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이스라엘’ 기치 내걸고 관계 재정립 나선 하마스와 헤즈볼라
2011년 시리아 내전으로 관계 틀어졌지만
이스라엘 알아크사 사원 급습 계기로 협력
이스라엘의 동예루살렘 알아크사 사원 경찰 투입을 계기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수니파’인 하마스와 ‘시아파’인 헤즈볼라는 2011년 발발한 시리아 내전에서 각각 반군과 정부군을 지원하며 소원해졌지만, 반(反)이스라엘 기치 아래 다시 뭉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의 후원자 격인 이란도 자체 개발한 신형 자폭 무인기(드론)를 공개하며 서방을 향한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방문한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와 만나 최근 알아크사 사원에서 발생한 이스라엘 경찰의 팔레스타인 주민 체포·폭행 사태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했다.
헤즈볼라 측은 두 사람의 회동 직후 성명을 내고 “팔레스타인의 대(對)이스라엘 저항 강화 문제를 논의했다”며 “‘저항 축’의 준비 태세와 양 조직원 간의 협력 문제도 함께 다뤘다”고 밝혔다. ‘저항 축’은 이란의 지원을 받아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시리아 등의 무장세력을 일컫는 단어다.
이스라엘 경찰은 지난 5일 이슬람 3대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에서 라마단 저녁기도(타라위) 중이던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섬광탄을 터뜨리는 등 위협을 가하고 건물 밖으로 내쫓았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시리아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34발의 로켓이 발사돼 긴장감이 고조됐다.
레바논 정부와 헤즈볼라는 정확하게 어느 단체가 공격을 감행했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미 CNN 등 외신은 일제히 하마스를 공격 주체로 지목했다. 실제로 레바논 남부 티레에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후 유입된 팔레스타인 망명자 수천명이 거주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헤즈볼라와 하마스의 관계가 강화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밀착하는 두 조직의 움직임을 집중 조명했다. 특히 NYT는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행보라고 분석했다.
우선 하마스로선 레바논에서 로켓을 발사할 경우 자신들의 본거지인 가자지구에 대한 직접적인 보복을 피할 수 있다. 헤즈볼라도 이스라엘 때리기가 자신들의 건재함을 과시할 수단이 될 수 있다.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팔레스타인 전문가 휴 로버트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헤즈볼라는 하마스를 앞세워 자신들이 보유한 파괴 능력을 이스라엘에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석에 대해 하마스 고위관리 오사마 함단은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관계는 항상 따뜻했다”며 이번 사태가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됐다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리아 내전에서 하마스는 수니파인 반군을, 헤즈볼라는 시아파인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정부군을 도우며 틀어졌던 전력이 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 경찰의 알아크사 사원 공격은 중동 질서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다수다.
한편 이들의 든든한 뒷배인 이란은 이날 신형 자폭 드론을 공개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자체 개발한 ‘메라즈-532’는 50㎏의 폭약을 탑재하고 450㎞ 떨어진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약 3600m 상공에서 3시간 동안 비행할 수 있어 다양한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고 혁명수비대는 주장했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이 드론이 호르무즈 해협과 걸프 해역을 감시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이란제 드론을 대거 활용한 러시아가 ‘메라즈-532’를 전장에 투입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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