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지금] 유럽한인회 "재외동포청 인천 선호, 서울보다 3배 많다"
인천시, 재외동포단체 지지 가장 많이 받아
일부 사단법인 재외동포단체 '서울 지지' 성명
재외동포의 화합 씨앗 역할 전에 갈등 조짐 우려
인천경실련 "서울 설치는 외교마찰 우려...인천 적합"
정부의 재외동포청 설치 지역(소재지)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 지난달 2일 대통령이 재외동포청 신설 ‘정부조직법’ 공포안에 서명하면서 곧 발표될 듯한 분위기가 한 달 이상 지속되고 있다.
인천광역시, 제주도, 충남천안시, 광주광역시 등이 유치전에 뛰어들었으며 서울도 꾸준히 후보 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다. 소재지 발표가 임박하면서 지역 간 유치 경쟁에 따른 후폭풍이 우려되고, 해외에 거주하는 동포단체도 저마다 선호 지역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갈등도 배제할 수 없다. 재외동포 단체들의 희망 지역은 주로 서울과 인천으로 양분되는 모양새다. 성명을 발표한 재외동포단체는 미주, 유럽,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등 대부분 대륙에 골고루 분포됐다.
▶재외동포청 신설, 갈등의 감자?
인천은 지난해 11월 유럽한인총연합회(25개국)의 지지를 얻은 데 이어 하와이 재미교포단체(13개), 미주한인총연합회, 호주·우즈베키스탄(고려인)·홍콩·라오스·대만·카자흐스탄의 동포와 '인천 지지' 협약'을 맺었다. 지자체 가운데 해외동포단체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재외동포 단체의 서울 지지 성명서가 발표되면서 인천의 정·관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3일 재외동포재단(외교부 산하기관)의 여론조사 결과 후폭풍은 컸다. 모바일 메신저 등을 통해 한인회, 한상단체, 한글학교 등 재외동포단체장 2467명을 대상으로 한 기명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70%(1736명)가 서울을 지지한다는 내용이었다. 인천 유치 희망은 14%(356명)에 불과했다.
인천시는 즉각 반박했다. 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해당 조사는 명확한 기준 없이 전체 재외동포 732만 명의 0.03%에 불과한 2467명을 대상으로 했다"며 "짧은 기간 특정 매체만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대표성과 공신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불쾌해 했다. 시는 “회원국이 26곳인 유럽한인총연합회와 미국 한인단체 13곳, 미주한인총연합회장 등이 인천 유치를 지지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인천 유치를 지지한 유럽한인총연합회(유럽한인회)도 재외동포재단이 진행한 ‘재외동포청 소재지’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반박 성명을 인천시에 전달했다. 유럽한인회는 "재외동포청을 유치하려는 각 도시의 제안이나 정책에 대한 안내가 없었다"며 "단체별로 설문 결과를 취합하고 대표자가 숫자를 보고하는 형식을 취해 설문조사의 기본요건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9일에는 미국 현지의 미주현직한인회장단협의회가 재외동포청의 서울 설치 성명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는 성명서에서 "업무 효율성, 방문 접근성, 민원 처리 편의성, 상징성을 고려하면 재외동포청은 서울이 최적지"라고 주장했다.
이번에도 유럽한인총연합회가 발끈했다. "미주에는 외교부와 재외동포재단에서 인정하는 미주한인회총연합회라는 공식적인 대표단체가 있는데, 미주현직한인회장협의회라는 낯선 단체가 나서서 동포청 서울 지지 선언을 한 것은 뭔지 석연치 않다"고 밝혔다.
10일 재외동포 관련 매체에 따르면, 사단법인 아프리카·중동한인회총연합회와 아시아한인총연합회도 재외동포청의 서울 설치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단체는 재외동포의 편의를 고려하면 서울시가 가장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인천시민 A씨는 "재외동포청 신설이 재외동포의 화합과 단결을 위한 씨앗 역할을 하기도 전에 갈등의 감자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이에 유럽한인총연합회는 아예 자체 설문조사를 지난 5~10일 실시했다. 10일 유럽한인총연합에 따르면, 설문조사 결과 인천 218명(63%), 서울 70명(20%), 수도권이면 어디라도 좋다는 응답이 59명으로 17%였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유럽 27개 국가에 거주하는 동포 347명이 응답했다.
유럽한인총연합회 관계자는 "재외동포청을 유치하려는 도시가 제시하는 당위성과 제안들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며 "인천이 서울의 3배가 넘는 선택을 받았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인천경실련 "중국·러시아 외교마찰 우려, 수도 서울보다 인천 적합"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인천경실련)은 지난달 외교부 당국자가 "재외동포들의 편의성, 접근성 측면에서 서울이 적절하다"는 발언과 '재외동포재단의 동포청 유치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강하게 지적했다.
인천경실련 관계자는 "지난 2007년 재외동포청 설치 요구가 있을 당시 외교부는 중국 및 러시아와의 ‘외교 마찰’을 우려해 강하게 반대했다"며 "재외동포청의 설립을 반대해 왔던 외교부의 이중적 태도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인천경실련은 또 "외교부 산하기관인 재외동포재단의 ‘재외동포청의 소재지 희망 지역’에 대한 기명 여론조사를 실시해 결과를 밝힌 것은 이해당사자인 외교부와 재단이 소재지 입지를 정한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인천시민들은 재외동포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인천이 최적지라고 주장을 하고 있다.
교민이 고국으로 돌아와 급변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인천경제자유구역 만한 곳이 없다는 설명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에는 교민이 돌아와 제2의 인생을 보낼 수 있는 송도아메리칸타운이 형성돼 있으며, 유럽한인문화타운 조성도 추진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에는 외국인직접투자(FDI) 환경도 좋고, 채드윅 송도국제학교, 달튼외국인학교, 글로벌캠퍼스 등 고국에 돌아와서도 자녀 교육의 연속성이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이 구축돼 있다.
또 대한민국의 최초 공식 이민은 1902년 12월 22일 제물포에서 시작됐다. 일본 여객선 겐카이마루(玄海丸)호에 탄 121명의 한국인은 일본 나가사키를 거쳐 1903년 1월 13일 하와이 호놀룰루에 도착했다. 해외동포를 배웅한 곳에서 마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외동포청의 주요 업무는 해외에 거주하는 730만 명의 재외동포 교류 협력, 차세대 동포교육, 영사·법무·병무·교육 등 원스톱 민원 서비스 제공 등이다. 정부는 지난달 2일 재외동포청 신설 공포안에 서명하고 3개월 안에 출범시키기로 했다.
인천=강준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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