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사드가 네타냐후 '사법부 무력화' 반대 부추겨"…美 유출 문건

김민수 기자 2023. 4. 10.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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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총리실 "근거 없는 허위 사실" 반박
국내 개입 금지된 모사드가 움직였다는 사실 자체가 커다란 스캔들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서 국기를 든 시민들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추진하는 사법 개편안을 즉각 폐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2023.04.0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미국 정보당국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기밀 문건이 온라인에 유출된 가운데,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인 모사드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부 무력화' 법안에 대한 반대를 부추긴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에 따르면 유출된 '일급 기밀' 문건에는 지난 2월 모사드 고위 지도자들은 "모사드 관리들과 이스라엘 국민들이 정부를 비난하는 몇 가지 명시적 행동 촉구를 포함하여 새로운 이스라엘 정부가 제안한 사법 개혁에 항의하도록 부추겼다"고 적혔다.

WP는 "국내 문제에 개입하는 것이 금지된 첩보기관이 정치에 직접 개입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중대한 폭로"라며 "미국의 가장 가까운 중동의 동맹국에 대한 스파이 활동의 결과로 드러난 해당 정보는 이스라엘을 역사·정치적으로 더욱 불안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브루킹스 연구소 소속 이스라엘 학자인 나탄 삭스는 "이것이 사실이라면 모사드 지도부가 절차를 극적으로 바꾼 것이며, 이스라엘은 전례 없는 영역에 놓이게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는 네타냐후 연정이 이스라엘 사회를 얼마나 멀리 밀어붙였는지, 그리고 그 대가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총리실은 성명에서 해당 관련 보도가 "전혀 근거가 없는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성명은 "모사드와 고위 직원들은 이번 시위 문제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으며, 모사드는 설립 이래 국가에 대한 봉사의 가치에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문건은 온라인을 통해 유출된 수십 장의 사진 중 하나이며,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을 통해 보도됐다. 문건은 중동과 유럽, 라틴 아메리카, 아시아 및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전 세계 정보 브리핑, 전술적 수준의 전장 상황 및 우크라이나의 방어 능력 평가 등 극비 정보가 담겨 있다.

미 국방부는 유출된 정보 문서가 미국의 국가 안보와 동맹국 및 파트너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기관 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소셜 미디어 사이트에서 유포되고 있는 민감하고 극비인 자료가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 사진 문서의 유효성을 계속 검토하고 평가하고 있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우파 성향인 네타냐후 정부가 사법부를 무력화하려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이스라엘에서는 수십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으며, 수백 명의 예비군이 군 복무 거부를 선언하는 등 내부 분열이 일어났다.

그러나 현역 의원이나 안보 관련 인사들은 해당 시위에 침묵을 지켰으며, 주로 전직 공직자들만 일부 시위를 옹호했다. 주요 인물 중 유일하게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이 3월 말 사법부 무력화 조치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가 임명한 데이비드 바르네아 국장이 이끄는 모사드는 해당 시위에서 공개적으로 침묵을 지켰다. 이스라엘 매체는 2월 말 네타냐후 총리가 네타냐후 총리가 모사드 하급 요원들의 소속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시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고 보도했다. 이 결정은 법안이 통과될 경우 근무 보고를 하지 않겠다는 정보 요원들의 청원에 따라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총리가 제안한 의제에 제동을 거는 것은 모사드 지도부가 현재 취할 수 있는 가장 극적인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삭스는 "모사드가 공식적인 자격으로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 개혁안'에 반대하는 조직을 구성했다면 이는 진정한 스캔들"이라며 "이는 모사드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이며, (만약 넘는다면) 커다란 파장을 예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해당 문건에 따르면 모사드 지도부 중 누가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 개혁안에 항의하도록 부추겼는지 불분명하다. 문서는 모사드 지도부가 2월 초에서 중순쯤 시위를 부추기려고 노력했다고 적혀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비밀리에 시위를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에 대해 미국은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지난달 네타냐후 총리의 아들인 야이르 네타냐후는 이스라엘 정보기관과 미 국무부 내부의 적대적인 요소가 이번 시위의 배후라고 주장했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해당 시위나 시위의 주동자들을 지지하거나 지원한다는 생각은 명백한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WP는 모사드의 움직임이 놀라운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지난 3월 말 갈란트 장관은 '사법 개혁안' 반대 시위로 자국의 안보 능력이 약화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법안에 사실상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우리 사회 내 균열이 확대되고 이스라엘 국방군을 관통하고 있다"며 "이는 국가 안보에 대한 명백하고 즉각적이고도 가시적인 위험"이라고 꼬집었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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