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마약음료’ 피의자 일부, 보이스피싱 조직 연관···보이스피싱 조직이 마약 활용해 벌인 보이스피싱 범죄
서울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범행 중간책 2명과 시음회 현장에서 음료를 나눠준 아르바이트생 중 1명이 보이스피싱 조직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정황을 포착했다. 또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중국 소재 한국인 2명을 지시책으로 특정해 수사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마약을 활용해 벌인 보이스피싱 범죄임이 뚜렷해진 것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10일 “중국에서 지시를 한 혐의를 받는 지시책 A씨 등 피의자 2명을 보이스피싱 조직 일원으로 추정, 수사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체포영장 발부, 여권 무효화를 비롯한 국제 공조수사 요청 등 수사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중간책 B·C씨가 보이스피싱 조직과 연관된 정황도 포착했다. 법원은 이날 “증거인멸이 우려된다”며 두 사람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의 지시를 받고 마약음료를 제조한 B씨는 판촉 행사 전 중국에서 빈 병과 10개들이로 소분하는 박스, 판촉물, 인형 등을 배달받았다. 경찰은 B씨가 소위 ‘던지기 수법’으로 공급된 필로폰을 받았다고 보고 마약 입수 경위를 수사 중이다. B씨는 과거 보이스피싱 사건에 연루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화번호 발신 번호를 변경하는 중계기를 설치·운영한 혐의를 받는 C씨의 자택에서는 노트북 6대, USB 모뎀 97개, 유심 368개가 압수됐다. 해당 모뎀에서 사용된 일부 번호에서는 총 14건의 보이스피싱 발생 신고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보이스피싱 사건의 피해 금액은 1억여원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 3일 시음회 현장에서 음료를 나눠준 아르바이트생 중 20대 여성 피의자 D씨가 과거 대면형 보이스피싱 수거책으로 활동한 사실도 파악했다. D씨는 현재까지 총 2억여원의 피해금액이 발생한 11건의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건 활동했던 전력으로 미뤄봤을 때 보이스피싱 조직이 ‘이번에도 해볼 것이냐’ 제안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했다. 나머지 피의자 3명은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된 마약 음료 100병 중 해당 시음행사에서 배포된 것은 18병이다. 아르바이트생 피의자 중 2명이 각 1병씩 마신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미개봉된 36병을 압수했고, 남은 44병은 중국 측 조직원이 폐기를 지시해 아르바이트생들이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시음행사 당일 “구매 의향 조사에 필요하다”며 음료를 마신 학생들로부터 부모 연락처를 받아갔다. 이후 피해 학생 부모들은 “자녀가 마약을 복용했다고 신고할 것”이라는 협박 전화 및 문자를 받았다. 협박 피해 신고 건수는 총 7건이다. 그중 1건은 1억원을 대가로 요구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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