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화웨이 중동 본사, 사우디로 옮기려는 이유는?

사우디, 내년부터 자국 내 지역 본부 없는 기업과 '사업 중단'…양국 '반미 연대' 강화 평가도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사우디, 내년부터 자국 내 지역 본부 없는 기업과 '사업 중단'…양국 '반미 연대' 강화 평가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2년 12월 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중국-GCC(걸프협력회의) 정상회의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악수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중국 정보통신업체 화웨이가 중동 지역의 본사를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 두는 방안을 현지 당국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을 익명은 요청한 소식통을 인용해 "화웨이가 리야드 당국과 사우디 내 입지 강화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화웨이가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이같이 전했다. 화웨이 측은 관련 논평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화웨이는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바레인에 중동 지역 본부를 두고 있다"며 이번 본부 이전 논의는 중국과의 외교 및 비즈니스 관계 강화와 중동 비즈니스 허브로 자리매김하려는 사우디 정부의 압박에 따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사우디는 오는 2024년부터 중동 다른 국가에 지역 본부가 있거나 자국에 지역 본부가 없는 외국기업과의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리야드 등 사우디 주요 지역에 중동 본부를 둔 외국기업과만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외신은 중동 허브를 두고 경쟁 구도에 있는 두바이에 쏠린 외국인 자금과 노동력을 사우디로 이동시키려는 강경책이라고 평가한다.

사우디는 그간 '프로그램 HQ'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자국 내 지역 본사를 둔 기업에 최대 50년간 세금 면제 및 감면 등의 파격적인 인센티브 전략을 펼쳐왔다. 하지만 외국기업들은 생활방식, 행정업무 등 여러 방면에서 사우디보다 더 자유롭고 국제적인 두바이를 선택했고, 이에 사우디 정부가 '사업 중단'이라는 강경책을 내놓은 것이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있는 중국 정보통신업체 화웨이 빌딩 /AFPBBNews=뉴스1

블룸버그는 미·중 대립 구도 속 중국이 중동 국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화웨이의 이번 지역 본부 이전과 관련이 있다고 봤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반도체지원법 등을 통한 반중 정책으로 자국기업과 동맹국에 '중국 기업 협력 금지'를 압박하고 있다.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해외 순방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반미(反美)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과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감산 문제 등으로 대립하는 사우디와 관계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과 사우디는 지난해 12월 시 주석의 사우디 방문 후 에너지·정보통신·인프라 등 30개 이상의 협약을 체결했고, 그 규모는 500억달러(약 66조1400억원)에 달했다. 중국은 지난 2014년 단교했던 사우디와 이란 간 외교 관계 복원에도 관여하며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사우디와 이란은 지난달 중국의 중재로 7년여 만에 외교 관계 복원에 합의했고,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양국 주재 대사관·영사관 재개, 대사 임명 등에 나서며 관계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편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투자부 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지난해 말 기준 약 80개의 외국기업이 중동 본사를 리야드로 이전하기 위한 라이선스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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