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0톤 광개토대왕함, 손상 부품 3D 프린팅으로 긴급수리

기존 용접기술은 '부품 변형' 생기는 한계…생기원, 로봇 팔 활용한 3D프린팅 기술로 수리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기존 용접기술은 '부품 변형' 생기는 한계…생기원, 로봇 팔 활용한 3D프린팅 기술로 수리

해군 1함대 광개토대왕함이 2017년 동해상에서 조국해양수호의 사명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태극기를 휘날리며 해상 작전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광개토대왕함은 지난달 초 디젤엔진 부품에 손상이 생겼지만, 한국생산기술연구원 3D(3차원)프린팅 기술로 복원됐다. / 사진=해군 1함대

국내 연구진이 3200톤급 '광개토대왕함' 손상 부품을 3D(3차원)프린팅으로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광개토대왕함은 1998년 대공 미사일을 탑재하고 실전 배치된 제1호 한국형 구축함이다. 지난달 초 디젤엔진 부품 손상으로 가동을 멈췄지만, 수리를 완료해 실전에 재투입됐다.

10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에 따르면, 이협 3D프린팅제조혁신센터 박사 연구팀은 광개토대왕함 디젤엔진 부품을 '금속와이어 3D프린팅기술'로 재생했다. 이 기술은 로봇 팔이 와이어를 레이저 빔으로 녹여 3차원 형상을 만드는 방식이다. 부품 손상부터 수리까지 걸린 시간은 단 하루에 불과했다.

금속와이어 3D프린팅 공정을 이용한 손상 부품 수리. / 사진=한국생산기술연구원

광개토대왕함에서 손상된 부품은 디젤엔진 감속기 역할을 하는 클러치 잠금장치였다. 엔진 회전에 의해 주변 부품과 접촉·마찰하면서 표면이 마모돼 교체가 필요했다.

그러나 구축함 부품은 주문생산 방식으로 조달이 이뤄져 부품 발주와 납품까지 3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한계가 있었다. 차선책으로 긴급 수리를 시도했지만, 손상 부위의 폭이 워낙 얇고 좁아 기존 용접 기술로는 부품의 형상 변형 없이 수리하기 어려웠다.

생기원 연구팀은 형상 변형이 없는 3D프린팅을 활용했다. 생기원 기술은 레이저 빔을 정밀 제어하며 형상을 복원하는 만큼, 부품의 열 변형을 억제할 수 있었다. 수리 완료 부품은 해군정비창으로 옮겨져 후처리 공정과 디젤엔진 결합, 시운전을 거쳐 '합격' 평가를 받았다.

앞서 생기원과 해군정비창은 2018년 7월부터 국방 분야 금속 3D프린팅 기술 도입을 위해 협력해왔다. 그러다가 2022년 10월 '국방부품 3D프린팅 기술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술 적용을 확대했다. 이번 성과는 해군 수요를 생기원이 맞춤형 기술로 충족시켜 국방 분야 정비 역량을 강화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협 생기원 박사는 "군 무기체계 노후화로 국방 부품의 재생 정비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3D프린팅은 다양한 품목을 신속 제조할 수 있어 국방 분야 긴급 수요를 충족시키는 핵심기술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헌식 해군정비창 군무이사관은 "해군 최일선에 있는 함정의 완벽한 전투태세 유지를 위해선 신속·정확한 첨단 정비 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생기원과 3D프린팅 정비 기술 협력을 늘려 과학기술 기반 군 조직으로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광개토대왕함은 2021년부터 최신 전투체계로 성능을 개량한 후 함대 지휘함으로 중추적 역할을 수행 중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3D프린팅제조혁신센터 연구팀. / 사진=한국생산기술연구원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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