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IA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 파장… '한미동맹'엔 영향 없나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오는 26일 미국 국빈 방문 및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바로 우리 당국자들에 대한 미 정보기관의 불법 도·감청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미 뉴욕타임스(NYT)·워싱턴포스트(WP) 등의 관련 보도 내용은 그간 '굳건한 한미동맹'을 강조해온 우리 정부 입장에선 가히 '충격적'이다.
외신 보도를 종합해보면 최근 소셜미디어(SNS)에 사진 파일 형태로 대량 유출된 미 국방부 기밀문서 중엔 미 중앙정보국(CIA)이 우리나라와 영국·이스라엘 등 주요 동맹·우방국을 대상으로 우크라이나 지원 동향에 관한 정보를 '음성적' 방법으로 수집한 정황이 담겨 있다.
일부 문서에 해당 정보의 출처가 특수 장비 등을 활용해 통신·통화 내용을 감청한 '신호 정보(SIGINT·시긴트) 보고'라고 명시돼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정부와 관련된 문서엔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 등의 대화 내용까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전문가들은 "진상 규명이 먼저"라면서도 미 CIA 등의 도·감청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한미관계에 심각한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 측 기밀문서에 포함돼 있다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관련 내용은 현재의 한미 간 소통채널을 통해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것"이라며 "굳이 감청할 필요가 없는 사안인데도 미국이 그렇게 했다면 양국 간 신뢰에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미국이 '동맹국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여론의 비난을 부를 가능성이 큰 사안"이라며 "이 문제는 우리 내부적으로도 '공조자 색출' 등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과연 미국이 한국의 '1급 기관'을 대상으로 일방적으로, 홀로 감청하는 게 가능했을까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미국의 향후 대응과 관련해선 "CIA 등이 국가안보 관련 사항이라며 (정보 수집 절차 등을)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치열한 법리 공방이 이어질 수도 있고, 어쩌면 미국 측이 (도·감청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김준형 사단법인 '외교광장' 이사장은 이번 논란에 대해 "우리 정부가 이미 항의했거나 미국이 비공개적으로 사과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중국 간 패권 경쟁 속에서 소위 '서방진영 결속'을 의식해 결국 미국이 이를 수습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도·감청 정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미국으로선 '재발 방지' 등을 약속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문제는 국내 여론 악화"라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특히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발표할 합의사항에 따라 '퍼주기'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나라의 무기 지원이 공개적으로 언급되면 파장이 클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이번 보도 논란 때문에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문제를) 공론화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어찌 보면 다행인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미국이 동맹국을 도·감청했다는 정황 자체는 충격"이라면서도 "현재까지는 보도만 나왔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포장'된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 센터장은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앞두고 이 사태가 조속히 원만하게 해결될 필요가 있다"며 "사실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명확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센터장은 "미국도 이번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공개하진 못하더라도 고위당국자 간 긴밀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며 "북한 문제 등 안보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한미동맹에 금이 가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현명하고 지혜로운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이번 논란과 관련과 관련해 전날 오후 "미국과 필요한 협의를 진행할 것"이란 입장을 내놨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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