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회 백상] 이경성부터 노윤서까지..폭 넓은 연령대 'TV 신인연기상' 격돌
중고신인의 발견이냐, 샛별의 등장이냐
단박에 작품의 흥행과 눈에 띄는 캐릭터를 만나 존재감을 드러내는 배우도 있고 차근차근 한 단계씩 밟아 성장해 온 케이스도 있다. 이번 백상예술대상에선 중고 신인과 샛별의 대결이 펼쳐진다.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학교폭력 가해자 중 하나인 손명오 역을 소화한 김건우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수석 출신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방송가에선 좀처럼 빛을 보지 못했다. 2017년 KBS 2TV 드라마 '쌈, 마이웨이'로 데뷔, MBC '나쁜 형사'에서 악랄한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이후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던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으니 바로 '더 글로리'였다. 연기를 그만할까 하던 순간에 손명오를 만나 악역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어디엔가 있는 양아치 느낌을 살리기 위해 걸음걸이, 소주 마시는 장면, 앉아있는 자세까지 연구한 김건우는 '생활밀착형 양아치'로 몰입도를 높였다.
ENA 드라마 '신병'으로 주목을 받은 김민호도 중고 신인 중 하나다. 2013년 tvN 드라마 '몬스타'로 데뷔한 그는 무려 10년 만에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에 이름을 올렸다. '신병'은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둔 작품이다. 군수저 신병이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는데, 김민호는 극 중 사단장 아들이면서도 평범한 군 생활을 꿈꾸는 어리바리한 신병 박민석 역을 맡았다. 소심한 아이를 표현하기 위해, 성대에도 살찐 목소리가 필요해 5kg을 증량했다는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해 '캐릭터와 착붙'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문상민은 tvN 드라마 '슈룹'의 최대 수혜자다. 최고 시청률 16.8%(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의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둔 이 작품에서 성남대군을 연기했다. 안면 부상에도 불구하고 연기 열정을 이어갔다. 훈훈한 외모에 모델과 출신다운 190cm의 훤칠한 키와 비율, 매력적인 목소리, 안정적인 연기력까지 갖추고 있다는 호평 속 상승세를 탔다. 이에 힘입어 12월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드라마 배우 브랜드평판 3위에 랭크됐다. '이런 아들을 낳고 싶다'라는 바람을 불러 모으기도 했다.
지난해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를 들썩이게 만든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가 있다. 바로 '권모술수 권민우'를 소화한 배우 주종혁이다. 권모술수에 능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분노 지수를 높이다가 후반부 개과천선한 모습으로 지지를 받은 인물이었다. 2015년 영화 '몽마'로 데뷔해 8년 만에 백상예술대상 신인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느리지만 꾸준한 성장을 보인 그는 이제 당당하게 후보로 참석한다.
연기 베테랑의 TV 도전이냐, 흥행 주역의 힘이냐
올해 TV 부문 여자 신인연기상 후보들 역시 남자 신인연기상에 버금갈 만큼 다채로운 연령대와 연기 경력을 자랑한다. 50대 맏언니부터 20대 막내까지 세대를 아우른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의 트로피 경쟁이 벌써부터 흥미진진하다.
'더 글로리'에서 학교 폭력 가해자이자 술과 마약에 중독된 약쟁이 예술가 이사라 역을 맛깔나게 연기한 배우 김히어라가 연기 베테랑 면모를 앞세워 백상 신인연기상 후보에 올랐다. 2009년 뮤지컬 '잭 더 리퍼'로 데뷔해 무대에선 친숙하지만 드라마로 활동 영역을 넓힌 건 3년 차 신인이다. '더 글로리'가 가장 큰 비중을 소화한 역할이었는데 맡은 바 그 이상을 보여줬다. 초점 없이 멍한 눈빛, 두서없이 말하는 습관 등 환각에 빠진 모습을 소름 끼치게 표현했다. 비흡연자인데 마약 중독 연기를 위해 담배까지 배웠다는 그녀의 노력이 깃든 열연이었다.
노윤서는 지난해 맹활약을 펼친 신예다.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로 데뷔해 '일타 스캔들'로 이어진 흥행 가도를 달렸다. 청순한 외모에 안정적인 연기력까지 갖춰 떠오르는 샛별에 자리매김했다. '우리들의 블루스'에선 공부 잘하고 얼굴 예쁜 전교 1등이지만 알고 보면 누구보다 잘 노는 날라리이자 하루빨리 제주를 떠나 서울로 탈출하고 싶어 하는 방영주 역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고교생이 임신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담았고 그 안에서의 섬세한 감정 연기를 풀어내 호평을 받았다. '일타 스캔들'에서도 엄마 전도연(남행선)의 연애를 돕는 핵심 키로 활약했다. 샛별의 싱그러운 에너지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정말 산포에 사는 아줌마를 데려온 것 같다'라는 호평을 받은 연기 경력 37년 차의 베테랑이 이번 백상예술대상 신인여자연기상 후보로 시상식을 찾는다. 연극판에서는 알아주는 연기파 배우지만 그녀의 드라마 데뷔작은 '나의 해방일지'다. 비슷한 옷을 입고 밭일이나 집안일을 하고 트럭을 타고 오가는 장면의 연속이었지만 극 안의 진짜 곽혜숙으로 살았다. 염가네 식구들 사이에서 든든한 중심을 지켜줬고 딸의 아픔을 알고 자책하며 골목길을 걷다가 우는 뒷모습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주현영은 지난해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여자 예능상 트로피의 주인공이었다. 올해는 여자 예능상 후보에 이어 여자 신인연기상 두 부문 후보에 올라 대세 행보를 보여준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박은빈(우영우)의 절친 동그라미 역으로 등장해 인사법부터 화제를 모은 주인공. 캐릭터에 대한 부담과 어려움으로 시작했지만 인위적이지 않고 힐링을 전해주는 캐릭터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본인이 만든 인사법으로 화제몰이까지 성공한 능력자다. 패러디 영상이 쏟아지며 드라마 팬덤 형성에 기여했다. 코미디 장르뿐 아니라 정극도 가능하다는 걸 입증했다.
하윤경도 주현영에 이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시청자들에 뇌리에 박힌 배우다. 그녀를 연상시키는 수식어가 있으니 바로 '봄날의 햇살'이다. 우영우의 로스쿨 동기이자 한바다 동료 최수연으로 분한 그는 우영우에게 따끔한 조언과 따뜻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특유의 똑 부러지는 말투와 단단하면서도 따뜻한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흔하게 나오는 주인공 친구 역할이 아닌 볼수록 인간적 매력이 묻어 나오는 최수연을 완성했다. 2015년 국립극단 청소년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로 데뷔해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그는 꿈에 그리던 백상 레드카펫을 밟는다.
'59회 백상예술대상'은 2022년 4월 1일부터 2023년 3월 31일까지 지상파·종편·케이블·OTT·웹에서 제공된 콘텐트나 같은 시기 국내에서 공개한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TV·영화·연극을 아우르는 국내 유일무이 종합 예술 시상식인 백상예술대상은 4월 28일 오후 5시 30분부터 JTBC·JTBC2·JTBC4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틱톡에서 디지털 생중계된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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