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이민청 화재’ 시신 본국 송환…멈추지 않는 국경 비극
멕시코 정부가 지난달 국경도시 시우다드후아레스의 이민자 수용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진 희생자 40명의 시신을 본국으로 송환하기 시작했다.
콜롬비아 국적의 이민자 시신이 참사 11일 만인 지난 7일(현지시간) 처음으로 본국으로 옮겨졌고, 이어 8일에는 주 방위군의 호위를 받으며 7구의 시신이 엘살바도르로 향했다. 조만간 과테말라와 온두라스 등 다른 국가 출신의 이민자 시신도 본국으로 이송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27일 시우다드후아레스 이민청 시설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지금까지 40명이 사망하고 26명이 다쳤다. 시우다드후아레스는 미국 국경을 넘으려는 중남미의 이민자들이 거쳐가는 관문 역할을 하는 도시이다. 숨진 희생자 대부분도 미국으로 가려다 국경순찰대에 붙잡혀 강제 수용된 중미 출신 이민자들이었다.
이번 참사는 비효율적이고 무책임한 미국과 멕시코의 이민 시스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날로 급증하는 중미 출신 이민자 문제 해결을 위해 2019년 부처 간 위원회를 만들고 외무부에 권한을 위임했다. 하지만 위원회 회의는 지금까지 8번 이상 열리지 않았고, 2022년 4월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 4년간 멕시코 이민청(INM)의 책임자였던 프란시스코 가르두뇨는 이 회의에 전혀 참석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코로나19 확산 방지 명목으로 시행된 ‘타이틀42’ 정책으로 미국은 이민자를 즉각 추방할 수 있게 됐고, 미국으로 넘어오려는 다수의 이민자들은 멕시코에 떠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넘다가 사망한 사람은 2022년 회계연도에만 최소 800명에 이르고, 국경에서 체포된 사람은 220만명에 이른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당시 트럼프 시절의 강경한 이민 정책을 철회하겠다고 공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WSJ는 “시우다드후아레스의 비극은 나쁜 미국 (이민) 정책의 어두운 파급효과에 대한 증거”라고 비판했다.
타이틀42는 오는 5월 종료될 예정이지만, 이 제도가 폐지된다고 해도 이민자들의 입국이 쉬워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국토안보부는 국경에서 구금된 이민자들에 대한 신속한 망명 심사 정책을 발표했는데, 앞서 로이터통신은 이러한 정책이 실제로 시행되면 바이든 대통령이 약속한 이민 완화 정책은 급속히 후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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