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초선 오영환, 불출마 선언…"소방관으로 돌아갈 것"

21대 국회 당시 민주당 영입 인재
"더는 버텨낼 여력 없었다"…정쟁 남발 국회 지적

소방관 출신 초선인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대 총선을 1년 앞둔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뉴시스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소방관 출신 초선인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대 총선을 1년 앞둔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오 의원은 "제 소망, 사명인 국민 곁의 소방관으로 돌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오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 20분 기자회견에서 "무거운 마음으로 긴 고민 끝에 이 자리에 섰다"며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10년 가까운 현장 소방관 경험에 비추어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정치에 투신했다"며 "이제 저는 국민을 위해 헌신하던 저의 사명, 제가 있던 곳이자 제가 있어야 할 곳인 국민의 곁을 지키는 소방관으로 돌아가고자 한다"고 했다.

오 의원은 "소방관으로서의 마지막 임무는 지난 2019년 독도 앞바다에 추락한 동료 소방 항공대원을 수색하는 일이었고 당선 직후 제가 처음 찾은 곳은 제 동료와 많은 순직 소방관이 묻힌 국립 현충원이었다"며 "그 묘역 앞에서 저는 '함께하던 사명을 이어가지 못해 죄송하다. 하지만 여러분과 함께 꿈꾸던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약속처럼 21대 국회에서 생명과 안전을 위한 의정활동에 최선을 다했고 많은 성과가 있었다"며 "현장에서 느껴온 재난 안전 환경의 한계와 그 변화를 위해 직접 법과 제도를 바꿔나갈 수 있던 제 삶의 가장 큰 영광된 시간이었다"고 지난 임기를 돌아봤다.

오 의원은 "그러나 사회의 역사를 바꿔나가는 시간에 많은 비극과 절망도 뒤따랐다"며 "故 김국환 소방관, 故 송승환 소방관, 故 신진규 소방관, 故 김동식 소방관, 故 노명래 소방관, 故 권영달 소방관, 故 이영섭 소방관, 故 곽수동 소방관, 故 조우찬 소방관, 그리고 故 성봉회 소방관. 제 마음속에 비석을 세운 지난 3년간 순직한 소방관들의 이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 의원은 "한명 또 한명 매년 현장에서 동료들이 스러졌다.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젊은 구조대원이 긴 수색끝에 발견된 날도 있었다. 화재현장에서 후배들을 먼저 보내고 3일 뒤 발견된 어느 구조대원도 있었다. 신혼여행을 앞둔 소방관 영결식도 생각난다"고도 회상했다.

오 의원은 차기 총선에 불출마하는 이유에 관해 "지난해 3명의 소방관 순직과 영결식이 끝난 뒤,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발 늦은 현실에 절망했다"며 "지난달 또 한 명의 유골을 현충원에 묻으며 더 이상 버텨낼 여력이 없는 한계를 받아들였다고"고도 고백했다.

오 의원은 "우리 정치는 상대 진영을 누가 더 효과적으로 오염시키는지를 승패의 잣대로 삼으려 한다"며 "무너진 민생 경제와 국민의 고통 속 현 정부의 실정을 지적하는 것조차 방탄이라 매도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현재 정치 현실에 관해서도 "오로지 진영 논리에 기대 상대를 악마화하기에 바쁜, 국민이 외면하는 정치 현실에 대해 책임 있는 정치인의 한 명으로서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며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배척하는 이들을 설득·조정해낼 정치적 역량을 제 안에서 결국 찾지 못했음을 겸허히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 의원은 "국민께서 새 정치, 변화에 대한 기대를 걸어준 정치 신인이기에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도 했다.오 의원은 "소방관 출신으로 처음 국회에 입성한 만큼, 맡겨준 역할에 충실한 뒤 본연의 소명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정치에 대한 무너진 신뢰 회복에 작은 보탬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오 의원은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나 '다시 정치권으로 돌아올 마음이 전혀 없는지'를 묻자 "제 사명은 대한민국 소방관이다. 평생 그렇게 살고자 10대 때부터 결심했고 소방관 출신으로서 국회 정치에서의 역할을 요청받아 거기에 최선 다해 시간을 감당한 것이다"라며 "이 이상을 감당하기 어려워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이기에 다시금 정치로의 생각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또 오 의원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면 소방공무원 수험생 신분으로 다시 돌아가겠다고 덧붙였다.

오 의원은 지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영입돼 경기 의정부갑에서 당선됐다. 21대 국회에서 민주당 재난안전특별위원장과 원내대변인, 이태원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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