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의 변화, 도심 속으로 들어 온 물류거점

권명관 2023. 4. 1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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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2023년 2월 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12월 및 연간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06조 4,916억에 달한다. 2021년 187조 784억 원 대비 10.4% 증가한 액수로, 연간 거래액으로는 관련 통계 조사를 시작한 2001년 이래 역대 최고치다.

연간 상품군별 온라인쇼핑 거래액 및 구성비, 출처: 통계청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온라인 쇼핑, 이커머스 시장 확대에 따라 도시 외곽에 위치하고 있던 물류거점(이하 물류센터)들이 언젠가부터 하나둘씩 도심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온라인 쇼핑 주문 폭증에 따라 교외가 아닌 소비자와 인접한 도심 안으로 거점을 옮겨오는 셈이다. 특히, 당일배송, 새벽배송 등 빠른 배송을 표방하고 있는 온라인 이커머스 시장의 팽창은 지금까지 외곽 지역에 머물렀던 물류거점 위치를 도심 안으로 옮겨야만 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간단한 원리다. 빠르게 배송하기 위해서는 물류를 최종 목적지인 소비자에게 가까운 위치로 옮겨서 처리해야 한다. 이에 각 지점에서 발생하는 물량을 중심 거점(HUB)으로 모은 후, 각각의 도착지로 다시 분류해 이동시키는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 방식의 물류거점을 도심 속에 마련해 배송 시간을 단축시키고 있다. 이른바 도심 물류센터다.

출처: 셔터스톡

도심 물류센터는 풀필먼트 서비스와도 떼놓을 수 없다. 풀필먼트(Fulfillment)는 물류 전문 업체가 물건 판매 업체의 위탁을 받아 배송, 보관, 포장, 재고관리, 교환/환불 서비스 등 물류 배송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뜻한다. 온라인시장에서 소비자가 주문한 상품을 빠르게 배달하기 위해 생겨난 서비스 개념이다. 이에 따라 온라인 주문 후 집 앞에 배송받는 과정을 일괄 처리하는 풀필먼트와 배송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도심 물류센터의 만남은 필연적이다.

효율과 빠른 배송을 위한 도심 풀필먼트센터

도심 풀필먼트센터는 주문 접수 후 소비자에게 가장 근접한 물류거점에서 상품을 빠르게 받아 최단 시간 내 전달한다. 대부분의 물류 과정은 물류거점에 상품 입고, 종류별 분류 및 보관, 소비자 주문 접수, 상품위치 검색 및 픽업, 포장, 출하 및 배송한다. 하지만, 온라인시장 확대로 도시 외곽 물류창고에서 처리해야 할 물량은 급증했다. 이로 인해 필요한 물류창고의 공간이 부족해졌고, 도심 외곽에 대형 물류거점을 새롭게 구축해 대응했다. 문제는 이들 도심 외곽 물류창고에서 주문을 빠르게 처리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물리적으로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거리, 기존 방식에 머물고 있는 처리 시스템 등이 발목을 잡았다.

출처: 셔터스톡

온라인 주문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풀필먼트는 물류거점을 단순 창고처럼 운영해서는 안된다. 재고관리부터 상품 입고와 포장, 출하/배송 등에 이르는 전체 과정을 일괄 처리해야만 한다. 따라서 소비자가 살고 있는 도심 안에 자동화된 (기존 창고 운영 방식이 아닌) 풀필먼트센터를 구축하면, 배송 효율을 높일 수 있고 거리에 따른 배송 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소비자 주문에 신속하게 배송하는 물류 시스템을 위해서 도심 풀필먼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특히, 그동안 제 3자 물류에 의존했던 소규모 유통업체에게 자동화된 풀필먼트센터는 필연적이다. 이에 도시 외곽의 넓은 땅에 그저 상품을 옮겨 보관하고 출고하던 창고 운영 방식에서, 도심에 위치한 빌딩에 수직형태로 상품을 보관하고 입/출고하는 도심 풀필먼트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서울시 동대문 인근에 위치한 트랜쇼의 도심 패션 풀필먼트센터, 출처: IT동아

다만, 도심에 풀필먼트센터 구축을 위한 장소 확보는 물리적으로 어려움이 크다. 도심 외곽 대비 비싼 가격, 밀집한 주거 및 빌딩 등으로 공간을 확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지하 공간이나 활용률이 낮은 지상 공간 등으로 눈을 돌려 해결하고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의 기술 기업인 ‘커먼센스 로보틱스’는 세계 최초로 지난 2019년 10월 도심 고층빌딩 지하 주차장에 1,670m² 규모의 풀필먼트센터를 구축한 바 있다.

도심 풀필먼트센터, 스마트스토어부터 다크스토어까지

영국의 유통기업 테스코(TESCO)는 지난 2009년부터 영국 런던 도심에 위치한 점포 중 일부를 온라인 전용 물류거점 다크스토어로 변경했다. 다크스토어는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기존 매장을 지역형 물류거점으로 활용하는 형태다. 온라인 주문 상품을 따로 관리하는 물류창고 역할을 담당하는 셈이다. 이러한 다크스토어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소비 트렌드에 따라 활용도가 떨어진(사람들이 자주 방문하지 않는) 오프라인 매장을 새롭게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다.

출처: 테스코 홈페이지

미국의 유통업체인 타겟(TARGET)은 지난 2018년부터 매장 내 일부를 풀필먼트센터로 변경해 스마트스토어로 활용한다. 매장의 재고 공간을 온라인 주문에 대응하기 위한 공간으로 변형한 셈이다. 다크스토어는 소비자가 방문할 수 없는 물류거점으로 전환했다면, 스마트스토어는 매장 내부 일부에 물류 설비를 설치하는 형태다.

국내의 경우 롯데마트가 전체 매장의 일부를 스마트스토어와 다크스토어로 전환했다. 매장 일부는 다크스토어로 전환한 롯데마트 잠실점과 구리점의 경우, 도입 한 달(2022년 11월 27일 ~ 2023년 1월 3일 기준)만에 온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3.8%, 89.9% 올랐다. 롯데마트보다 앞서 ‘풀필먼트센터(Fulfillment Centre, FC)’라는 이름으로 매장에 다크스토어를 도입한 홈플러스 인천 계산점과 수원 원천점, 안양점 등의 2022년 평균 매출 증가율은 67%를 기록했다.

롯데마트 내 후방 자동화 설비, 출처: 롯데마트

지난 2019년 11월 선보인 배달의민족의 ‘B마트’도 대표적인 국내 다크스토어 중 하나다. 배달의민족 앱에서 물품을 주문하면, 배달 기사가 물류센터에서 상품을 받아 30분~1시간 내 배달한다. 식료품과 잡화 등 6,000여 종의 상품을 판매하며 자체 자체 브랜드(PB)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B마켓 55곳을 운영 중이며, 대전, 청주, 천안, 대구, 부산 등에서 약 12개 B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패션 상권의 중심, 동대문에 들어 선 도심 풀필먼트센터

그리고 지난 2022년 10월, 패션테크 스타트업 트랜쇼가 국내 패션 상권의 중심인 동대문 도매(청평화패션몰, 디오트, APM 등) 시장 인근에 2,500평 규모의 도심 패션 풀필먼트센터 ‘DCF(DONGDAEMOON CROSS BORDER FULFILLMENT)’를 오픈했다. 다른 상품 대비 보관, 배송, 포장 등의 난이도가 높은 의류 패션 상품에 특화한 풀필먼트센터다.

트랜쇼 도심 패션 풀필먼트센터에서 배송을 위해 옷을 포장하는 모습, 출처: IT동아

옷은 풀필먼트 서비스로 제공하기에 쉽지 않은 상품이다. 같은 디자인의 옷이라도 사이즈, 색상 등에 따라 구분해야 한다. 95사이즈 흰색 반팔 티셔츠와 105사이즈 검은색 긴팔 티셔츠를 각각 분류해야 한다. 주변 환경에 따라 금방 상할 수 있는 옷은 보관도 어렵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계절에 따라 소비자가 찾는 옷의 종류는 달라지며, 유행에도 민감하다. 겨울 시즌에 맞춘 외투가 잘 팔리지 않는다고, 다음해 겨울에 판매될지 모를 일이다.

포장도 쉽지 않다. 사람의 손이 많이 필요하다. 일상용품과 달리 패션 의류는 크기와 부피가 일정하지 않다. 셔츠, 바지, 코트 등 종류별로 포장 방법도 다르다. 때문에 상품별로 하나씩 개서 포장해야 한다. 주문한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각각 다른 의류 상품을 묶어 한번에 보낼 수도 있어야 한다. 이래저래 손이 갈 일이 많은 상품이다.

트랜쇼의 도심 풀필먼트 센터 ‘DCF’, 출처: 트랜쇼 홈페이지

트랜쇼의 도심 패션 풀필먼트센터는 이전보다 빠른 배송을 원하는 소비자의 바램과 3자 물류에 기댈 수밖에 없던 중소규모 온라인 의류 쇼핑몰의 요구사항이 더해져 탄생했다. 동대문에서 빠르게 생산되는 패션 의류 상품을 가까운 곳에서 효율적으로 포장해 배송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지리적 접근성, 체계적인 운영 관리 등 시장이 원하는 요구조건을 갖춰 시장을 넓히고 있다.

도심 풀필먼트센터는 단순한 물류창고의 개념을 넘는다. 물류 전반의 효율 개선을 통해 소비자 집 앞까지 상품을 안전하고 빠르게 배송하는 물류 프로그램으로 작용한다. 이제는 소비자의 상품구매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인공지능을 이용해 미래수요를 예측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확대하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에 따라 상품을 선택하는 소비자의 판단 기준은 저렴한 가격과 더불어 품질 좋은 서비스로 중심축이 변화하고 있다. 특히, 도심 물류거점과 풀필먼트 서비스의 등장은 소비자에게 빠르게 상품을 전달하는 배송 서비스로 발전해 소비자만족도를 높이는 중요 서비스로 작용하고 있다. 도심 내 물류거점을 연결하는 촘촘한 네트워크도 기술의 발전과 함께 노련해지고 있다. 도시 외곽에서 도심으로 향하는 물류거점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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