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근, 숙성회처럼 진한 '국민 일꾼'의 향기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2023. 4. 10. 12: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사진=채널A 방송화면

공개 코미디 '개그 콘서트'에서 버라이어티로 넘어온 이수근이 존재감을 각인시킨 건 '국민 일꾼'이라는 수식이었다. 반려견 상근이보다도 인지도가 밀렸던 이수근은 웃기려고 조급해하기보다는 다른 분야에 집중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캐릭터가 형성되고 자신감이 생기자 웃음도 자연스레 따라왔다.  

'국민일꾼' 캐릭터는 '신서유기' 시리즈의 외전인 '강식당'에서도 계속됐다. 제작진마저 "'강식당'의 문제점은 이수근이 1명이라는 것"이라고 밝힐 정도였다. 이수근의 공식 직함은 '설거지 총 책임자'지만 설거지뿐만 아니라 재료 준비, 손님 응대, 청소 등 각종 잡무와 여러 돌발 상황에도 대처하며 식당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했다. 내친김에 이수근은 홀로 식당까지 운영하는 '나 홀로 이식당'까지 운영하며 캐릭터를 굳혀나갔다.

채널A '도시 횟집'에서도 이수근의 캐릭터는 이어졌다. 음식을 만드는 이태곤, 이경규, 김준현과 손님을 응대하는 이덕화, 윤세아는 모두 식당 운영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유일하게 식당 예능을 경험해본 이수근은 홀 서빙을 비롯해 손님 응대, 설거지 심지어 부족한 식자재를 위한 낚시까지 하며 자신의 경험을 아낌없이 활용했다. 

/사진=채널A 방송화면

식당 예능에서 가장 흔히 발생하는 문제점은 밀려드는 손님으로 주문이 꼬이고 그로 인해 손님이 기다리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식당 운영에 익숙하지 않은 연예인들은 손님의 존재를 쉽게 잊고 할 일에만 몰두한다. 그렇게 하더라도 기존 식당처럼 속도를 맞추기는 어렵다. 손님 역시 식당 예능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참을성을 발휘하지만 기다림이 길어지면 불안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럴 때 출연진과 손님이 기댈 수 있는 존재가 경력직 이수근이다. 이수근은 홀 내부의 상황을 파악할 수 없는 이경규와 김준현에게 상황을 공유하며 그들을 안심시킨다. 손님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말을 걸며 긴장을 풀어준다. 이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서두르지 않는다는 인상 때문이다. 차분한 말투와 서글서글한 인상의 이수근은 여유 있는 모습으로 출연진들을 진정시키고 손님들을 안심시킨다. 

이수근의 경력직의 향기는 식당 운영 중이 아닌 식당 운영 전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청자들에게 추억을 주는 것이 주 목적인 식당 예능에서는 독특한 메뉴 이름도 기억에 남는다. 앞서 '강식당'을 통해 다양한 메뉴를 작명했던 이수근은 '도시 횟집'에서도 '고니고니회' '규자미구이' '115 매운탕' 등 다양한 메뉴를 주도적으로 만들었다. 

가격을 정할 때에도 이수근의 오랜 경험이 드러났다. 과거 돈가스를 판매했던 '강식당'을 준비할 당시 이수근은 '우리들의 가격이 방송 이후 기준이 될 수 있다'며 현실적인 가격을 주장했다. 이벤트 성을 강조해 저렴한 가격을 책정했다가 돈가스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고급 어종이 메뉴로 나오는 '도시 횟집'에서는 시청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선으로 금액을 조율했다. 그 결과 '도시 횟집'은 음식 가격 대신 자발적인 후원금을 받는 것으로 결정됐고 그 후원금은 치어방류를 위한 기금으로 사용된다. 

식당 예능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재미는 '날 것'의 리액션이다. 식당 운영에 서툰 출연자들이 다양한 상황을 마주하며 보여주는  모습은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다만, 모든 출연자가 날 것의 리액션만 보여주면 쉽게 질릴 수 있다. 중간중간 경험있는 출연진이 있어야 현실적인 상황도 조율되고 다른 출연자들의 신선한 매력도 배가된다. 날 것의 리액션을 보여주는 출연진이 갓 잡은 활어회라면 경력있는 출연진은 숙성회라고 할 수 있다. 경력직 이수근은 '도시 횟집'의 유일한 숙성회가 되어 다른 출연자들을 감싸주고 그들의 매력이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주고 있다. 
 

Copyright © ize & iz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