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풍’ 맞은 유럽 은행들,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 제동

방성훈 2023. 4. 1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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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대형 은행주들이 고(高)환원 주식으로서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닛케이는 "자기자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해지면서 유럽 대형 은행들의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이 역풍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경기악화 우려로 은행들의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흔들리고 있고, 주주환원 정책마저 후퇴하게 되면 (주식·채권 등에 대한) 투자자금 유입도 멀어질 것"이라며 "하이리스크·로우리턴 우려로 유럽 대형 은행주들의 주가는 한동안 L자형을 그릴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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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체방크·바클레이스·BNP파리바 등 주가하락압력↑
비용확대 등으로 대규모 주주환원 기대 낮아진 영향
AT1 이자부담 늘고, 예금보험료 증가 가능성
EU는 보수적 주주환원 및 재무건전성 개선 요구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유럽 대형 은행주들이 고(高)환원 주식으로서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로 폭락한 주가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선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쳐야 하지만, 재무건전성 강화 등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채권 이자 등 비용이 늘어난 것도 주주환원 정책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AFP)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10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공매도 데이터를 인용, 바클레이스, BNP파리바, 도이체방크, UBS 등 유럽 4대 대형은행의 발행주식수 대비 공매도 잔고 비율이 2월 1%대 초반에서 지난 4일 2.8%로 확대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주가하락 압력이 더욱 커졌다는 것을 의미로, 투자자들의 주식 매입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졌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대규모 주주환원을 기대하기 어려워 투자자들이 이들 은행주를 외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상 및 CS 사태로 은행들의 채권 이자 부담이 확대한 것이 주주환원 정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UBS가 CS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AT1(신종자본증권)을 전액 삭감하면서 다른 은행들의 AT1 수익률이 상승(채권 가격은 하락)했다.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수 있다는 우려에 매도 물량이 쏟아진 탓이다. 실례로 바클레이스가 2019년 8% 쿠폰금리로 발행한 AT1 금리는 지난달 한때 21%까지 치솟았다.

닛케이는 “현재는 대표지수를 기반으로 하는 AT1 수익률의 경우 8% 후반에서 10% 사이에서 안정화했지만, 마이너스 금리 시절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향후 상환·재발행으로 은행들이 지급해야할 이자가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한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주주환원 정책엔 부정적인 요소다. 유럽에선 CS 사태 이후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 사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공통 예금보험제도 창설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전한 은행도 뱅크런에 직면하면 어려움에 빠질 수 있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현실화할 경우 이는 은행의 보험료 부담 확대로 이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연합(EU) 은행감독청의 호셀 마누엘 캄파 청장은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역내 은행들에 “주주환원에 보수적이어야 한다”며 “시장과 고객의 신뢰를 높이는 자본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은행들이 자본과 유동성을 강화하고 규제와 감독을 개선한다고 해도 실패와 신뢰 부족은 여전히 재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른 곳에 쓸 비용이 늘어나면 배당금·자사주매입 등에 쓸 돈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앞서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유니크레디트는 지난 1월 총 52억 5000만유로의 배당 및 자사주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스페인 산탄데르은행 역시 이익의 절반을 주주들에게 환원하겠다는 방침을 공표했다.

닛케이는 “자기자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해지면서 유럽 대형 은행들의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이 역풍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경기악화 우려로 은행들의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흔들리고 있고, 주주환원 정책마저 후퇴하게 되면 (주식·채권 등에 대한) 투자자금 유입도 멀어질 것”이라며 “하이리스크·로우리턴 우려로 유럽 대형 은행주들의 주가는 한동안 L자형을 그릴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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