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바람, 불륜녀에게 모든 책임 물을 수 있을까?…法 "그건 안돼"[사랑과전쟁]

"배우자 책임부분까지 인정하면 구상금 소송 진행 가능성"
"부부공동생활 조속한 회복·안정에 오히려 방해되는 결과"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배우자와 바람을 핀 상간자에게 불륜에 대한 모든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1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여성 A씨는 지난해 남편이 바람을 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상간녀인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남편과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A씨는 B씨에게 소송을 제기하며 “남편 C씨와 B씨의 불륜으로 발생한 정신적 손해에 대해 B씨와 C씨의 공동책임을 구한다”고 주장했다.

즉, 상간녀 B씨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남편 C씨와 B씨의 불륜으로 인한 모든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액을 책정하되, 향후 C씨가 B씨에게 구상금을 청구하면 된다는 주장이었다.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A씨가 청구한 3000만원 중 1000만원만을 배상액으로 인정했다.

법원은 “유책배우자의 부담부분까지 전체 위자료를 B씨에게 배상하게 된다면 B씨로선 그 손해를 배상한 다음 다시 C씨에게 부담분을 구상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가 유책배우자인 C씨에게 배상책임을 묻지 않고 있음에도 구상책임 비율을 따지는 소송이 진행된다면 C씨와 B씨가 서로 구상비율을 따져 묻거나 동시에 같은 법정에 서게 되는 등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며 “부부공동생활의 조속한 회복 및 안정을 방해하는 결과가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A씨가 설령 유책배우자인 C씨와 이혼 예정이라고 하더라도 이혼과정에서 부정행위에 관한 위자료가 충분히 고려될 수 있다”며 “유책배우자와 상간자의 불법행위는 그 본질이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책배우자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채 상간자에게만 손해배상청구를 하고 이후에 별도의 구상금 청구 소송이 이뤄진다면 사건의 실체와 본질이 왜곡될 가능성이 농후해 부당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결국 부부관계의 특성상 손해배상이나 구상관계를 일거에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에 있어서 A씨가 입은 전체 정신적 손해액 중 유책배우자에 대한 부분을 제외한 B씨의 부담부분에 해당하는 위자료 액수만의 지급을 명하도록 제한할 수 있따고 해석하는 것이 손해배상제도의 근본취지 및 형평의 원칙에 비춰 타당하다”고 고 판단했다.

한광범 (totoro@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