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보고 온 마크롱 "미·중 휘말리지 말아야…달러 의존도 줄이자"

'전략적 자주권' 강조하며 '달러 패권'으로부터 독립도 주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일 (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약 1900km 떨어진 광둥성 광저우에 있는 광저우 성장 관저 정원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산책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미·중 대결에 유럽이 끼어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의 추종자'가 되지 말고 유럽의 '전략적 자주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중국에 힘을 실어줬다.

10일 관영 환구시보 인터넷판 환구망은 마크롱 대통령이 중국 방문을 마치고 프랑스로 돌아가는 특별기편에서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 프랑스 경제 매체 '레제코'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고 보도했다. 환구망은 폴리티코 유럽판을 인용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인터뷰에서 "유럽은 '미국의 추종자'가 돼야 한다는 압력을 이겨내야 한다"며 "유럽은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대만 문제에 관한 미·중 대결에 휘말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 '전략적 자주권'을 행사하는 데 프랑스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대만 문제에서 (위기 발생을) 가속하는 게 유럽의 이익에 부합할까? 내 답은 '아니오'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두 초강대국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면 우리의 전략적 자율권을 뒷받침할 시간과 자원이 없어지고 우리는 종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달러 기축통화에 대한 반감도 드러냈다. 폴리티코는 "마크롱은 유럽이 '달러 치외법권'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도 했다"며 "러시아와 중국, 이란뿐 아니라 유럽 일부 기업들이 무기화된 달러 때문에 사업을 접고 제3국과 관계를 끊지 않으면 2차 제재에 직면할 거라는 불평이 유럽 내에 있다"고 보도했다.

무기와 에너지에서도 유럽 독자론을 폈다. 마크롱은 또 "유럽은 무기와 에너지 측면에서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며 "이제 유럽 방위산업 발전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마크롱은 60여명의 비즈니스 대표단을 이끌고 지난 5일 베이징을 찾았다. 로이터통신은 마크롱이 도착 연설에서 "유럽은 대중 무역과 외교 관계를 축소하는 언행에 저항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 주장은 중국이 미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에 요구해왔던 것과 대부분 일치한다. 하나의 중국 원칙에 입각한 내정간섭 금지, 미·중 대결에서 중간자적 태도 견지 등이다. 패트로 달러 등 달러 패권에 대한 위안화의 강한 도전에 대한 사실상의 옹호는 마크롱 대통령이 중국에 상당한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유럽의 전략적 자주권을 주장해왔다.

프랑스 대통령실은 그러나 유럽 내 파장과 미국의 반발을 우려해서인지 로이터통신에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만한 긴장 상태를 만들지 않기 위해 주의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sa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