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용병회사, 아프리카 이어 미국 ‘턱 밑’까지 세력확장 시도[美 기밀 유출로 드러난 것들]

선명수 기자 2023. 4. 10. 14:3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美 기밀 문건에 드러난 러 용병기업 영향력
와그너, ‘나토 영토’ 튀르키예서 무기 거래 시도
러, 와그너 통해 아프리카서 세력 확장…미 견제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한 건물에 민간군사기업(PCM) 와그너 그룹의 용병 모집 광고가 걸려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온라인에 대거 유출된 미국 정보기관의 기밀 문건에는 러시아의 민간군사기업(PMC) 와그너 그룹이 우크라이나와 아프리카뿐 아니라 미국의 ‘턱 밑’인 중미 카리브해 지역까지 진출하려 하고 있으며, 무기 확보를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인 튀르키예 영토에도 침투했다는 첩보가 담겼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워싱턴포스트(WP)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와그너 그룹은 지난 2월 우크라이나와 말리 전장에서 사용할 무기를 구입하기 위해 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에 잠입했다. 문건은 아시미 고이타 말리 임시 대통령이 “와그너 그룹을 대신해 튀르키예에서 무기를 구입해주겠다”고 말한 내용도 담고 있다. 말리를 통한 ‘무기 우회 수출’ 논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WP는 “튀르키예 정부가 이 논의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실제 계약이 성사됐는지는 불분명하다”면서도 “나토 회원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했을 수 있다는 이번 폭로는 튀르키예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막고 있다는 점에서도 폭발적인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했다. 튀르키예 정부는 문건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서아프리카 국가 말리가 와그너의 무기 구입을 ‘대리’해주겠다고 나선 점도 와그너 그룹의 아프리카에서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NYT는 “기밀 문건에 따르면 와그너 그룹은 아프리카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은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 군사정권에 대한 물밑 지원에 나서는 등 아프리카에서 러시아와 치열한 세력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 현행법은 쿠데타로 집권한 해외 군부에 대한 군사 지원을 금지하고 있지만, 물밑 지원을 통해 아프리카 전역에 확산하고 있는 지하디스트 세력은 물론 와그너를 통해 아프리카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러시아 견제에 나선 것이다.

이브라힘 트라오레 부르키나파소 임시 대통령.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부르키나파소 군부는 최근 이슬람 무장세력 진압을 위해 러시아의 민간군사기업(PMC) 와그너 그룹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FP연합뉴스

문건은 와그너 그룹 관계자를 인용해 말리에 1645명의 와그너 직원들이 상주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와그너 그룹은 말리 외에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수단 등 최소 아프리카 6개 국가와 계약을 맺어 용병을 파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프랑스는 옛 식민지였던 말리에서 10년간 주둔해왔던 병력을 완전히 철군했고, 최근 압둘라예 디오프 말리 외무장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을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부르키나파소 군부도 지난 1월 프랑스에 철군을 요청하고 와그너 그룹과 접촉을 시작한 상태다.

미 정보당국이 러시아의 정보기관인 총정찰국(GRU)에서 수집한 첩보 역시 이번 문건 유출로 드러났다. 한 문건에 따르면 러시아 총정찰국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미국과 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에 대한 대중적 신뢰를 떨어뜨리기 위해 아프리카 언론 등을 상대로 대대적인 선전 캠페인을 기획했다.

문건은 와그너 그룹이 미국의 ‘턱 밑’이라 할 수 있는 중미 카리브해 국가 아이티에도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갱단의 폭력으로 극심한 치안 공백 상태를 겪고 있는 아이티 정부에게 와그너 그룹이 갱단을 소탕해주겠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