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은 몸값 순이 아니잖아요' 탬파베이의 이유있는 9연승 돌풍
탬파베이는 1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에서 열린 2023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홈 경기에서 11-0 대승을 거뒀다.
탬파베이는 정규리그 개막 후 9경기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고 모두 이겼다. 정규리그 개막 9연승은 2003년 캔자스시티 로열스 이후 20년 만에 나온 기록이다.
탬파베이는 앞으로 4연승을 추가하면 1982년 애틀랜타 브레이스와 1987년 밀워키 브루어스가 세운 MLB 개막 최다 연승 13연승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탬파베이의 연승이 놀라운 것은 단순히 승리 만을 챙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탬파베이는 9연승 기간 무려 75득점을 올렸고 단 18점만 내줬다. 득실점 차이가 57점에 이른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개막 후 9경기에서 50점 이상 득실점 차이가 난 것은 18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884년 세인트루이스 마룬스(+78점), 뉴욕 고담스(+63점)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아울러 탬파베이는 개막 후 9경기에서 모두 4점 차 이상으로 완승했다. 개막 후 4점 차 이상 이기면서 9연승 이상을 달린 팀은 1939년 뉴욕 양키스(10연승) 이후 처음이다.
그 밖에도 탬파베이는 이틀 연속 오클랜드를 11-0으로 꺾고 2경기 연속 10득점 이상 셧아웃 승리라는 진기록도 세웠다. 만약 11일 보스턴 레드삭스와 경기에서도 10득점 이상 내고 셧아웃 승리를 거두면 1885년 뉴욕 자이언츠 이후 처음으로 3경기 연속 10득점 이상 셧아웃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한다.
탬파베이는 MLB의 대표적인 스몰마켓팀이다. 이번 시즌 개막 로스터 팀 연봉총액은 겨우 7386만6101달러다(약 974억원). 이는 MLB 30개 구단 가운데 28위다. 탬파베이보다 팀 연봉총액이 작은 팀은 볼티모어 오리올스(6499만8499달러)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5689만5000달러) 뿐이다.
탬파베이의 팀 연봉총액은 1위인 뉴욕 메츠(3억4466만3493달러)에 비해 5분의 1 수준이다. 심지어 메츠에서 연봉 1, 2위인 맥스 슈어저(4333만3333달러), 프란시스코 린도어(3410만달러) 두 선수의 몸값을 합친 것에도 미치지 못한다.
탬파베이 구단은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스버그를 연고지로 하고 있다. 세인트피터스버그는 도시 자체 인구가 30만명도 되지 않는 작은 도시다. 인근 지역 인구까지 포함해도 320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구장 시설도 최악이다. 홈구장 트로피카나필드는 현재 MLB에서 유일한 완전 폐쇄형 실내구장이다. 1990년 개장해 시설 자체가 낡았다. 실내경기장이다보니 시끄럽고 공기가 안좋다.
게다가 구장 입지조건도 안 좋다보니 팀 성적과 상관없이 관중이 오지 않는다. 올 시즌 홈에서 열린 6경기 가운데 최다 관중 기록은 개막전을 찾은 2만5025명이었다. 평균 관중은 1만 명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선수들 몸값이나 네임밸류와 상관없이 탬파베이의 기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2001년생 빅리그 3년 차 유격수 완데르 프랑코는 타율 .351에 4홈런 9타점을 기록 중이다. 쿠바 출신의 랜디 아로사레나도 타율 .371 2홈런 11타점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프랑코의 연봉은 약 245만 달러이며 아로사레나의 연봉은 415만 달러에 불과하다. 팀 내 최고 연봉 선수는 우완투수 잭 에플린으로 1100만달러다. 탬파베이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을 얻은 에플린과 3년 40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는데 이는 구단 역사상 FA 계약 최고 금액 기록이다.
비싼 선수도 없고 구단 규모도 초라하지만 탬파베이는 알짜 운영으로 최근 몇 년째 강팀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2019년부터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2020년에는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올 시즌도 가을야구 진출은 어려움이 없어보인다.
탬파베이의 강점은 탄탄한 육성 시스템이다. 선수들 연봉은 많이 주지 못해도 유망주를 키워내는데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비싼 선수를 외부에서 데려오지 않아도 꾸준히 좋은 선수를 자체 배출하면서 팀 전력을 유지한다.
리그를 선도하는 과감한 경기 전략도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 최근 주자 상황과 타자 성향에 따라 수비수 위치를 바꾸는 시프트 시스템이나 구원투수를 선발로 올려 짧은 이닝을 소화하게 하는 오프너 등은 탬파베이가 가장 먼저 도입한 파격 전략이었다. 좌우 투수에 따라 타자를 골라 쓰는 플래툰 시스템 역시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탬파베이의 돌풍은 프로스포츠가 단지 돈만으로 승패가 좌우되는 것이 아님을 잘 보여준다. 돈이 없어도 아이디어가 좋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탬파베이가 증명하고 있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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