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이 앗아간 9살 빈소에서…엄마는 애착인형 껴안고 통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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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이'는 9살 승아에게 가장 좋은 친구였다.
승아는 아기 때부터 함께한 돼지인형을 꿀꿀이라고 부르며 예뻐했다.
엄마 품에는 승아 대신 꿀꿀이가 안겨 있었다.
늘 아이와 함께하던 애착 인형을 으스러지게 껴안은 채 승아 엄마는 목놓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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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이’는 9살 승아에게 가장 좋은 친구였다. 승아는 아기 때부터 함께한 돼지인형을 꿀꿀이라고 부르며 예뻐했다. 밖에 나갈 때도 데리고 다니던 꿀꿀이에게 승아는 “너는 또 다른 나야”라고 말하곤 했다.
10일 승아의 빈소에서 엄마는 넋이 나간 얼굴로 앉아 있었다. 엄마 품에는 승아 대신 꿀꿀이가 안겨 있었다. 늘 아이와 함께하던 애착 인형을 으스러지게 껴안은 채 승아 엄마는 목놓아 울었다. “보고 싶어 승아야. 우리 승아 보고 싶어서 어떻게 해.” 엄마는 통곡하며 가슴을 쳤다.
휴일이었던 지난 8일 오후 2시21분 초등학교 4학년 배승아(9) 양은 학교 근처 네거리에서 차에 치였다. 엄마한테 받은 용돈으로 친구 3명과 함께 생활용품점에서 좋아하는 물건과 간식을 사 들고 집 쪽으로 걸어가는 길이었다. 15분 전 “친구들과 조금만 더 놀다 들어간다”고 엄마를 졸라 허락도 받아 둔 참이었다.
아파트 옆 인도를 따라 걸어가다 탄방중학교 담벼락을 지나칠 때였다. 흰색 에스엠(SM)5 승용차가 반대편 차선을 넘어와 승아와 친구들 쪽으로 돌진했다. 사고 당시 운전자 ㅂ(66)씨는 면허 취소 수치(혈중알코올농도 0.08%)가 넘는 음주 상태였다.
어린이보호구역이었지만 안전펜스도 없었다. 아이 넷 가운데 승아가 가장 크게 다쳤다. 병원으로 옮겨진 승아는 사고를 당한 지 11시간 만인 다음 날 새벽 1시께 숨을 거뒀다.
승아에게는 나이가 15살 많은 오빠가 있다. 승아는 직장 때문에 떨어져 지내는 오빠가 올 날 만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다. 승아는 춤추고 노래하는 걸 좋아하고, 친구도 많고, 햇살처럼 웃었다. 가수도 되고 싶고, 배우도 되고, 뷰티 전문가도 되고 싶어 했다. 승아 오빠는 그런 동생을 떠올리며 울다가 웃다가 다시 울었다. 승아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는 오빠 생일이었다. 그걸 오빠는 승아를 보내고서야 알았다며 고개를 떨궜다.
“조그만 게 자기도 예쁜 걸 알았어요. 끼도 많고, 꿈도 많은 우리 승아…. 이렇게 갑자기 허망하게 갈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이날 오전 대전시 서구 둔산동 문정네거리 탄방중학교 담벼락 아래, 승아가 사고를 당한 그곳에 국화꽃 송이들이 놓여있었다. 꽃 사이로 또래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주스, 젤리, 바나나우유, 초콜릿과자, 소시지 등도 보였다. 승아를 추모하는 쪽지도 붙어 있었다.
“더 좋은 세상에서 더 예쁘게 빛나. 넌 충분히 아름다운 별이야. 그러니까 그대로 예쁘고 찬란하게 빛나주어야 해. 언니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지 못해서 정말 정말 미안해. 네 미래를 앗아간 나쁜 어른이 꼭 제대로 벌 받게 할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고 약속할게”
그곳에서 승아가 부디 행복하길 비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고 약속하는 다짐들 옆으로 ‘핑크 공주’ 승아가 좋아하던 분홍색 캐릭터 인형이 웃고 있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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