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 가상자산시장 국내 독점 심화… 견제할 바이낸스·빗썸, 악재에 휘청
국내 금융 당국 인허가 결정에도 악영향
2위 거래소 빗썸은 최대주주 상폐로 또 구설수
“새로운 메기 증권사 돼야” 주장도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두나무의 독점 구조가 더욱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두나무를 견제할 강력한 ‘메기’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가 최근 미국 등에서 잇따라 소송, 규제의 표적이 돼 국내 시장 진출이 불투명해진 데다, 최근 국내 2위 거래소인 빗썸이 대주주의 상장 폐지로 시장 신뢰를 잃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 바이낸스, 국내 진출 먹구름
10일 CNBC에 따르면 호주 증권투자위원회(ASIC)는 지난 6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바이낸스의 파생상품 거래소 인가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바이낸스도 공식 성명을 통해 호주 파생상품 거래소 폐쇄 소식을 전하며, 다만 현물 거래소는 계속 운영한다고 전했다.
호주 금융 당국이 바이낸스의 파생상품 거래소에 철퇴를 내린 것은 허가 조건을 따르지 않고 소매 투자자에게도 파생상품을 판매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호주는 가상자산을 이용한 파생상품의 투자 위험이 크다고 보고 이를 자금력이 있는 도매 투자자에게만 판매하도록 했는데, 바이낸스가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바이낸스는 최근 미국에서도 제소를 당하는 등 여러 규제와 압박의 표적이 되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지난달 27일 연방법이 규정한 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영업을 해왔다며 바이낸스와 최고경영자(CEO)인 자오창펑을 제소했다. 미국 사법 당국과 국세청 등도 바이낸스가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준수했는지 등에 대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금융 당국의 잇따른 제재와 압박은 바이낸스의 국내 시장 진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바이낸스는 지난 2월 국내 5위 거래소인 고팍스를 인수하고 아시아 사업 총괄을 맡았던 레온 풍을 신임 CEO로 앉히며 국내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바이낸스는 지난달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등기임원 교체 등에 따른 사업자 변경 신고서를 제출한 상태다. FIU는 신규 임원들의 적격성 여부와 함께 자금세탁 방지 시스템 확보 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낸스는 지난 2019년에도 별도 법인을 설립해 국내 진출을 모색했지만, 사업자(VASP) 인가를 받지 못해 좌절된 바 있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금융위는 여전히 바이낸스가 수익 구조와 재무 상황 등 여러 필수적인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허가를 내주는데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 빗썸 대주주 비덴트, 상장폐지 가능성
국내 거래소 가운데 두 번째로 이용자가 많은 빗썸 역시 최근 잇따른 악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부터 숱하게 실소유주 논란이 제기된 데 이어 최근 최대주주인 비덴트가 증시에서 상장이 폐지될 처지에 놓였다. 비덴트는 현재 빗썸의 지주사인 빗썸홀딩스 지분 34.22%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31일 비덴트가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비덴트는 지난 6일부터 코스닥시장에서 거래가 중단됐다. 비덴트 지분의 18.58%를 가진 인바이오젠, 인바이오젠 지분 45.22%를 보유한 버킷스튜디오도 함께 매매거래중단 종목에 올랐다.
최대주주와 관계사들이 증시에서 상장이 폐지돼도 당장 빗썸의 영업이 제한을 받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상자산업계에서는 비덴트 등이 증시에서 퇴출당할 경우 빗썸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크게 훼손되고, 불안감을 느낀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거래소를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비덴트에 대한 감사의견 거절 사유가 실소유주로 지목된 강종현씨의 배임과 횡령, 재무제표 불신 등이기 때문이다.
디지털자산 특별법 마련에 참여 중인 학계 관계자는 “빗썸은 실소유주 의혹 외에도 코인 상장 과정에서의 뒷돈과 청탁 등 숱한 논란에 휩싸여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대주주의 증시 퇴출은 각종 위법 행위가 수면 위로 다시 부각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굳이 수수료 등에서 이렇다 할 혜택도 없는 빗썸을 통해 굳이 거래를 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두나무 점유율 90% 근접…사실상 독점 눈앞
금융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두나무의 가상자산 시장 점유율은 90% 수준에 근접해 있다. 가장 강력한 적수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바이낸스의 국내 진출이 막히고, 뒤를 쫓던 빗썸마저 흔들리면서 두나무의 시장 독점 구조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현재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두나무와 빗썸을 비롯해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5개 거래소로 구성돼 있다. 코인원의 경우 지난해 실명계좌 제공 은행으로 카카오뱅크와 손을 잡으면서 점유율이 소폭 반등하긴 했지만, 여전히 한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코빗과 고팍스는 모두 점유율이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두나무가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게 될 경우 코인의 발행과 상장, 중개, 수수료 등을 한 회사가 제 입맛대로 통제하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학계와 금융 시장 일각에서는 증권토큰(STO) 시장 진출을 모색 중인 증권사에도 가상자산 시장 진출에 대한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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