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은 표정관리, 제작진은 당황, 그래서 더 궁금한 '장사천재 백사장'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3. 4. 1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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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천재 백사장’, 난관에 부딪쳤을 때 백종원은 어떤 선택을 할까

[엔터미디어=정덕현] 장사 시작한 지 1시간 10분 만에 장사를 접는다? tvN 예능 <장사천재 백사장>이 모로코 마라케시의 야시장에서 시작한 첫 장사는 그렇게 끝을 맺었다. 사람들이 몰려 문정성시를 이루기 시작할 때 갑자기 불이 꺼졌고 야시장 관계자들이 장사 중단을 요구했다.

백종원도 제작진도 갑작스런 상황에 황당해했다. 그곳에서 장사하기 위해 야시장 한편에 장소를 잡았고, 3일 간 요리를 할 조리대들부터 식재료들까지 모두 현지에서 하나하나 구입하며 준비했다. 주문한 고기가 다른 부위로 도착해 백종원은 부랴부랴 불고기와 갈비탕으로 메뉴를 바꾸는 순발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한 첫 장사. 백종원은 고기를 굽는 퍼포먼스를 강조해 '보여주기식' 장사를 선보였지만 예상대로 눈치만 보며 손님들은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러다 한두 사람이 테이블에 앉기 시작하자 손님들이 몰려들었고 먹어본 음식에 반색했다. 그렇게 첫 날부터 대박을 치는가 싶었다.

하지만 모로코 마라케시의 낯선 야시장에서의 장사가 호락호락할 리가 없었다. 1시간 10분 만에 장사를 접고 터덜터덜 돌아온 백종원과 제작진은 모두 황당함과 허탈감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 제작진이 알아온 바에 따르면 장사를 못하게 한 이유는 음식에 대한 '불신'으로 누군가 신고를 했고, 야시장 관계자들은 혹여나 누군가 탈이라도 나면 그 피해가 야시장 전체로 퍼질 것을 우려해 장사 중단을 요구한 것이라고 했다.

그다지 설득력이 있는 이유는 아니었다. 백종원은 그것이 일종의 현지 '텃세'라는 걸 직감했다. 그래서 야시장이 어렵다면 다른 곳에서라도 장사를 할 수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인터뷰를 통해 백종원은 화가 많이 났지만 표정관리를 했다고 했다. 그래서 장사를 접을 때도 애써 웃으며 "굿 테스트"라고 그 상황을 받아들이려 했다.

<장사천재 백사장>이 애초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이러한 난관들은 저 <서진이네>와는 사뭇 다른 서사의 방향성을 보여줬다. 애초부터 모로코 낯선 곳에서 맨 땅에 헤딩하는 장사를 백종원이 하나하나 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겠다는 기획의도부터 어쩌면 이러한 방향성은 어느 정도 예고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한식을 현지에 맞게 선보이고 그 반응을 보는 것이 <서진이네>나 과거 <현지에서 먹힐까?> 같은 프로그램들이 시도했던 것이라면, <장사천재 백사장>은 현지에서 맞닥뜨리는 일종의 미션들을 백종원이 어떻게 하나씩 넘어가는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의외로 터지는 난관들은 백종원은 물론이고 제작진마저 당황하게 만들었지만, 그 상황에서 백종원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다음 날 야시장에서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제작진은 백방으로 수소문해 한 가게를 섭외했고, 그 가게에서 '테스트'가 아닌 진짜 장사를 시작했다. 먼저 야시장과는 다른 그 곳에의 상권 분석을 해야 했다. 전날 야시장에서는 40DH(약 5200원)에 팔았는데 그곳에서는 빵 하나에 1DH일 정도로 가격이 낮았다. 그러니 가격 책정부터 새로 해야 장사를 할 수 있었다.

백종원은 가격 책정을 위한 아이디어를 냈다. 가게 앞에서 고기를 굽기 시작하자 몰려들어 관심을 보이는 이들에게 이벤트라며 가격 맞추기를 퀴즈로 제안한 것. 마치 정해놓은 가격이 있는 것처럼 꾸몄지만 실은 적정 가격을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결정된 가격이 20DH. 본격적인 장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가격이 생각보다 높다는 걸 알게 된 현지인들 중 아이들은 다 떠나가 버리고 다시 가게 앞이 텅 비게 되었을 때 백종원은 손님도 없는데 갑자기 고기를 더 굽기 시작했다. 장사가 안될 때 무언가 더 부산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고기 굽는 냄새를 널리 퍼뜨리기 위해 선풍기까지 동원했다. 결국 그의 예상대로 손님들이 다시 몰려들었고 백종원표 불고기버거가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과연 앞으로 또 어떤 예기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게 될까. 그리고 그러한 난관 속에서 백종원은 어떤 선택을 통해 그 어려움을 극복해나갈까. 첫날부터 현지의 텃세를 톡톡히 경험한 <장사천재 백사장>은 그래서 지금까지 봐왔던 해외에서 한식을 장사하는 콘셉트의 예능 프로그램들과는 사뭇 다른 서사의 궁금증을 야기한다. 백전노장이라도 당황케 하는 상황 속에서 백종원이 어떤 장사의 자잘한 노하우들을 보여줄까 하는 궁금증과 기대감이 그것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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