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주머니 늑대’, 멸종 뒤 수십 년 동안 살아있었다

조홍섭 2023. 4. 1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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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동물원 마지막 개체 1936년 사망, 1980년대 중반까지 생존 가능성
목격 기록 1200여 건 분석 결과…공원 관리인 1982년 목격도
마지막 야생 개체 관찰 힘들어, 무인 카메라나 휴대폰 등장은 최근 일
호주 태즈메이니아 호바트 동물원의 마지막 주머니 늑대 ‘벤저민’. 1936년 죽어 이 종이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등에 호랑이처럼 줄무늬가 나 있지만 크기와 외모는 늑대를 닮은 유대류인 태즈메이니아주머니늑대는 1936년 동물원에서 기르던 마지막 개체가 숨을 거두면서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 세기 이상 나온 1000건이 넘는 목격 기록을 분석한 결과 이 포식자는 태즈메이니아 섬의 오지에서 1980년대 중반까지 살아남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

배리 브루크 오스트레일리아 태즈메이니아 대 교수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종합 환경 과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1910년부터 이 동물에 관한 공식 기록과 일반인의 목격담 등 1237건을 통계적으로 분석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목격 기록을 종합한 결과 멸종 시점은 1980년대 말로 나타났다. 멸종 확률밀도(위 왼쪽)와 누적 생존확률(위 오른쪽), 마지막 동물원 개체(아래). 배리 브루크 외 (2023) ‘종합 환경 과학’ 제공.

브루크 교수는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주머니 늑대의 서식지는 1888∼1909년 사이 태즈메이니아에서 이 동물을 죽여 가죽을 가져오면 현상금을 주면서 급격히 줄어들었다”며 “마지막 생존 집단은 섬의 남서부 야생지역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먼저 직접 죽이거나 사진을 찍는 등 신뢰도가 높은 목격 기록을 검토했다. 사냥꾼, 야생동물 전문가, 경험 많은 원주민, 공원 관리자 등이 남긴 신뢰도 높은 기록은 271개였다.

그 결과 알려진 것과 달리 주머니 늑대가 마지막으로 포획된 뒤 약 40년이 지난 1940∼1970년대에 멸종한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일반인의 목격담을 포함해 전체 기록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불확실성을 고려한 모델링 기법을 이용해 추가로 분석했더니 멸종 시기는 이보다 더 뒤인 198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였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신뢰도 높은 전문가의 목격담이 늘어나면 뒤이어 일반인 목격도 증가하는데 두 가지 목격담이 모두 감소한 1985년 이후에 멸종이 벌어진 것 같다”고 논문에 적었다.

갓 죽인 주머니 늑대를 보여주는 태즈메이니아 주민. 가축을 해친다는 근거 없는 믿음과 현상금을 건 포획, 질병 확산, 서식지 감소 등이 멸종으로 이끌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유대류 최상위 포식자인 태즈메이니아주머니늑대는 호주 본토와 태즈메이니아 섬, 뉴기니에 서식했지만 유럽인이 이주했을 땐 본토와 뉴기니 집단은 이미 멸종한 상태였다. 1800년대 초 유럽인이 태즈메이니아에 이주했을 때 이 섬에는 2000∼4000마리의 주머니 늑대가 살아남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가축에 해를 끼친다는 근거가 빈약한 이유로 현상금을 거는 등 대대적으로 죽여 야생에서 마지막으로 죽여 사진을 찍은 기록이 1930년에 남았다.

1931년 마지막으로 야생에서 포획한 수컷 주머니 늑대 한 마리가 태즈메이니아 섬 호바트 동물원에서 1936년 죽으면서 이 종은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다(호주 정부는 마지막 주머니 늑대가 죽은 9월 7일을 나중에 국가기념일인 ‘멸종위기종의 날’로 정했다). 그러나 목격담은 이어졌다.

연구자들은 전문가들의 신뢰성 있는 목격 기록은 1930년대 절정에 이르렀다가 1940년대에 감소했지만 1960년대까지 이어졌다고 밝혔다. 주머니 늑대를 잘 알던 사람들은 이후 은퇴하거나 사망했다. 전문가의 마지막 목격 기록은 1982년 한 공원 관리자가 남긴 것이었다.

1902년 미국 워싱턴 디시 동물원에 전시됐던 주머니 늑대 암컷과 새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렇다면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 뒤 수십 년 동안 살아있었다면 왜 목격되거나 과학자들의 현장 조사에서 발견되지 않은 걸까.

연구자들은 “주머니 늑대가 넓은 야생지역에서 드문드문 사는 데다 1936년 법정 보호종으로 지정돼 죽인 뒤 보고를 기피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마지막 야생 개체의 모습을 사람이 목격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고 논문에 적었다. 연구자들은 또 “무인 카메라나 휴대폰, 자동차의 블랙박스 카메라가 등장한 것은 최근의 일”이라고 덧붙였다.

공동 연구자인 스티븐 슬레이트홈 박사(국제 틸라신 표본 데이터베이스)는 “주머니 늑대는 수십 년 동안 사람들의 상상을 불러일으켜 아직도 생존 개체를 찾으려는 노력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이 동물의 생태와 역사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게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DOI: 10.1016/j.scitotenv.2023.16287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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