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형과 워니, 역대급 ‘토종+외인’ 원투펀치 될까?

김종수 2023. 4. 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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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뽑은 외국인 선수는 어느정도 안정된 성적을 보장한다. 거기에 더해 국가대표급 토종 선수가 함께한다면 강팀의 기본 퍼즐은 갖춰졌다고 보는게 맞다. 더군다나 두 선수가 서로 호흡까지 매우 좋다면? 워낙 변수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제까지 사례를 봤을 때 해당 콤비는 충분히 우승에 도전할만한 혹은 리그를 뒤흔들 복병 이상의 역할을 기대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실제로 지금도 팬들 사이에서 이름이 나란히 회자될만한 정도의 역대급 ‘외인-토종 콤비’는 대부분 좋은 성적을 남겼다. 프로 초창기 재능넘치는 퓨어 포인트가드가 리그를 지배하던 시절에는 ‘정통 1번+외인 파워 포워드’콤비가 맹위를 떨쳤다. 그 시작을 연 것은 KCC 1차 왕조 전성기를 이끌었던 ‘컴퓨터 가드’이상민과 ‘탱크’ 조니 맥도웰이었다.


원맨 리딩이 가능할 정도의 넓은 시야에 자로 잰듯한 패싱능력을 자랑했던 이상민에게 언더사이즈 빅맨 맥도웰은 최고의 파트너였다. 일단 맥도웰은 이상민의 패스를 아주 잘 받아먹었다. 개인 기량으로 휘젓고 다니던 테크니션 유형은 아니었지만 두터운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파워를 바탕으로 어지간한 장신 센터와도 몸싸움이 된다는 부분이 강점이었다.


맥도웰은 빠르고 안정적으로 골밑에서 자리를 잡는 플레이가 좋았던지라 이상민 입장에서는 패스를 찔러주기가 아주 편했다. 일단 패스를 주면 맥도웰은 포스트 인근에서 만큼은 언더처블급 존재감을 보여줬다. 힘으로 밀어붙이며 우겨넣듯 득점을 올렸는데 상대편 입장에서는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같으면 외국인 장신 센터를 맥도웰에게 매치업 상대로 붙여버리겠지만 당시는 외국인선수 2인 출전 시대인지라 비슷한 사이즈의 선수가 수비를 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외곽에는 당대 최고의 슈터중 한명인 조성원이 버티고있어 지속적인 도움수비도 쉽지않았다. 이상민급의 패스마스터, 맥도웰같이 힘좋은 언더사이즈 빅맨, 조성원같은 확실한 슈터를 모두 갖춰야 가능한 전술이었던지라 따라하고 싶어도 쉽지않았다.


이러한 라인업을 비슷하게 재현한 것이 첫 우승 당시의 오리온스였다. 아마시절부터 천재 포인트가드로 불리던 김승현을 3순위로 지명한 것이 그 시작으로, 당시 김진 감독은 맞춤 외국인선수로 마르커스 힉스를 지명하며 황금 콤비를 완성한다. 체형에서도 알 수 있듯이 힉스는 맥도웰급의 웨이트와 파워를 가지지는 못했다.


대신 엄청난 탄력이 돋보이는 운동신경과 기동력이 일품이었다. 잘뛰고 잘달리는지라 김승현이 반박자 빠르게 패스를 찔러줘도 바로바로 득점으로 연결시켜줬다. 맥도웰이 조금 늦었다싶은 타이밍에서도 힘으로 우겨넣었다면 힉스는 상대가 미처 대비하기 전에 득점을 올리는 방식에 능했다. 거기에 외곽에서는 김병철이 고감도 3점슛으로 지원사격을 해줬다.

 


현주엽-에릭 이버츠, 양동근-고 크리스 윌리엄스같은 경우는 토종 에이스의 아쉬운 점을 외국인선수가 커버해주며 동반 상승효과를 일으킨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고려대 시절 엄청난 파워를 앞세워 ‘한국의 찰스바클리’라고 불렸던 현주엽은 프로에 와서는 크고 작은 부상탓이었던지 언제부터인가 득점보다 패스에 집중하는 성향이 강해졌다.


이같은 플레이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않았다. 힘세고 덩치 큰 선수가 패싱플레이에도 능하다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흔치않은 케이스지만 상대팀에서 두려워한 것은 ‘포인트 포워드’ 현주엽이 아닌 어지간한 외국인선수를 상대로도 몸싸움에서 밀리지않고 적극적으로 림어택을 시도하는 현주엽이었다.


하지만 이버츠를 만나자 현주엽의 바뀐 스타일은 오히려 좋은 쪽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백인외국인선수였던 이버츠는 흑인 선수들처럼 운동능력이 탁월하다던가 골밑 장악력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지는 못했지만 특유의 센스와 정확한 슈팅 등을 앞세워 득점을 올리는 감각만큼은 탁월했다.


그런 이버츠는 현주엽과 궁합에서 좋았다. 힘좋은 현주엽이 옆에서 어느 정도 몸싸움, 리바운드 경합 등을 함께 해주면서 패스를 넣어주자 특유의 득점력에 더욱 불이 붙었다. 상대 수비입장에서도 꽤나 골치아픈 조합이었다. 흐름을 끊고자 전략적으로 수비에 들어가면 현주엽과 이버츠는 서로가 하던 역할을 바꿔버리면서 깨트려버리기 일쑤였다.


득점 결정력 좋은 이버츠로 인해 패스하는 포워드로 재미를 붙인 현주엽은 이후 KTF 시절 애런 맥기, 게이브 미나케와 ‘덩어리 트리오’를 결성하며 잠시동안 리그에 돌풍을 일으키기도 한다. 지금이야 어지간한 가드못지않은 패싱센스를 자랑하는 포워드는 물론 대릴 먼로같은 ‘포인트 센터’도 있지만 당시로서는 흔하게 볼 수 없는 플레이였다.


양동근은 신인 시절부터 공수에서 밸런스가 잘 잡힌 가드로 평판이 높았지만 포인트가드로서의 시야나 리딩능력에서는 아쉬움을 많이 지적받았다. 커리어 초반부에는 특히 그랬다. 그런 양동근의 부족한 부분을 완벽히 메워주고 함께 우승까지 이끌었던 외국인선수가 바로 윌리엄스다. 윌리엄스의 존재로 인해 양동근은 자신이 잘하는 것 위주로 집중하면서 플레이 할 수 있었다. 더불어 그의 다양한 스킬을 옆에서 배우며 자신이 발전하는 자양분으로 삼았다.

 


최근 KBL에서 이같은 역대급 콤비를 언급하자면 서울 SK의 돌격대장 ‘플래시 썬’ 김선형(34‧187cm)과 주포 ‘잠실 워니’ 자밀 워니(29‧199cm)를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다. 둘이 어떤 선수인지는 구태여 지난 시즌까지의 화려했던 각종 수상 기록을 언급할 필요도 없다. SK는 올시즌 정규리그에서 3위에 그쳤음에도 불구하고 김선형과 워니가 나란히 정규리그 MVP와 외국인선수 MVP에 등극했다.


3위팀에서 동반 MVP가 나온것은 사상 최초다. 얼마만큼 이들이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 시즌 통합 우승에 빛나는 디펜딩 챔피언 SK는 올시즌 살림꾼 안영준(27‧194.1cm)이 군복무로 인해 라인업에서 빠지고 최준용(28‧200.2cm) 또한 부상 등으로 인해 결장이 잦아지는 등 제대로 뛰지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김선형과 워니는 흔들리지않고 여전한 기량을 선보이며 팀 공격의 주축을 맡았다. 덕분에 SK는 초반 부진을 딛고 막판까지 4강 직행을 놓고 2위 싸움을 벌일 수 있었다. 사실 김선형과 워니는 앞서 언급한 콤비들과는 다소 색깔이 다르다. 그들이 ‘장점을 주고받고, 단점을 커버하는’ 실과 바늘같은 느낌이라면 김선형, 워니는 ‘원투펀치’에 가깝다.


서로를 의식하고 합을 맞추기보다는 둘다 자신의 영역에서 아주 잘하고 있는데, 그런 가운데 자연스레 시너지가 나고있는 모습이다. 거기에 큰 경기에서 더욱 강한 승부사 기질까지 갖추고있는지라 둘다 한꺼번에 집중하게되면 제대로 막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강력한 에이스 둘에 더해 거기에서 만들어지는 공격 파생효과까지 매우 높기 때문이다.


3연승으로 마무리지어버린 KCC와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도 이들의 위력은 단연 빛났다. 김선형은 평균 11.4득점, 5.7리바운드, 10.3어시스트로 야전사령관 역할을 확실히 해줬으며 워니 또한 평균 25.3득점, 10.3리바운드, 3.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주포로 맹활약했다. KCC는 이들을 막는데 총력을 기울였지만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고 거기에 더해 빈틈을 파고드는 허일영의 3점슛과 최부경의 받아먹기까지 허용하며 무릎을 꿇고말았다.


SK의 다음 상대는 정규리그 2위 창원 LG다. SK는 정규리그 막판까지 LG와 순위 경쟁을 벌였으나 간발의 차이로 4강 직행이 걸린 2위 자리를 내준바 있다. 풍부한 가용인원을 내세워 변화무쌍한 로테이션을 자랑하는데, 체력전에서 자신이 있다보니 수비적인 부분에서 강점이 크다. 올시즌 정규리그 맞대결에서는 3승 3패로 팽팽했다.


수비의 핵심중 한명인 아셈 마레이(31·202㎝)가 부상으로 나올 수 없게 됐지만 워낙 선수층이 두텁고 새로이 합류한 대체 외국인선수가 심상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지라 여전히 우승을 노릴만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6강에서 거칠 것 없는 위용을 뽐낸 김선형-워니 원투펀치가 송골매 사단과의 4강전에서도 펄펄 날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KBL 제공, 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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