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대만 문제, 美·中 추종 말아야"…유럽 전략적 자율성 강조

"대만 위기 고조 유럽에 이익 안 돼"
SCMP "EU의 중국 접근법에 균열"

[홍콩=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대만 문제에 있어 유럽은 미국이나 중국 어느 쪽도 따라선 안 된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마크롱 대통령이 미국 주도의 대중 견제 전략에 선을 긋는 모양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AFP)

9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방중 후 프랑스로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진행된 언론 인터뷰에서 유럽이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대만을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대립에 말려드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만의 위기가 고조되는 것이 유럽에 이익이 되나. 그렇지 않다”라며 “더 나쁜 것은 이 문제에 대해 유럽이 그저 추종자일 뿐이라고 생각해 미국이 제기하는 의제나 중국의 과민 반응에 (어떻게 대응할지) 힌트를 얻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유럽이 직면한 큰 위험은 우리의 것이 아닌 위기에 휘말려 전략적 자율성을 구축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두 초강대국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면 우리는 전략적 자치권을 확보할 시간도 자원도 없을 것이며 결국 속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만 문제에 대해 심도 있고 솔직한 논의를 나눴다고 프랑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이 우크라이나 위기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대만 문제에 대해 ‘당신들이 잘못하면 우리가 있을(개입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나”라며, 긴장을 고조시키길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런 식으로 행동해선 안된다고 부연했다.

이 밖에도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은 방위 산업에 더 많은 자금을 지원하고, 원자력 및 재생 에너지를 개발하며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해 온 그의 주장의 연장선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을 화나게 할 위험이 있으며 중국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접근법에 분열이 있음을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한편 폴리티코는 마크롱 대통령이 대만 문제와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에 대해 더 솔직하게 말했지만, 프랑스 대통령실이 인터뷰를 사전 점검하는 과정에서 일부 교정됐다고 부연했다.

김겨레 (re9709@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