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김주형과 마스터스의 운명적 만남에 대하여
[골프한국] 꿈은 자란다. 성장하며 보고 듣고 겪고 배우면서 꿈도 변하고 자란다.
김주형(20)은 6살 때 호주에서 골프교습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연습장에 놀러 갔다가 처음 골프채를 잡아봤다. 공을 맞히는 게 재미는 있었지만 골프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11살 때 타이거 우즈가 경기하는 중계방송을 보곤 골프선수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부모는 어린 김주형에게 골프를 강요할 생각이 없어 그냥 즐기도록 내버려 두었다.
소박하게 골프선수가 되겠다는 그의 꿈은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구체화한다. 아버지를 따라 아시아 각국과 호주를 전전하며 노마드(유목민) 생활에 익숙해진 그는 아시안투어와 코리안투어, 일본투어를 거치면서 PGA투어를 꿈꾼다. 어린 나이에 몇 번의 우승을 경험하고 세계적인 선수와 라운드하면서 그의 마음속엔 타이거 우즈가 우상으로 자리 잡는다. 여러 인터뷰에서 '세계 1위 골퍼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밝히면서 그 꿈은 세계 최고의 골퍼로 굳어졌다. 무모할 정도의 끊임없는 도전의 용기는 바로 이 꿈이 원동력이다.
포기하지 않고 PGA투어 문을 계속 두드린 끝에 지난해 PGA투어 임시특별회원자격을 얻어 PGA투어에 들어섰다. 그리고 지난해 8월 세 번째 출전 만에 윈덤 챔피언십을 우승하더니 3개월 후 슈라이너스 칠드런스오픈에서 우승, 단숨에 2승을 챙겼다. 최연소(20년 3개월 18일) 2승 기록이다. 타이거 우즈가 갖고 있던 최연소 PGA투어 2승 기록(20년 9개월 21일)을 깼다. 이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전과 프레지던츠컵에서 맹활약하면서 어느새 PGA투어의 유명인사가 되었다. 타고난 친화력, 유창한 영어 구사 능력으로 주변엔 늘 미디어가 따라다니고 선수들이 꼬인다.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에서 열린 '명인열전' 마스터스에서도 그는 특별대우를 받았다. 마스터스 출전은 2005년 타이거 우즈가 그린 재킷을 입는 모습을 보며 키운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PGA투어 소속 71명과 LIV골프 소속 18명 등 89명이 출전하는 이 대회에서 그는 타이거 우즈, 로리 매킬로이, 프레드 커플즈, 스코티 셰플러, 샘 번즈, 베른하르트 랑거 등 기라성 같은 선수들과 연습라운드 기회를 가졌다. 공식 인터뷰 때도 존 람과 로리 매킬로이와 함께했다.
코스를 뒤덮은 봄꽃만큼 화제가 만발했던 제 87회 마스터스 대회는 김주형의 가슴에 어떤 모습으로 담겼을까.
PGA투어와 LIV골프의 대결구도는 존 람이 4타 차 선두인 브룩스 켑카를 추월해 최종합계 12언더파로 우승하면서 PGA투어의 체면을 살렸다. 2017년 마스터스 첫 도전 이후 7번째 만에 그린재킷의 주인이 된 람은 올 시즌 4승에 PGA투어 통산 11승을 거뒀고 2021년 US오픈 우승에 이어 두 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했다. 세계랭킹도 3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LIV골프 소속의 브룩스 켑카와 필 미컬슨이 공동 2위, 패트릭 리드가 공동 4위에 올라 메이저대회에서 LIV골프의 반란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4타 차 선두로 달리던 브룩스 켑카가 경기가 악천후가 중단되었다가 재개된 뒤 추락하는 모습, 먹이를 쫓는 맹수처럼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존 람의 모습은 김주형으로선 결코 놓칠 수 없을 것이다.
세계랭킹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인 스코티 셰플러가 공동 10위에 머문 것이나 로리 매킬로이가 컷 탈락하고 우상인 타이거 우즈가 발의 통증 때문에 3라운드 도중 기권하는 모습은 그의 가슴에 많은 울림을 줄 것이다. 만 52세10개월의 나이로 공동 2위에 오른 필 미켈슨의 모습 또한 그의 골프 미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마스터스에 처음 출전한 김주형으로선 대선수들과 함께 경기하며 합계 2언더파 286타로 임성재와 함께 공동 16위에 오른 것만으로 대단한 선전이었다. 대선배인 이경훈이 1언더파로 공동 23위, 김시우가 1오버파로 공동 29위로 마쳤다.
세계랭킹 1위를 꿈꾸는 김주형이 이번 마스터스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골프의 모든 것을 보약으로 흡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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