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허달림, 결국 사람은 사랑이 된다…'러브'
기사내용 요약
정규 3집 '러브' 발매…11년3개월 만의 정규 음반
5월5일 서울 노들섬 라이브하우스서 단독 콘서트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사랑은 노래의 힘으로, 세상과 시간을 견딘다. 그 주체는 사람이다. 결국 사람은 사랑이 된다.
'블루스 디바' 강허달림(49·강경순)이 최근 발매한 정규 3집 '러브(LOVE)'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사실이다. 그녀가 정규를 내는 건 무려 11년3개월 만. 2011년 12월 정규 2집 '넌 나의 바다' 이후 처음이다.
정규를 내기까지 오래 시간이 걸린 데에는 가족을 꾸린 이유가 컸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2013년 아이를 낳았다. 2018년 제주로 삶의 거처를 옮긴 뒤 제주 오름을 닮은 바람이 머무는 집을 지었다. 이 모든 시간이 3집에 고스란히 담겼다.
사랑을 갖고 세월을 견뎌낸 노래에 대한 예의에 청자들은 겸허해진다. 최근 충무로에서 만난 강허달림은 "스스로 변화하는 힘은 결국 사랑"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그녀와 나눈 일문일답.
-오랜만에 내는 정규 음반인데 발매 후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아무 생각도 없어요. 하하. 지난 2년간 너무 많이 생각하고 고민해오면서 살았으니까, 의식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살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앨범 낸 이후 노래는 리스너들의 몫이에요. 이제부터는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죠. 다만 예전과 다른 거라면, 홍보 활동을 좀 한다는 거예요. 이전엔 쑥스러워서 못했거든요. (이번 앨범에 실린 '그대는 내 사랑'을 피처링한) 현진영 선배님이 방송도 잡아주셨어요. 선배님은 마음이 넓고 그게 몸 자체에서 느껴져요. 음악에 대한 열정도 많고 그런 코드가 저랑 잘 맞아요."
-올해 초 MBC TV '복면가왕'에 '날아라 전교회장'이라는 예명으로 출연하기도 했어요.
"쑥스러움이 커 제 음악을 사람들에게 내비치는 걸 어려워했어요. 음악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음악이 좋다고 해도 좋다는 걸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상황이었죠. 지금도 음악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건 아닌데 이 정도 살아남았으면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만은 하겠다'고 모종의 합의를 보고 용인하는 게 생겼나 봐요. 휘둘리지 않을 자신감이 생긴 게 가장 커요. 스스로 중심이 잡힌 거 같아요. 예전에 오해로 일부 누리꾼이 저에 대해 안 좋은 시선도 있었는데 '강허달림은 네가 건드릴 사람이 아니다'라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거기에 대해 반박하는 글들이 전혀 없더라고요. 기분이 더 좋았어요."
-요즘 표정이 더 행복해 보여요. 그 가운데 다양한 협업도 눈길을 끕니다. 오는 13일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는 '정오의 음악회'에서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호흡도 맞추는데요.
"사실 오케스트라와 협업하는 게 꿈이에요. 빅밴드와 공연도요. 국악은 이번에 하게 됐죠. 웅장한 사운드에 맞춰 협업하는 공연의 맛이 어떨까 궁금해요. 언제든지 다른 파트와 함께 하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사실 예전에 해금 연주자 강은일 선생님과 협업을 했는데 너무 좋았어요. 국악팀 '우리소리 바라지'와 협업하기도 했죠. 이런 활동이 입소문이 났는지 이번에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협업 기회도 찾아온 거죠. 앞으로 다양한 장르와 협업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더 하고 다니려고 해요."
-베이시스트 겸 프로듀서 서영도 씨가 이번 음반의 프로듀서로 나섰습니다.
"예전에 블루스 기타리스트 찰리 정 씨의 공연을 보러 가서 서영도 선배의 연주를 보게 됐는데 베이스를 너무 잘 치시는 거예요. 저런 연주자와 작업할 수 있도록 '유명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러다 영도 선배가 소셜 미디어로 먼저 인사를 해주셨어요. 그게 '비욘드 더 블루스'(2015) 나오기 1, 2년 전 이었어요. 전 '옳다구나' 싶었죠. 제 레이더망에 걸린 거잖아요. 하하. 커버 음반('비욘드 더 블루스'는 리메이크 음반)을 만들자고 결심했을 때 영도 선배만 생각 났어요. 음악에 대한 경계가 없는 분이시거든요. 재즈도 하시고 블루스도 하시고, 연주도 하시고 창작음악도 하시고, 음악 프로그램 마스터도 오래 해서 가요 느낌도 잘 아시죠. 제게 딱인 거예요. 제 음악이 그렇잖아요. 가요도 아닌 것이, 재즈도 아닌 것이, 블루스도 아닌 것이…. 그래서 무경계에서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영도 선배가 그걸 실제 하고 있었어요. 사람 자체도 군더더기가 없어요. 커버 음반이 아닌 창작 음반에선 어떻게 프로듀서 역할을 해낼까 궁금해서 이번에도 부탁을 드렸어요. 커버는 라이브 앨범 같아서 좀 더 간소화해야 했거든요. 창작 음반은 집약적이고 계산적인 작업이 필요해서 영도 선배의 그런 부분도 궁금했습니다."
-영도 씨와 가장 많이 주고 받은 말은 무엇이었습니까?
"이번엔 사운드에서 모던한 톤들을 중요하게 여겼어요. 사운드를 구현할 수 있는 밴드십 구성을 적절하게 해주셨죠. 가사와 멜로디, 곡 구성에 어울릴 만한 악기 톤과 색을 찾아야 했는데 그걸 잘 구현해주셨어요."
-작업에서 어려운 지점은 무엇이었습니까?
"영도 선배는 녹음을 굳이 원테이크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어요. 참여하는 세션들이 다 귀신들이라 끊어가도 업다운 그림을 다 그릴 수 있다는 거죠. 저도 선배를 믿고 연주자들을 존경하지만 원테이크 녹음에 대해서만은 양보를 하지 않았어요. 그건 제 음반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이거든요. 제 정체성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죠. 원테이크의 흐름, 분위기는 아무리 도인들이 집약적으로 한다고 할 지라도 끊어서 가는 형태로는 나올 수 없어요. 음반을 만들 때 현장감을 공연 때만큼은 담을 수 없겠지만, 결국 음악은 라이브잖아요. 라이브감이 음반에도 들어가는 게 기본이라는 것이 제 생각이에요. 그런데 영도 선배가 대단한 프로듀서라는 게, 그런 제 생각을 다 받아주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유연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에요. 중요한 걸 놓치지 않고도 여러 사람의 협업에서 좋은 결과를 내는 데 있어서는 최고의 프로듀서죠. 영도 선배는 어떻게 생각하실 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이번 앨범은 제 음반이기도 하지만 프로듀서의 음반이기도 해요."
-또 이번 음반은 2021년 봄 찾은 제주 시골의 윤정원 작가 작업실에서 시작된 음반이기도 하다고요. 그곳에서 보게 된 인간과 펭귄이 꼭 껴안고 있는 작품을 통해 가족을 돌보느라 아등바등 살아온 지난 시간을 위로 받는 동시에 오랫동안 내지 못한 앨범을 내야겠다는 용기를 얻게 됐다고 이번 앨범을 내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이번 음반 크레디트에 아트 디렉터로 이름을 올린 박미옥 반장님이 계신데 '여경(女警)의 전설'로 불리시는 분이세요('사건 1번지' 서울 강남경찰서 첫 여성 강력계장으로 부임하는 등 형사계에서 여성으로 쓸 수 있는 기록을 다 썼다). 드라마 '시그널'에서 김혜수 씨가 연기한 형사 역의 모델이 된 분이시기도 하죠. 형사 생활 하시면서 겪으신 정신적 괴로움을 예술과 문학으로 치유하시는 분인데 (2021년) 명예 퇴직하신 뒤 제주 하도리에 집을 짓고 사세요. 윤영미 전 아나운서가 윤정원 작가님을 박 관장님에게 소개해줬고 윤 작가님이 박 관장님 댁의 손님용 거주 공간에 머무시다 그 옆에 땅을 사서 작업실을 지었어요. 거기서 펭귄 그림을 보고 서서 정말 꺼이꺼이 울고 있는 제 모습을 봤죠. 그간 응축됐던 답답함이 한순간에 터져 나왔던 거 같아요. 이번 음반 작업의 계기를 찾은 거 같기도 했죠. 그 그림을 음반 재킷으로 사용하고 싶다고 말씀 드렸어요. 이후 기타로 데모를 만들어 박 관장님께 보내드렸고 박 관장님은 그걸 윤 작가님에게 들려주셨어요. 이후 곡을 듣고 감정 이입을 한 그림을 다시 제게 보내주셨습니다. 그게 이번 음반 재킷의 그림이 됐죠. 제 가사에 은유적인 게 많다 보니 메시지가 함축된 그림들로 추려서 보내주셨더라고요. 이한수 디자이너가 그림을 잘 편집해줬어요."
-이번 음반 제목은 왜 '러브'인가요?
"저라는 사람은 사랑 자체가 익숙하지 않았어요. 주고 받는 사랑이라는 관계성 또한 어색했던 사람이죠. 그런데 가족이 생기고 가족으로 인해 사람 관계가 달라졌는데 결국 그건 사랑이더라고요. 스스로 변화되는 그 힘이 사랑이었던 거예요. 갈수록 험해지는 시대에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사랑이라는 걸 깨달은 거죠. 너무 흔한 말이지만 흔한 만큼 중요한 말이 사랑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저 자신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했어요. 결국 이 음반은 제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해요. 다른 분들도 이번 음반을 들으시면서 '그래 사랑이었지'라는 생각이 들면,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해요. 제가 그랬으니까요."
한편, 강허달림은 이번 음반 발매를 기념해 오는 5월5일 서울 노들섬 라이브하우스에서 단독 콘서트 '러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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