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대치동 마약 시음회, 보이스피싱 조직과 밀접하게 연관”

김수경 기자 2023. 4. 1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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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에 ‘마약 음료’를 주의하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3.4.9/뉴스1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학생들을 겨냥한 마약 시음회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기존 보이스피싱 조직과 밀접하게 연계돼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10일 오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마약 음료를 학생들에게 나눠줬던 4명 중 1명은 과거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대면 수거책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었다고 밝혔다. A씨가 과거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지시를 받고 현금 등을 갈취한 피해 내역만 11건으로, 피해액수는 약 2억원 정도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번 시음회도 과거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했을 때 알고 지내던 인물이 알바 일자리를 제안한 것이었다.

강원 원주시에서 음료통 등을 중국으로부터 국제택배로 받아 음료를 제조한 길모씨도 보이스피싱과 연루돼있는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길씨는 중국으로부터 플라스틱 음료병 100개와 10개 들이 소분박스, 인형 등 판촉물 등을 넘겨받은 뒤 우유와 마약을 섞어 음료를 만들었다.

시음회를 계획·지시한 일당은 보이스피싱 조직과 마찬가지로 중계기를 사용해 전화번호를 교란해 피해자들에게 협박 전화를 하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 중계기를 운영해 온 인물도 경찰 조사에서 “보이스피싱에 사용된다는 것 알고 하루에 10만원을 받기로 했다”고 진술했다. 해당 중계기로 IP(인터넷 주소)를 분석한 결과, 과거 같은 번호로 벌어진 보이스피싱 사건이 14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계기 운영자는 중국에 있는 총책으로부터 총 2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경찰 조사결과 이들 일당이 제조한 마약 음료는 총 100병으로, 이 중 학생들에게 나눠준 것은 18병이고, 알바생으로 활동한 4명 중 2명이 마약이 든 줄 모르고 맛을 보기 위해 2병을 마셨으며, 미개봉 상태로 압수된 것이 36병이며 폐기했다고 진술한 것이 44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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