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에 쪼개진 의료계…내일 민당정 간담회 해법찾기 가능할까
이행 시 의사 파업 이번이 4번째…여당 중재·대통령 선택에 달려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총 13개 보건의료 단체가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해, 이르면 이달 중 의료 대란이 우려된다.
정부와 여당이 직역 단체 의견을 듣고 중재안을 내겠다는 입장이지만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쉽지 않아 보인다. 야당은 13일 처리를 예고했고 의협 등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호소할 방침이다.
◇간호계 "대통령 공약, 간호법 제정해야 우수한 간호사가 현장에 남아"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사 관련 조항을 따로 떼어내 법제화했다. 간호사 업무범위를 명확히 하고 처우와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간호계의 최대 숙업사업이기도 하다.
대한간호협회를 주축으로 간호계는 간호법을 제정하고 간호사의 처우를 계속 개선해야, 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우수한 간호사가 의료현장에 남아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간호법 제정을 약속한 만큼 국회 본회의 통과 후 거부권(재의요구권)이 행사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간협은 간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날까지 매일 국회 앞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문화마당'을 개최할 계획이다.
의료법 개정안은 살인과 성범죄 등 중범죄를 저지르거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 면허를 최대 5년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의협, 그간 3번 파업…이번엔 요양보호 시스템도 마비 우려
그러나 의협 등 13개 보건의료 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 의료연대(의료연대)는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동안 의협은 지난 2000년(의약분업), 2014년(원격의료 반대), 2020년(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반대) 등 정부 정책에 반대해 총 3차례의 집단 의료 거부 행위를 한 바 있다.
이번에 시행될 경우 4번째 파업이 되는데 의사와 치과의사는 물론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간호조무사에 노인장기요양기관 등이 동참해 국내 보건의료, 요양보호 시스템이 마비될 가능성이 높다.
의료연대는 오는 16일 서울시청 앞에서 총궐기대회를 열 계획이다. 의료연대는 "간호법을 제정하면 보건의료 직역 간 분쟁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간호법은 간호사 특혜 법"이라고 주장한다.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의료연대는 "의료와 관련 없는 사소한 과실까지 포함해 면허취소 범위로 확대한다면 의료인은 환자를 위해 소신과 최선을 다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다는 구상이다. 박명하 의협 비대위원장은 "지금은 다른 직역들과 합의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단독으로 밀어붙이는 것이라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연대는 간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오는 25일 확대 연석회의를 열고 공동 총파업에 대한 세부안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갈등의 골 깊어진 의료계…관건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
이필수 의협 회장은 "정치권은 보건의료인 모두 헌신과 희생에 보상받을 권리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현행법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데 무리하게 추진하는 의도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간협 측은 "국민께서 의사 집단의 이기주의에 회초리를 들어야 할 때"라며 "간호법은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법이자 존엄한 돌봄을 위한 법"이라고 호소했다.
분위기가 심각해지자 정부와 여당은 오는 11일 민당정 간담회를 개최하고 중재안을 제시하겠다고 지난 9일 밝혔다.
그러나 갈등의 골이 깊은 의료계를 달랠 만한 중재안이 하루이틀 만에 나오기는 물리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간호법 제정 시기를 늦추거나 내용을 축소할 경우 간호계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다.
결과적으로 간호법과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대통령이 간호법을 수용할 경우 의사단체는 강력히 반발하고 집단휴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간호법을 거부할 경우 정부·여당과 간호계의 관계는 파탄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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