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의 韓 대통령실 도청 정황, 엄중 항의하고 재발 막아야

2023. 4. 1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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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불거진 미국의 한국 대통령실 도청 정황은 동맹의 신의를 의심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상당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이번에 유출된 부분은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

지난 2013년 미 정보 당국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휴대폰 도청설이 공개됐을 당시에 메르켈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항의 전화를 해 "앞으로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약속을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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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불거진 미국의 한국 대통령실 도청 정황은 동맹의 신의를 의심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상당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안이하게 대응할 경우 반미 선동의 불쏘시개가 될 수도 있는 만큼 정부가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보고 엄중하게 대응해야 한다. 미 언론에 따르면, SNS에 유출된 미 국방부 기밀 문건 100여 건은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기관들이 한국 등 동맹국들에서 수집한 우크라이나전쟁 관련 정보와 첩보 등이다. 공개 경위와 일부 내용에 석연찮은 부분도 있지만, 미 정보 당국 행태의 심각성을 희석시킬 정도는 아니다.

한국과 관련된 2개 문건에는, 지난 3월 초 미국이 요청하는 무기 제공 문제를 둘러싸고 김성한 당시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외교비서관 등 안보실 고위 관계자들의 언급이 구체적으로 나온다. 회의 내용이 통째로 도청됐을 개연성도 짚인다. 김 전 실장의 ‘155㎜ 포탄 33만 발 폴란드 판매 가능성 제안’ 언급 등은 우크라이나에 무기 직접 지원을 꺼리는 윤 정부의 기본 입장에 따른 것이다. 이번에 유출된 부분은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

몇 년 전의 일도 아니고 최근의 일이다. 미국 측의 분명한 경위 설명과 사과를 듣는 것은 기본이고, 믿을 만한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 지난 2013년 미 정보 당국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휴대폰 도청설이 공개됐을 당시에 메르켈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항의 전화를 해 “앞으로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약속을 받아냈다. 정치적 악용과 선동 등의 방지도 중요하다. 벌써 야당은 “미국의 명백한 주권침해”라고 주장하면서, 대통령실 이전 탓을 하며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보 전쟁에 우방과 적국이 따로 없다. 정보전에 뒤지지 않기 위해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제대로 점검해야 한다. 청와대의 용산 이전 과정에서 실제로 보안에 구멍이 뚫린 건 아닌지도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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