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차라리 팔아라” 개미들, KCGI 등에 업고 결집 나서… 경영권 분쟁 가열 조짐

최지희 기자 2023. 4. 1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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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주주 DB 지분 12.42%
KCGI 7.05%에 주주연대 “10% 결집 목표”
주주들 “DB 지주사 전환 문제 해결해야”
DB하이텍 매각 압박 커져
DB하이텍 부천캠퍼스 전경. /DB하이텍 제공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행동주의 펀드 KCGI가 DB하이텍을 둘러싼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하며 지분을 대거 매집한 가운데 소액주주연대도 이에 발맞춰 세 불리기에 나섰다. DB하이텍의 2대 주주로 올라선 KCGI와 소액주주연대가 물적분할 이슈와 지주사 전환 문제 등에 한목소리를 내면서 DB그룹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DB하이텍은 물적분할로 팹리스(반도체 설계) 사업 부문을 자회사로 떼어내고 순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으로 새 출발하기로 했다. 그러나 DB하이텍의 최대주주 DB아이앤씨(이하 DB)의 지주사 전환 문제가 여전히 암초로 작용하면서 DB하이텍의 경영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 KCGI, 소액주주연대와 한 목소리

이상목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지난 9일 조선비즈에 “KCGI가 지적한 DB하이텍의 지배구조 문제점은 소액주주연대가 지난 8개월간 문제 삼아 온 부분과 정확히 일치한다”며 “이달부터 KCGI와 함께 DB 지주사 전환 문제 등에 공동 대응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개인 주주 결집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액주주연대는 개인주주 지분 10% 결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DB하이텍 정기 주주총회에서 확인된 소액주주연대 지분은 약 8%다. 이 대표는 “개인뿐 아니라 뜻을 함께할 기관 투자자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KCGI는 지난달 30일 ‘KCGI한국지배구조개선제2호’가 설립한 유한회사 캐로피홀딩스를 통해 DB하이텍 지분 7.05%(312만8300주)를 확보했다고 공시하면서 DB의 지주회사 전환을 촉구했다. KCGI는 “최근 물적분할과 관련한 논란과 자사주 매입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행위 제한 요건을 피해 가기 위한 일시적인 대처라면 이는 매우 근시안적 지배구조 개편으로, KCGI는 이를 바로잡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DB는 자사주 매입, 소각, 자체 재원 마련을 통한 지분 추가 매입이나 주주총회 결의에 따른 주식교환 등을 통해 정당한 방법으로 지주회사의 지분율을 확대해 지주회사 전환을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주주들 “지주사 전환 여력 없으면 팔기라도 해야”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DB가 지주사 전환 문제를 해결하는 게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꼽고 있다. DB가 지주사 전환 요건을 피하고자 DB하이텍 주주가치 제고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매년 말 기준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이고 자회사 주식가액의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 이상인 회사는 지주회사로 전환해야 한다. 지주사 전환 후에는 2년 내 상장사인 자회사의 지분율을 30% 이상 확보해야 한다.

지난해 5월 DB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주회사 전환을 통보받았다. 2021년 코로나19 특수에 따른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DB하이텍 주가가 크게 오른 영향이다. 그해 말 기준 DB가 보유한 DB하이텍 지분 12.42%의 가치는 4007억원으로 늘었고, DB의 자산 규모는 6020억원이 됐다. 이에 당시 DB는 2년 안에 ▲DB하이텍 지분 17.58%를 추가로 확보하거나 ▲지분을 매각해 관계를 정리하거나 ▲지주사 전환 조건에서 벗어나야 하는 과제를 얻었다.

문제는 DB가 DB하이텍 지분을 추가 매입할 자금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DB손해보험에 DB그룹 일가의 지분이 담보 잡혀 있을 정도로 대주주가 대규모 지분을 늘릴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시장에선 DB하이텍 지분 매각이나 대규모 회사채 발행 등이 방법으로 거론됐다.

그러다 지난해 말 DB하이텍이 물적분할 카드를 꺼내면서 주가가 급락했고, 그 결과 DB는 지주사 전환 요건에서 벗어나게 됐다. 회사 입장에서는 큰 숙제를 해결한 셈이다. 이를 두고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회사가 지주사 전환을 피하려고 통상 시장에서 악재로 여겨지는 물적분할을 시도한다고 주장했다. 의혹 해소를 위해 DB하이텍은 분할 5년 내 상장 금지 조항 등 대안을 마련했으나, 여전히 잡음은 이어지고 있다.

◇ 지배구조 취약한 DB하이텍, 경영권 분쟁 가능성

일부 주주들은 “지주사 전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시장에서는 DB하이텍 주가가 오를 때마다 DB가 주가 상승을 저지할 것이라는 의혹이 계속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올해 말 기준 DB하이텍 주가가 5만3000원보다 높은 상태를 유지하면 DB는 내년에 다시 지주사 전환을 통보받게 된다. DB하이텍 주가는 10일 오전 10시 기준 7만4900원이다.

그래픽=손민균

시장에선 DB하이텍 지배구조가 취약해 KCGI와 소액주주연대가 연대하면 경영권 분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최대 주주인 DB 지분은 12.42%에 불과하다. 여기에 오너 일가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3.61%)과 김주원 DB그룹 부회장(0.39%) 지분을 다 합쳐도 16.42%에 그친다. 일각에서는 DB그룹이 과거 한진칼처럼 오너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KCGI가 가족 분쟁을 활용해 기업가치 제고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지주사 전환 이슈와 관련해 주주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어 시간이 갈수록 DB하이텍 매각 압박은 커질 것”이라며 “다만 앞선 사례를 볼 때 KCGI의 행보가 향후 어떻게 달라질지는 예단할 수 없어 경영권 분쟁 전개 방식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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