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사교육 대책 발표 "없다→한다" 1시간 동안 오락가락

김정현 기자 2023. 4. 1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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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대변인, 정례브리핑에서 "발표 안 한다" 발언
종료 1시간 안 돼 "시점 정해 다시 발표할 것"
'해프닝' 넘길 일 아니라는 지적…"신뢰 문제"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열린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4.10. jhope@newsis.com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교육부가 역대 최대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대응해 내놓기로 했던 '사교육비 경감 종합 대책'을 두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변인이 대책을 내놓지 않겠다고 발표했다가 1시간 만에 이를 뒤집은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민생에 영향이 커 정책에 대한 신뢰감이 중요한 사교육비 정책을 두고 말 바꾸기 식 행보를 보이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천홍 교육부 대변인은 10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보다 실효성 있는 개별 방안을 연중 지속적으로 발굴, 선정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수립하겠다"며 사교육비 경감 종합대책을 내놓지 않겠다고 발언했다.

해당 발언은 '늘봄학교'에 체육활동 프로그램을 접목하는 '2023 학교체육 활성화 추진 방안'을 통해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를 설명하면서 나왔다.

영·유아 돌봄 부담 경감, 공교육 강화 정책 등 교육부가 추진하는 교육개혁 정책이 사교육비 경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별도의 종합 대책을 발표하는 것은 같은 말의 반복에 그칠 수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런 방침을 발표한 지 1시간도 안 된 이날 오전 11시56분께 교육부는 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사교육비 경감 종합대책은 준비되는 대로 시점을 정해 안내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번복했다.

교육부는 문자 공지에서 "최근 학원비 등 교육 물가의 가파른 상승에 대응해 사교육비 부담 경감 관련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현안 시급성 등을 고려해 준비하는 개별 정책 중 실행 가능한 사교육비 경감 관련 정책을 중심으로 발굴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문자공지 이후 뉴시스와 통화에서 "간부회의 결정 사항이 아니라 제가 내용을 잘못 전달 받은 것 같다"고 해명했지만, 단순히 대변인의 '말 실수'라고 보기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

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 직후 사교육비 경감 종합 대책을 발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묻는 말에 약 20여분 동안 "종합대책을 발표하는 것보다 실효적 개별 방안을 별도로 발표하는 게 낫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이를 두고 경위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지난 7일 이 부총리가 주재하고 차관, 실장급을 비롯해 국장급 이상 간부들이 참석하는 내부 간부회의에서 이런 방침이 결정됐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입장 변화에 대해 국회의원 총선거를 1년 앞두고 여론의 부담을 고려했는지 묻는 말에 김 대변인은 "그런 고려는 전혀 없었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종합 대책을 내놓지 않기로 했다면, 전담팀은 무엇을 하는지 묻는 말에도 "교육부의 모든 정책을 관장하는 기조실 소속으로 개별 정책에 대해 사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집행 전 단계에서 사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관찰)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질문이 쏟아진 배경에는 사교육비가 역대 최고 수준을 보인 것을 넘어 교육부가 지난 한 달 동안 밝혀 왔던 대응 기조 역시 수위가 높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7일 교육부는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총액이 26조원을 기록, 역대 최고 수준을 보이자 당일 9년 만에 모든 분야를 총망라하는 '사교육비 종합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종합 대책 발표는 지난 2012년 이후 처음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지난 3일 10년 만에 전담팀인 '사교육대책팀'을 기획조정실 정책기획관(국) 산하에 부활시키는가 하면, '영어유치원'이라 불리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 대상 일제 점검에 돌입하는 등 관련 행보를 선전해 왔다.

[서울=뉴시스] 통계청이 지난달 7일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비 총액은 약 26조원으로 전년대비 10.8% 증가했다. 이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7년 이래 최고 수준이다. 사진은 지닌달 7일 서울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사진=뉴시스DB). 2023.04.10 photo@newsis.com

이 부총리도 총력 대응을 주문해 왔다. 지난 5일 차관과 실장급 간부 전원, 국장급 대다수가 참여한 관련 정책토론회에서는 "학부모들이 공교육에 그만큼 아쉬운 점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정책토론회 이후 종합대책 발표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간부회의까지 시간은 단 이틀이었다. 이틀 만에 사교육비 종합 대책을 발표하지 않기로 한 것을 두고 재차 논란이 될 것을 예상해 대변인이 순간 말 실수를 한 것으로 입장을 바꿨을 가능성도 있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일을 단순한 해프닝이라고 넘길 수만은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일관된 의지를 밝혀야 할 중앙 부처가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면 정책에 대해 믿음을 줄 수 없다는 지적이다.

과거 경기도교육청과 교육부에서 근무했던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부총리가 일을 즉흥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위원은 "지난주(7일) 간부회의에서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가 다시 말을 바꿨다는 것은 기분 내키는 대로 업무를 한다는 말 밖에 안 된다"며 "결정권자인 부총리가 직접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구본창 사교육격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말 바꾸기가 계속된다는 것은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정부가 종합 대책을 발표해 경감 의지를 보여주는 지 여부가 곧 학부모들에게 사교육비를 더 써야 할지, 그렇지 않아도 되는지 판단하는 지표가 된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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