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어른들 꼭 벌 받게 할게”…음주운전 사망 초등생 빈소 울음바다

강정의 기자 2023. 4. 1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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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후 2시21분쯤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을 침범한 음주운전 차량에 의해 배양(9)이 숨진 사고 현장의 10일 모습. 강정의 기자
입관 전 마지막 배양 모습 보고 유가족 오열
“항상 만나면 먼저 인사하는 활발한 아이였다”
사고 현장에는 애도 글·인형·우유·과자 등 놓여

“나쁜 어른이 꼭 제대로 벌받게 할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테니 넌 더 좋은 곳에서 행복 해야해.”

10일 오전 대전 서구 둔산동 탄방중학교 인근 교차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길가에 국화꽃과 인형, 사탕, 젤리, 과자, 음료들이 한가득 놓여있다. 지난 8일 오후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로 배모양(9)이 사망한 현장에는 꽃다발 등에는 애도와 추모의 글귀가 적혀있다.

“음주운전을 한 사람을 15년 뒤에 꼭 처벌해줄게.” “음주운전 없는 세상 만들게!” “노력해서 이런 일이 없도록 할게. 천국에서는 편하게 지내렴.”

현장에서 만난 대전 한밭초 5학년 최서준군은 “이곳에서 사고로 다친 친구들이 꼭 낫길 바란다고 적었다”며 “하늘나라로 간 친구에게 행복을 빈다”라고 했다. 인근 아파트 거주자 김모씨(40대)는 “‘민식이법’이 생겼어도 음주운전은 끊이질 않는 것 같다”며 “자식과 같은 아이가 하늘나라로 간 것이 남일로 느껴지질 않는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사고 당일 60대 남성 A씨가 운전하던 차량이 도로 경계석을 넘어 인도로 돌진하면서 길을 걷던 배양뿐 아니라 다른 9∼12세 어린이 3명도 다쳤다. 현장에서 체포된 이 남성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배양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 도중 숨졌다.

지난 8일 오후 2시21분쯤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을 침범한 음주운전 차량에 의해 배양(9)이 숨진 사고 현장의 10일 모습. 배양을 애도하는 글귀가 적혀져 있다. 강정의 기자

이날 오전 찾은 배양의 빈소는 유가족들의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어머니(50)는 배양의 오빠(26)와 영안실에서 입관 전 딸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나온 뒤였다. 생전에 딸이 좋아했던 인형을 끌어앉고 빈소로 터벅터벅 걸어 오다 딸과 같은 반 친구의 어머니를 보고는 서로 부둥켜 안고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배양 친구의 어머니는 “항상 밝고 만나면 먼저 인사를 하는 활발한 아이였다”며 “이러한 일이 일어난 게 실감이 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2~3주 전 마지막으로 조카를 봤다던 배양의 삼촌은 “사고 발생 약 4시간 뒤 ‘조카에게 사고가 났다’는 연락을 받았다”라며 “외상센터 앞에 여동생이 서있는 걸 보고 ‘이게 현실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지난 8일 오후 2시21분쯤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을 침범한 음주운전 차량에 의해 배양(9)이 숨진 사고 현장의 10일 모습. 강정의 기자
지난 8일 오후 2시21분쯤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을 침범한 음주운전 차량에 의해 숨진 배양(9)의 10일 빈소 모습. 강정의 기자

대전 둔산경찰서는 지난 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및 위험 운전 치사·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운전자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대전지법은 10일 오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가 도망갈 우려가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A씨는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를 나오면서 “브레이크를 밟으려고 했다”라며 “유가족에게 거듭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및 위험 운전 치사·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A씨(60대)가 10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전 둔산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강정의 기자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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