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3달 동안 ‘성전환자 반대’ 법안 190개 쏟아진 미국…왜?
[앵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바꾼 운동 선수가 여성대회에 출전하는 것,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근 미국 사회가 이 논란으로 뜨거운데요.
논란을 해결해야 할 미 연방 정부와 주 정부, 대법원이 각각 다른 판단을 내놓으면서 혼란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성전환 운동 선수의 경기 출전 문제가 미국 학교 현장을 중심으로 불거지고 있죠?
[기자]
운동 선수가 되려면 보통 어릴 때 학교 운동부에서 시작하잖아요.
그래서 일단 학교 운동부가 배경이 되고 있는 건데요.
학생들이 태어날 때부터 얻은 성별에 맞춰서만 운동 선수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 미국 보수 성향 주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전체 50개 주 가운데 알라바마와 애리조나 등 벌써 20개 주에 관련 법이 제정됐습니다.
주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한 학생들이 여성 경기에 참가하지 못하게 된 건데요.
남성의 신체를 가지고 태어난 학생이 여성 대상 경기에 나가는 건 다른 여학생들과의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세리나/전 고등학교 운동선수 : "고등학교 시절 저는 생물학적 남성들과 경쟁해야 했습니다. 코네티컷과 뉴잉글랜드 전역의 소녀들은 모두 시작하기 훨씬 전부터 경기 결과를 알수 있었고, 매우 사기가 꺾이는 일이었습니다."]
[앵커]
출발점부터 다른 선수들이 같이 뛴다는 거군요.
하지만 성전환 학생들 입장에서는 반발이 크지 않을까요?
[기자]
성전환자도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학교 생활을 하고 운동도 할 권리가 있다는 반발이 당연히 나옵니다.
[성 소수자 인권단체 회장 : "분명히 말씀드리면, 이 법안들은 성전환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논란이 커지자 미국 정부가 지난 6일 성전환을 한 학생 운동 선수에 관련한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성전환자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운동 선수 생활을 못 하게 해서는 안 된다.
다만 종목이나 상황을 따져보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금지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앵커]
그 얘기는 그때 그때 다르게 적용하라는 건데 현장에서는 더 혼란스럽지 않을까요?
[기자]
그래서 성 소수자 단체의 반응도 엇갈렸는데요.
"전면적인 금지를 막은 환영할 만 조치"라고 반기는 반면, "어쨌든 차별의 여지를 남긴 것"이란 지적도 나왔습니다.
예를 들어 대학 진학이나 기록을 놓고 경쟁이 치열한 고등학교 육상팀에서는 성전환 선수를 금지할 수 있겠지만, 중학교 발야구팀 정도는 금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런 현지 보도도 나왔습니다.
남은 행정 절차를 거쳐 규정이 공식 시행되면, 미국의 공립 학교와 정부 지원금을 받는 학교들부터 영향을 받게 됩니다.
[앵커]
미국 대법원도 최근 성전환자들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다면서요?
[기자]
미국 동부 웨스트버지니아 주에서도 2021년 성전환 운동선수를 제한하는 법이 시행됐는데, 당시 11살이던 '베키'라는 성전환 여학생이 이에 맞서 소송을 냈습니다.
자신이 뛰고 있는 교내 여성 크로스컨트리팀에서 계속 운동을 하고 싶다는 이유였죠.
본안에 대한 법정 다툼은 아직 진행 중인 가운데, 대법원이 지난 6일 소송이 끝날 때까지는 베키가 계속 여성 운동부에서 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임시 명령을 내렸습니다.
다만 대법관들이 만장일치로 이런 판단을 하지는 않은 거로 보이는데요.
대법관 9명 중 2명은 "성전환 운동 선수 문제를 법원이 조만간 해결해야 한다", "아무런 설명 없이 주법의 시행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소수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앵커]
사회적 합의를 보기가 쉽지 않은 사안이네요.
그래서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죠?
[기자]
미국은 내년에 대선을 앞두고 있잖아요?
'성소수자 인권 보호는 진보의 아젠다'라는 인식이 있으니, 보수 진영에서 이른바 '성소수자 반대법'을 속속 도입해 지지층을 모으려 한다는 겁니다.
한 성 소수자 인권단체는 올해만 미국 전체에서 성소수자 반대 법안이 벌써 470개 넘게 발의됐다고 밝혔습니다.
이 중 최소 190개는 성전환자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로 성전환자의 화장실 사용이나 운동 대회 출전 금지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최근 들어 성전환 치료 자체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황경주 기자 (race@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 “美, 김성한 전 안보실장 등도 감청”…“미국과 협의할 것”
- [영상] 러시아 캄차카 화산 분화로 화산재 10㎞ 이상 치솟아…항공 운항금지
- [현장영상] 김기현 “검사 수십명 공천은 괴담…그런 일 일어나지 않을 것”
- [창+] 가치 있는 것? 한국은 ‘물질적 풍요’ 다른 나라는 ‘가족’
- [창+] 당신의 전셋집은 안전합니까?
- 최신예 호위함 충남함 진수…“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 첫 장착”
- [잇슈 키워드] 주차장 입구 막아 놓고선…“초보 운전 안 보여요?”
- “다시는 승아 같은 피해자 없기를…”
- MZ세대 3명 중 1명 “워라밸 보장 기업에 취업 원해”
- 中 만리장성 ‘동단’ 대못질…대규모 박물관 건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