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갈등에 따른 청부살인…전문가 “코인판 ‘다단계’ 사기죄로 처벌해야”
전문가들 “사기죄 자본시장법 통해 규제필요”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지난달 말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진 납치·살해 사건의 배경에 코인 시세 조종 의혹을 둘러싼 갈등이 자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관련 범죄를 강력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가상자산 관련 법이 없다는 이유로 미뤄오다 결국 청부 살인으로 번진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형법상 사기죄나 자본시장법 등 기존 법을 통해서 신속하게 규제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0일 최화인 금융감독원 블록체인발전포럼 자문위원은 “코인 투자가 활성화된 2017년부터 다단계 피라미드 형태의 가상자산 투자 사기 사건은 줄곧 벌어져 왔다”며 “유사 피해 사례가 접수되면 이를 집중적으로 수사할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가상자산을 둘러싼 ‘다단계 사기’가 수년간 횡행했던 것은 업계에 공공연한 사실이다. 주로 “곧 상장을 한다”며 일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으고 상장 후 ‘가격 펌핑’을 통해 추가 투자자를 유인한 뒤 한꺼번에 팔아치우고 잠적하는 형식이다.
최 위원은 “일반인은 백서만 보고 정확하게 사업을 파악하기 어렵고 (상장 전) 지인을 통해 투자를 하는 형태가 많아 피해가 빈발하고 있다”며 “하지만 피해자들이 경찰에 고소해도 증거 불충분으로 소송이 취하되는 경우가 많다. 경찰서, 법조계를 전전하다 지쳐서 포기한다”고 말했다. 최 위원은 다단계 사기 코인 프로젝트는 현재 논란이 되는 암호화폐의 증권성 여부와도 관련이 없다고 본다. 그는 “사기 코인은 제대로 된 내용 없이 사람을 끌어모으는 것이 비즈니스 모델의 전부”라며 “금융 당국은 암호화폐를 증권으로 볼 수 없어 법적 규제를 할 수 없다고 하지만 본질은 가상자산이 가진 기술적 특이성을 복잡하게 봐, 수사 의지가 없고 인력을 동원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지난 9일 강도 살인 및 사체 유기 등 혐의로 이경우(36), 황대한(36), 연지호(30)를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배후로 지목된 유모(51)씨는 강도살인교사 혐의로 구속된 상태며 유씨의 부인 황모(49)씨 또한 10일 오후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유씨 부부는 피해자 A씨의 권유로 한 코인에 1억원 상당을 투자한 뒤 홍보·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이 코인은 2020년 11월 국내 한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됐다 급등락하면서 이경우를 포함한 투자자들과 A씨, 유씨 부부는 소송 등 갈등을 빚어왔다.
최 위원은 앞으로도 암호화폐 사기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100억원 미만으로 투자를 모으기 때문에 수사 기관 눈에 잘 띄지 않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수사기관의 빠른 개입이 필요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시세 조종 세력은 또 다른 중간 판매책을 고용해 내용을 약간 바꾼 프로젝트를 다시 개시해 반복적으로 사기를 일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기죄가 아닌 자본시장법을 근거로 처벌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법무법인 광야의 예자선 변호사는 “사기죄는 피해자의 피해 금액을 일일히 특정해야 한다. 가상자산은 통장으로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고 거래소, 암호화폐 지갑 등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존 사기죄 수사에 비해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상자산 사기도 사업을 표방해 수익을 기대하게 하는 ‘투자 자금 유치’ 성격을 띄고 있다. 투자 유치의 주체인 사업자를 기준으로 수익을 몰수할 수 있는 ‘자본시장법’을 적용할 수 있다”며 “자본시장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신속하고 효과적이다. 최근 검찰이 루나·테라를 ‘투자계약증권’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블록체인 관련 한 교수는 사기죄, 공정거래법 등 가능한 법을 총동원해 뿌리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코인 사기 피해자들은 코인 프로젝트와 관련된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공정거래법 위반 범죄 피해자”라며 “배후에 있는 시세 조종 세력과 중간 판매책 뿐 아니라 사기성이 짙은 코인을 ‘혁신’이라며 적극적으로 홍보한 이들도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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