롯, 주한미군의 RC-12X 신호정보수집기 등 다양한 유·무인 정찰기 등을 동원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미국 국가지구공간정보국(NGA)을 비롯한 정보기관들은 지난해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수개월 동안 자체 정찰위성과 민간위성을 동원해 북한 전역을 샅샅이 정찰, 영변 이외 지역 소재 핵시설들을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낙엽이 지는 가을이나 눈이 쌓이는 겨울철에는 북한이 숨겨둔 시설이 위성사진에 더욱 잘 드러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입시 비리’ 정경심 전 교수, 2년간 영치금 최소 수천만원 받았다
- 홍준표, “정치 초보 뽑아 놓고 노련한 대화하란 건 넌센스”, 유시민 “영부인 인스타용 사진만
- “감히 나랑 같은 숍을 다녀?”…이혜성, 아나운서 선배 갑질 폭로
- 박수홍 아내 김다예 “억울해 죽고싶다, 그와 일면식 없어”
- 윤희숙 “헛발질과 같은편 조롱에 나라는 뒷전”...양곡법 찬성 여론 높은 건 與 탓
- [단독]김건희 여사 교생시절 학생 “음해시달리는 모습에 마음 아파한 친구들 많아”
- ‘왜 거기서 내렸을까’… 고속도로서 내렸다가 뒷차에 연달아 치여 숨진 승객 ‘미스터리’
- 가시방석 정청래…보좌관 출신 시의원 성비위 의혹에, 아들 학폭논란까지
- 이상민, 소개팅女 문자에 2주간 답장 안해
- 현미, 미국에서 잠든다…하춘화·설운도 등 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