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섭의 MLB스코프] '패배는 거절해' 탬파베이, 개막 9연승이 더 놀라운 이유
[스포티비뉴스=이창섭 칼럼니스트] 탬파베이 레이스가 패배를 거절하고 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개막 3연전을 싹쓸이한 탬파베이는, 워싱턴 내셔널스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도 차례로 격파했다. 현재 메이저리그 나홀로 무패 군단이다.
탬파베이가 정규시즌 첫 9경기를 모두 승리한 것은 구단 역사상 처음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개막 직후 9연승은 2003년 캔자스시티 로열스 이후 20년 만이다. 참고로 이 부문 최고 기록은 1982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1987년 밀워키 브루어스의 13연승이다. 탬파베이는 이번주 이 부문 최고 기록을 경신할 수도 있다.
탬파베이의 개막 첫 9연승은 완승으로 이루어져서 더 놀랍다. 9경기 전부 넉 점차 이상 승리였다. 시즌 중 9경기 연속 넉 점차 이상 승리는 1939년 뉴욕 양키스 10경기 이후 84년 만에 나왔다. 연승을 달리더라도 이렇게 압도적인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탬파베이는 9경기 중 4경기가 두 자릿수 득점이다. 득점은 많았고, 실점은 적었다(75득점 18실점). 팀 실점이 팀 홈런 수(24개)보다 적은 건 가히 충격적이다.
막강 화력과 짠물 피칭이 더해진 탬파베이는 득실차가 이미 +57점이다. 시즌 첫 9경기 만에 득실차 +50점을 넘긴 팀은 1900년 현대 야구에서는 없었다. 1884년 세인트루이스 마룬스까지 거슬러 가야 한다. 1884년은 투수와 포수간의 거리가 50피트였다(현재 60피트 6인치는 1893년에 적용됐다). 투수의 오버핸드 피칭이 처음 허용된 시기가 1884년이다. 국내 역사로 따지면 갑신정변이 있었던 시절의 일이 2023년에 재현된 것이다.
사실 탬파베이는 기대보다 우려가 컸다. 지난 겨울 연봉조정 대상자가 19명이나 됐다. 대표적인 스몰 마켓 팀인 탬파베이는 이들의 요구를 다 들어줄 여유가 없었다. 불가피하게 대대적인 로스터 정리에 들어가야만 했다. 시장에 관심 있는 선수들은 있었지만, '쩐의 전쟁'에서 이길 리 만무했다. 결과적으로 잭 에플린(3년 4000만 달러)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영입이 불발됐다. 지난 겨울 FA 계약이 한 건에 그친 유일한 팀이었다.
2023 개막전 팀 연봉 상/하위
1. 뉴욕 메츠 : 3억5354만6854달러
2. 뉴욕 양키스 : 2억7699만9872달러
3. 샌디에이고 : 2억4899만5932달러
28. 탬파베이 : 7318만4811달러
29. 볼티모어 : 6072만2300달러
30. 오클랜드 : 5689만5000달러
탬파베이는 대형 트레이드도 추진하지 않았다. 최지만과 브룩스 레일리, J T 샤그와 등을 보내면서 소소한 유망주들만 받아왔다. 결국 올해 탬파베이는 내부적으로 전력 상승을 도모하는 시즌이었다. 복귀와 반등, 육성과 성장이 탬파베이의 운명을 쥐고 있었다.
실제로 탬파베이는 이 요소들이 결합하면서 쾌조의 출발을 하고 있다. 먼저, 부상에 신음했던 브랜든 라우와 완더 프랑코가 건강하게 돌아왔다. 지난해 라우는 65경기, 프랑코는 83경기 출장에 머물렀다. 프랑코는 개막을 앞두고 오른쪽 대퇴사두근이 좋지 않았지만, 다행히 개막전부터 나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프랑코 타율 0.351 4홈런 9타점, 라우 타율 .286 2홈런 8타점). 여기에 랜디 아로사레나도 작년보다 뜨거운 모습(타율 0.371 2홈런 11타점). 아로사레나는 WBC에서 타격감을 끌어올린 것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공격의 핵심인 세 선수가 중심을 잡아주면서 다른 선수들도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다. 무엇보다 타자들의 역할 분담이 잘 나눠진 점이 돋보인다. 파워를 공급하는 라인(이삭 파레디스, 루크 레일리, 해롤드 라미레스) 기동력을 높이는 라인(호세 시리, 조시 로우, 마누엘 마고)이 조화를 이루면서 타선을 다채롭게 만들고 있다.
탬파베이는 전통적으로 마운드에 기반을 두는 팀이다. 올해도 이 기조는 바뀌지 않는다. 스프링캠프에서 타일러 글래스나우의 부상 이탈이 있었지만, 선발진은 큰 문제 없이 돌아가고 있다. 사이영 컨텐더로 도약한 셰인 매클랜나한을 필두로 제프리 스프링스와 드류 라스무센, 에플린이 연일 수준 높은 피칭을 선보였다. 특히 스프링스와 라스무센은 시즌 첫 두 번의 등판에서 나란히 13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올해 탬파베이가 가장 위험했던 경기는 4일 워싱턴전이었다. 선발 조시 플레밍이 3이닝 5실점(10피안타)으로 난타 당했다. 그러나 불펜진이 이후 6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고, 그 사이 타선이 8회 한 점과 9회 다섯 점을 보태 10-6 역전승을 장식했다. 이처럼 탬파베이는 선발이 무너져도 팀이 무너지진 않는다. 안정적인 불펜 운영으로 승부를 마지막까지 알 수 없게 하는 팀이 바로 탬파베이다.
에이스 매클래나한은 탬파베이 강점을 특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탬파베이 야구에 대해 "우리는 팀 베이스볼"이라고 규정했다. 매클래나한은 "어떤 상황에도 개의치 않고 우리들의 야구를 추구한다"고 덧붙였다. 선수들이 하나로 뭉치면 팀은 단단해진다.
물론 탬파베이는 초반 대진운이 유리했다. 디트로이트와 워싱턴, 오클랜드는 이번 시즌 최하위 후보들이다. 최약체들을 상대한 덕분에 개막 첫 9연승을 질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메이저리그에서 당연한 승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과연 탬파베이는 다가오는 보스턴 레드삭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시리즈에서도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일단 지금 탬파베이는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은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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