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면]손흥민의 '가랑이 패스'는 정말 우연한 행운일까
오광춘 기자 2023. 4. 10. 12:23
후반 34분. 브라이턴의 공격이 끊겼습니다. 브라이턴 미토마가 발뒤꿈치로 툭 건네려던 공은 토트넘 로메로의 발에 걸려들었죠. 공을 빼앗은 로메로는 오른쪽 측면의 손흥민을 봤습니다. 공을 건네받자마자 손흥민은 오른발로 한번 짧게 잡고선 바로 앞으로 찔러줬습니다. 그 공은 앞을 막아선 브라이턴 수비수 웹스터의 가랑이 사이를 통과해 호이비에르 발 앞으로 배달됐습니다. 그다음은 모두가 봤던 대로입니다. 호이비에르가 짧게 크로스한 공을 달려들던 케인이 욱여넣듯 오른발로 공을 강하게 차넣었죠. 이 득점 덕분에 토트넘은 브라이턴을 2대1로 이겼습니다.
100호 골의 기념비에 묻혔지만 브라이턴전에서 이 장면도 잊을 수 없습니다. 손흥민의 '가랑이 패스'가 또 나왔습니다. 절묘했죠. 역습의 박자를 살리는 간결한 한 번의 터치, 그리고 리듬을 놓치지 않은 발빠른 패스가 이어졌습니다. 공을 잡고서 곧바로 패스한 것도, 또 패스의 방향이 상대 수비 발밑이었다는 게 놀라웠죠. 그 순간 손흥민을 막아서기 위해 달려들던 웹스터의 가랑이 사이를 봤던 것일까요. 그 허점을 의도적으로 파고들었던 것일까요. 아니면 우연히 찾아온 행운일까요. 결과적으로 이 패스가 토트넘 승리의 기점이었습니다.
2022 월드컵 포르투갈전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다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60m 정도를 질주했고 수비수 3명이 막아서자 옆에서 뛰어들어가는 황희찬을 향해 가랑이 패스를 했던 그 순간 말이죠. 황희찬의 골이 터져 결국 우리 축구의 16강 꿈이 실현됐죠. 그때 손흥민이 선택한 잠깐의 정지, 그리고 수비수 다리 사이를 공략했던 패스는 월드컵의 결정적 장면으로 남았습니다. 당시 ESPN은 '이 순간이 축구 지능, 평정심, 자신감, 그리고 동료에 대한 믿음의 총합이었고 이것들이 좋은 선수와 위대한 선수를 가르는 일종의 작은 순간'이라 평가했었죠.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손흥민의 패스는 몇번씩 그 순간을 돌려보게 합니다. 우연한 행운인지, 의도한 기술인지 모를 의문을 남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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