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NN "북한 지난해 해킹으로 17억 달러 훔쳤다"

기사내용 요약
한미 해킹 차단 노력은 안보 사안
대규모로 훔쳐내면 일부 빼앗겨도
상당액 건지는 마약거래와 유사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 CNN은 9일(현지 시간) 북한이 암호 화폐 해킹을 통해 막대한 외화를 훔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도 소개했다. 다음은 기사 요약.

지난 1월 북한이 미사일 3발을 발사한 직후 한국 국가정보원 팀과 미국 민간 조사자들이 판교의 한 건물에 모였다.

이들은 몇 달 동안 북한이 미국의 암호 화폐 회사 하모니로부터 훔친 1억 달러를 추적하면서 북한 해커가 훔친 암호 화폐를 달러나 위안으로 환전하기 위해 송금하기를 기다려왔다.

이들은 북한 해커가 이체하려는 순간 불과 몇 분 만에 차단하는데 성공했다. 결국 북한 해커는 1월 말 달러에 페그된 암호 화폐의 일부만 이체하고 계좌를 포기했다. 이들이 미 사법기관에 통지해 압류했다.

이날 차단한 돈은 100만 달러 정도다. 전문가들은 북한 해커가 훔친 1억 달러 중 인출이 차단된 돈을 제외한 나머지를 여전히 북한이 손에 쥐고 있다며 차단 노력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함정 수사 방식으로 이뤄지는 북한 암호 화폐 추적은 이처럼 여러 나라의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 진행된다.

북한 해커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수십 억 달러를 은행과 암호 화폐 회사들로부터 훔쳐냈다. 추적이 활발해지는 만큼 북한의 대응도 정교해지고 있다.

북한의 암호 화폐 도둑질을 차단하는 것은 미국과 한국의 국가 안보 과제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위해 해킹으로 훔치거나 해외 파견 IT 노동자를 통해 벌어 들이는 수입 규모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 올리는 일일 보고에 포함되는 사안이 될 정도다.

지난 7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일 대북 정책 특사 회담에서 발표한 공동성명도 “북한이 정보와 자금 도둑질 및 세탁 활동을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2000년대 말부터 미국과 동맹국은 국제 해역에서 북한이 무기와 석탄 등 제재 대상 물품을 비밀 수출하는 것을 추적해왔다. 이 역시 지금도 지속되고 있지만 현재는 해킹을 막는데 더 큰 힘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에서 북한 해킹 추적을 담당하는 부서는 주로 연방수사국(FBI)과 재무부다. FBI는 지난 1월 하모니에서 북한이 훔친 암호 화폐 1억 달러의 일부를 동결했다고 발표했다.

김씨 일가가 70년 동안 세습하면서 통치해온 북한은 국영회사들이 벌어 들이는 돈으로 체재를 유지해왔다. 하바드 케네디 스쿨 벨퍼센터에서 한국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존 박 연구원이 북한을 ‘북한 주식회사’라고 부르는 이유다.

존 박 연구원은 과거 석탄 등의 밀수출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보다 암호화폐 해킹이 훨씬 손쉽고 벌이도 천문학적으로 많다고 강조했다.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도난된 암호화폐 총액이 38억 달러이며 이중 절반 가까운 17억 달러를 북한 해커들이 훔쳤다. 일부 국가들이 북한의 외화 환전을 지원한다. 미국은 2020년 1억 달러를 세탁해 준 중국인 2명을 기소했다.

국가정보원은 동맹국 및 민간 보안 회사들과 북한의 새로운 해킹 수법을 추적하는 정보 공유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암호 화폐의 출처를 감춰주는 믹싱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미 법무부와 유럽 사법 기관들이 칩 믹서라는 믹싱 서비스를 폐쇄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대규모 암호화폐 회사들로부터 해킹으로 훔쳐낸 돈 7억 달러를 세탁한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하모니로부터 훔친 1억 달러도 이 곳에서 세탁을 시도하다가 차단됐다.

민간 보안회사들은 블록체인 추적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북한이 훔친 암호 화폐가 이동하는 것을 차단하고 사법 당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차단한 돈을 빠르게 압류한다.

지난해 8월에는 미 재무부가 대형 믹싱 서비스인 토네이도 캐시를 제재했다. 북한 해커들이 4억5500 만 달러를 세탁한 곳이다. 네덜란드 사법 당국이 토네이도 캐시의 개발자를 체포했다.

또 북한 해커가 지난 12월 2400만 달러를 신바드라는 믹싱 서비스로 송금한 것이 포착되기도 했다.

체이널리시스와 같은 사이버 보안 회사들은 북한 자금 세탁 관련 비밀 정보를 많이 아는 사법 당국 경력자들을 적극 채용하고 있다.

영국의 보안회사 일립틱도 지난 2월 북한이 하모니에서 훔쳐낸 돈 가운데 140만 달러를 추적해 차단했다. 암호 화폐 거래소인 후오비와 바이낸스에서 이동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추적한 끝에 차단에 성공했다.

엘립틱 공동설립자 톰 로빈슨은 “대규모 마약 거래와 비슷하다. 북한은 돈 일부를 빼앗길 각오를 하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로 빠르게 거래하면 상당액을 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다른 해커들이 훔쳐낸 암호 화폐를 다시 훔쳐내려 시도하기도 했다. 지난 달 영국의 율러 파이낸스에서 2억 달러를 훔친 해커에게 북한 해커가 피싱 이메일을 보냈으나 실패하기도 했다.

2021년까지 FBI에서 북한을 담당한 분석가 닉 칼센은 북한의 해커가 수백 명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대규모로 암호 화폐를 훔쳐 주목을 끄는 한편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 사기)와 같은 수법을 동원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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