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車생산, 6년만에 100만대… 코로나 전보다 많아

최근 5년 새 자동차 생산량 최대
3월 車 수출, 반도체에 버금

올해 1분기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분기보다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수급난이 개선되고, 전기차 등 친환경 중심의 수출이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완성차 회사의 생산량은 106만5249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83만7186대보다 27.2%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분기(95만7402대)와 비교해서도 11.3% 많다. 올해 1분기 생산량은 최근 5년간 가장 많다. 1분기 자동차 생산량이 100만대를 넘어선 건 6년 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침체였던 자동차 산업이 전동화 흐름을 타고 완전히 부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이오닉 5가 만들어지는 현대차 울산공장. /현대차 제공

생산량 증대에 따라 내수 판매와 수출도 확대됐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올 1분기 내수에서 42만9474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15.2% 증가했고, 수출의 경우 1분기 68만4009대로 나타나 전년 52만2964대와 비교해 30.8% 늘었다. 내수보다 수출의 증가세가 가팔랐다.

업체별로 보면 현대차의 1분기 생산량은 48만2322대, 기아는 42만640대로 각각 전년 대비 28.1%, 25.4% 증가했다. 한국GM(GM 한국사업장)은 이 기간 8만6225대를 기록, 전년 대비 42.7% 늘었다. KG모빌리티는 3만5790대로, 전년 대비 52.6% 증가했다. 반면 르노코리아는 3만7507대로 전년대비 5% 감소했다.

EV6를 생산하고 있는 기아 오토랜드 화성. /기아 제공

그간 완성차 업계는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 불안이 심화하면서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다. 코로나19로 거리두기로 사람들의 이동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해 자동차 생산과 이에 따른 반도체 주문을 줄였던 탓이다.

당시 반도체 업체들도 주문이 감소한 자동차 반도체 대신 수요가 폭증했던 정보기술(IT) 기기, 가전 등으로 반도체 생산을 돌렸다. 그러나 차 수요는 예상보다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 뒤늦게 자동차 업계가 반도체 주문을 늘렸을 때는 이미 생산 여력이 부족해진 뒤였다.

최근 자동차 생산 회복에 대해 업계는 반도체 공급 상황이 개선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한다. 2020년 연산 300만대선이 무너졌던 현대차그룹의 경우 지난해 320만4722대로 늘었는데, 올해는 330만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올해 생산과 수출을 코로나19 이후 최대치로 목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생산이 늘면서 수출 실적도 개선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2023년 3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달 수출은 전년대비 13.6% 감소한 551억2000만달러였으나, 자동차는 전년 대비 64.2% 늘어난 65억2000만달러로 수출 효자 노릇을 했다. 전년 대비 5.3% 증가한 자동차 부품(20억6000만달러)를 합하면 자동차 관련 수출은 85억8000만달러로, 86억달러를 기록한 반도체와 근사한 수치를 보였다.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 선적부두 인근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생산과 수출 증가로 현대차와 기아도 역대 분기 최고 실적을 나란히 예고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가 예상하는 현대차 1분기 매출액은 35조4936억원, 영업이익은 2조6638억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7.2%, 38.1% 증가한 것으로, 전망이 맞을 경우 현대차는 2010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1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하게 된다.

기아 역시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8% 늘어난 22조3561억원으로 전망됐다. 영업이익은 34.8% 증가한 2조1655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2010년 이후 1분기 영업이익이 2조원을 넘긴 사례가 없었다.

이에 증권가는 현대차가 2010년 처음으로 상장가 분기 영업이익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는 삼성전자(14조1214억 원), HMM(3조1486억 원), SK하이닉스(2조8596억 원), 포스코홀딩스(2조2576억 원)에 이은 5위였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