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로 돌아온 이승엽의 ‘참을 인’ 3번
6회말 1사 1루, 두산 박치국이 마운드에 올랐다. KIA 변우혁을 10구 승부 끝에 중견수 뜬공으로 잡았고, 김호령까지 우익수 뜬공으로 마무리했다. 7회말 2사 3루에서는 최지강에 이어 정철원이 올라와 1.1이닝을 틀어막았고, 마지막 9회는 마무리투수 홍건희가 정리했다. 박치국에서 정철원, 그리고 홍건희로 이어지는 필승조를 앞세워 두산이 8일 열린 광주 KIA 원정경기에서 3-2로 신승했다.
바로 전날 두산은 KIA에 9회말 끝내기 안타를 맞고 1점차로 패했다. 9회초 김재환의 2점 홈런으로 가까스로 동점을 만들었지만, 9회말 바로 점수를 내줬다.
이승엽 감독은 승부를 볼 수 있는 마지막 이닝 필승조 가운데 누구도 마운드에 올리지 않았다. 박치국, 정철원 모두 6일과 7일 공을 던졌다. 홍건희도 마찬가지였다. 시즌 초반 3연투는 과하다고 판단했다. 이승엽 감독은 8일 경기전 “참고, 참고, 또 참았다”면서 “정철원과 박치국은 연투를 해서 못나가는 상황이었다. 세이브 상황이었으면 홍건희를 올릴 생각이었지만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장 급하면 올릴 수는 있지만 장기레이스에서 무리시키면 안된다. 5월, 6월, 7월, 8월이 힘들다”고 말했다.
두산은 지난해 9위 추락 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성적이 나온 만큼 불펜 투수들의 부담 또한 작지 않았다. 박치국 등 주요 불펜 투수들은 지난해 부상 여파로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 그 공백 만큼 정철원, 김명신, 홍건희 등 남은 투수들이 더 많이 던져야 했다. 지난 시즌 정철원은 72.2이닝을 던졌다. 김명신은 79.2이닝을 던졌다. 한 팀에서 불펜 70이닝 2명이 나온 건 두산 뿐이었다. 햄스트링과 담 통증으로 한동안 엔트리에서 빠졌던 홍건희도 62이닝을 던졌다. 그럼에도 지난 시즌 두산 구원진 평균자책은 4.82에 그쳤다. 10개 구단 중 2번째로 높았다.
이 감독의 ‘참을 인’ 3번이 바로 다음날 1점차 승리로 돌아왔다. 하루 휴식을 취한 필승조들이 상대 추격을 막았다. “오늘은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던 감독의 의지를 선수들이 잘 받아줬다. 이승엽 감독의 인내가 반격의 승리로 연결됐다. 그리고 이 감독은 그 이상의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시즌은 길다. 멀리봐야 한다”는 게 이 감독의 생각이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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