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두 마리 토끼 잡기'…대만에 경고하면서 평화주의 행보
中, 격한 군사훈련으로 대만에 반중정서 조성 우려한 기색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이 대만을 겨냥한 이번 군사훈련을 통해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에 경고 메시지를 날리면서도 평화주의 행보를 과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 분석했다.
우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선 차이 총통이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의 회동을 강행함으로써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했기 때문에 이를 용납할 수 없다는 메시지 전달이 중요하다. 따라서 그의 입장에서는 일정 수준의 군사적 행동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미국의 강력한 정치·외교·군사·경제적 포위와 압박에 맞서야 하는 상황에서 근래 평화주의 행보를 강화하는 시 주석으로선 대만 상대 군사훈련의 강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실 작년 8월 2∼3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인 4일부터 중국군이 실시했던 군사훈련과 비교하면 이번 훈련은 강도가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1차 훈련 때 중국군은 대만 상공을 지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가 하면 사실상 대만 침공을 염두에 두고 대만 주변 해역을 거의 봉쇄한 채 실탄사격 훈련을 이어갔다.
유사시 미군의 대만 진입을 차단하는 훈련과 함께 군함과 항공기의 수시 진입으로 대만해협 중간선 무력화에 주력했다.
일주일간의 군사적 위협 훈련을 하고도 성이 차지 않았던 중국은 그 이후 수개월간 대만해협에서 간헐적인 무력시위를 지속했다.
그러나 당시에 비하면 이번에는 대체로 강도가 약해 보인다.
중국은 차이 총통이 미국을 경유해 중미 과테말라·벨리즈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인 지난 7일 중국 푸젠성 해사국 성명을 통해 8일부터 사흘간 군사훈련을 예고했다. 이대로라면 1차 훈련 때 일주일과 비교하면 군사훈련 기간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
8일 군용기 71대와 군함 9척을 동원해 대만 주변에서 무력시위를 한 데 이어 9일에도 비슷한 수준의 군용기와 군함으로 군사훈련을 했으나, 아직 인민해방군 산하 로켓군의 활동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실탄사격 훈련 빈도수가 적다.
WSJ은 "중국이 공격적인 무력 과시를 미루고 있다"고 짚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이 같은 제스처는 미국이 유럽·일본·호주 등의 우방과 함께 조여오는 대중 압박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중국은 지난달 19일 자국의 중재로 숙적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 국교를 복원한 사실을 공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불구대천의 앙숙으로 여겨졌던 양국을 중국이 나서 화해시킨 것으로 평가됐다.
같은 달 시 주석은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 의지를 피력했다. 이어 조만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접촉할 계획이다.
시 주석은 이런 노력을 통한 중재의 성과를 갖고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만나 중국의 '바뀐 위상'을 확인시키고, 실리를 챙길 구상을 하고 있어 보인다.
중국은 근래 세계 평화의 중재자로서의 '시진핑 이미지'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WSJ은 중국이 대만 겨냥 2차 군사훈련을 시작하기 이틀 전인 지난 6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외교장관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회담을 주선해 양국의 관계 정상화 합의 후 이행 조치를 논의하는 자리를 제공한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같은 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다. 시 주석은 마크롱 대통령과의 두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재 의지를 강조하면서 경제적 협력을 구체화했다.
시 주석으로선 유럽의 중심축이라고 할 프랑스와의 관계 강화로, 미국의 대중 공격 포위망을 약화하는 성과를 챙기면서 평화주의자로서 위상을 한층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WSJ은 "중국이 외교적인 모멘텀을 유지하면서 미국에 대항하는 균형추로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어 중국의 이번 두 마리 토끼 잡기 행보는 내년 1월로 예정된 대만 총통 선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곁들였다.
격한 군사적 위협을 할 경우 대만에 반중 정서를 불러일으켜 여당의 유력 후보인 라이청더 부총통 겸 민진당 주석을 유리하게 할 수 있다고 보고 자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내년 총통선거에서 친중 세력인 국민당 집권을 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차이 총통의 중미 방문을 앞두고 온두라스의 대만 단교를 성사해 집권 민진당의 외교 무능력을 부각했고,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의 방중을 기획해 대만에 중국과의 일체감을 확산시킴으로써 민진당을 곤혹스럽게 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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