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총 진열하고 10만명분 마약 밀수…검·경·관세청, 전면전 선포

■‘흉포화’ 마약범죄 대응 강화
大檢, 식약처·교육부·서울시 등
유관기관 협의해 ‘특수본’ 구성
청소년 대상 마약공급 중점수사
마약 밀수범 주거지 급습해보니
거실 테이블에 총기 6정 진열해
10만명 동시 투입 필로폰 압수

총·필로폰 함께 압수... 마약과 함께 권총과 실탄까지 국내로 밀수한 마약 판매상 출신 미국 영주권자를 구속 기소한 검찰이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마약 및 총기류 동시 밀수, 국내 최초 적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정부가 그동안 양분된 검찰과 경찰의 마약 수사를 묶어 기존보다 10배 늘어난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를 10일 구성키로 한 것은 역대 최악에 이르는 마약 확산 세에 더해 최근 강남 마약 음료 사건처럼 마약을 활용한 보이스피싱 범죄와 필로폰과 총기 동시 밀수 등 관련 2차 범죄가 지능화·흉포화되고 있다는 강한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는 검찰 인력 377명과 경찰 371명, 관세청 92명 등 마약 수사 전담인력 840명으로 구성됐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형사국장이 공동본부장을 맡게 된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월 경찰을 제외한 전국 4대 권역(서울중앙지검·인천지검·부산지검·광주지검)에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을 꾸린 바 있다. 검찰의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은 특별수사본부 아래 흡수된다. 이번 특별수사본부 구성으로 검찰과 경찰의 공조를 대폭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대검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세청, 식품의약품안전처, 교육부, 서울시 등으로 구성된 마약범죄 대응 유관 기관 협의회는 이날 오전 회의를 연 뒤 “여러 기관이 각자 수사해도 근절하기 어려운 마약범죄에 적극 대응하고자 범정부 역량을 결집해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키로 했다”고 밝혔다.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향후 중점 수사 대상으로 △청소년 대상 마약 공급 △인터넷 마약 유통 △마약 밀수출·입 △의료용 마약류 제조·유통 등 4가지를 꼽았다. 특히 특별수사본부는 이 중 첫 번째 우선순위로 청소년 대상 마약 공급을 꼽았다. 최근 마약범죄의 폭증이 개인 중독의 문제를 넘어 불특정 청소년을 상대로 마약류를 음용하게 한 후, 이를 빌미로 부모로부터 금품을 갈취하려는 보이스피싱 범죄와 연계되는 등 신종 범죄로 진화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올해 1∼2월까지 마약사범은 26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958명)보다 32.4% 급증했다. 같은 기간 마약류 압수량도 112.4㎏에서 176.9㎏으로 57.4%나 뛰었다. 청소년들도 SNS와 해외직구 등으로 손쉽게 마약 접근이 가능해지면서 10대 마약사범은 지난 2017년 119명에서 지난해 481명으로 4배나 증가했다.

흉포화되는 마약 관련 2차 범죄도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하는 데 있어 주요 배경이 됐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팀장 신준호)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향정)과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해 8월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한국으로 귀국한 장모 씨를 구속 기소했다. 수사팀이 지난달 28일 마약 밀수 관련 첩보를 통해 서울 노원구 소재 장 씨 주거지를 들이닥쳤을 때 그의 집에는 총기 6정이 거실에 진열돼 있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노부모를 모시고 살고 있는 집에 대놓고 거실에 총기도 진열하고 있어 당시 압수수색에 참여한 수사관들도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검찰은 장 씨 집에서 10만 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 3.2㎏ 외에도 45구경 권총과 실탄 50발을 추가로 확보했다.

윤정선·김무연·이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