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서 34곳 '쇠구슬 테러' 40대 남성 구속…"깡통 쏘다 싫증 나서"

▲ 쇠구슬 맞은 인천 고층아파트 유리창. 위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1년 넘게 고층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며 새총으로 쇠구슬을 쏴 가정집 30여 곳에 피해를 입힌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경기 부천 원미경찰서는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40대 남성 A 씨를 구속했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지난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경기 부천시의 4개 아파트 단지에서 가정집 30곳과 공용 창문 4곳 등 34곳을 향해 새총으로 지름 7∼8㎜ 쇠구슬을 쏴 유리창을 깨뜨린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피해 세대는 모두 20층 이상의 고층이었는데, 이 가운데 20곳은 A 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의 이웃집이었습니다.

A 씨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 옥상과 인근 상가 건물 옥상, 공원 등 다양한 곳을 돌아다니면서 고층 아파트에 쇠구슬을 쏜 걸로 조사됐습니다.

경찰은 최초 피해 신고가 접수되자 현장 인근에 CCTV를 설치하고 잠복 수사에 나섰습니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발사 지점을 예상하는 감정 작업을 의뢰해 의심 세대 1천여 곳을 추려낸 뒤 쇠구슬 구매 이력을 모두 조회한 끝에 A 씨를 붙잡았습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처음에는 한적한 공터 같은 곳에다 깡통을 세워놓고 새총을 쐈다"며 "그러다 싫증이 느껴져서 아파트 고층에 쇠구슬을 쐈고 범행에 쓴 새총은 무서워서 버렸다"고 진술했습니다.

별다른 직업이 없는 A 씨는 지난 2년간 인터넷으로 지름 7∼8㎜ 쇠구슬 1천여 개를 주문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경찰은 차량 압수수색을 통해 쇠구슬 백여 개와 직접 깎아 만든 나무 새총을 확보했습니다.

경찰은 "주민들이 피해 사실을 뒤늦게 알고 신고한 경우가 많은 데다 피해 단지에만 수만 가구가 살고 있어 여러 수사 기법을 통해 의심 세대를 특정했다"며 "피의자를 내일(11일)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진=독자 제공, 연합뉴스)

김형래 기자mrae@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