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슨·켑카·리드…LIV 골퍼들 약진 속 PGA 자존심 지킨 욘 람
매킬로이 컷오프·우즈 기권한 가운데 'LIV 우승' 저지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노익장'을 과시한 필 미켈슨부터 '메이저 사냥꾼' 브룩스 켑카, '악동' 패트릭 리드(이상 미국)까지. 제87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1800만달러)에서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리브(LIV) 골프 소속 선수들의 약진이 도드라졌다.
하지만 '그린 재킷'의 주인공은 PGA투어 소속의 욘 람(스페인)이었다. 람이 마지막 날 역전극을 이뤄낸 덕에 PGA투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람은 10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7545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3언더파를 추가,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정상에 올랐다.
이번 대회는 PGA투어와 리브 골프가 한 대회에서 맞붙는 세 번째 메이저대회였다. 지난 6월 출범한 리브 골프는 '오일 머니'를 앞세워 PGA투어 소속의 스타 골퍼들을 영입했고 PGA투어는 리브로 이적한 선수들을 징계하며 맞불을 놨다.
그런 가운데 PGA투어가 주최하지 않는 메이저대회에선 리브 소속 선수들의 출전이 허용되면서 양 투어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지난해 6월 US 오픈, 7월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불편한 만남'이 성사됐다.
앞선 두 번의 대결은 모두 PGA투어의 완승이었다. 맷 피츠패트릭(잉글랜드)이 우승한 US 오픈에서 리브 소속 선수들은 한 명도 '톱10'에 오르지 못했다. 디 오픈에선 더스틴 존슨과 브라이슨 디섐보(이상 미국)가 '톱10'에 올랐지만 우승자는 당시까지만 해도 PGA 소속이던 캐머런 스미스(호주)였다.
그리고 8개월만에 다시 성사된 양 투어의 매치가 이번 마스터스였다. 출범 초기와 달리 라인업을 제대로 갖춘 리브 골프가 반격에 나서면서 앞선 두 번과는 다른 양상이 전개됐다.
켑카가 초반부터 치고 나갔다. 큰 대회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 '메이저 사냥꾼'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그답게 1라운드부터 선두에 나섰다. 2라운드부터는 단독선두 자리를 꿰찼고 3라운드를 마쳤을 때까지도 리더보드 최상단은 그의 몫이었다.
PGA투어로서는 리브 소속 선수가 '그린 재킷'을 입는 것은 최악의 그림이었다. 돈보다 자존심, 골프 실력과 명예를 강조하던 그들이기에 4대 메이저대회 중에서도 가장 높은 권위를 자랑하는 마스터스 타이틀을 빼앗기는 것은 커다란 상처가 될 수밖에 없었다.
세계랭킹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인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공동 11위로 '톱10' 진입에 실패했고 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컷도 통과하지 못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간신히 컷을 통과했지만 3라운드 경기 도중 기권을 선언했다. 여기에 리브 선수의 우승까지 나오면 PGA투어는 이번 대회에서 사실상 '완패'를 하는 셈이었다.
그런 PGA의 자존심을 지켜준 것이 람이었다. 3라운드까지 켑카에 두 타차로 뒤졌던 람은 4라운드에서 안정적인 경기력을 펼치며 3오버파로 무너진 켑카를 따돌렸다.
람 개인적으로도 얻은 것이 많다. 그는 세베 바예스테로스(1980·1983년),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1994·1999년), 세르히오 가르시아(2017년)에 이어 스페인인으로 역대 4번째로 마스터스를 제패한 선수가 됐다.
또 올해에만 무려 4승째를 쓸어담으면서 세계랭킹 3위에서 단숨에 두 계단을 뛰어올라 랭킹 1위를 되찾았다. 한 달 여만에 탈환한 세계 '넘버 원'의 자리다.
또 마스터스가 끝난 현지시각 4월9일은 스페인의 골프 전설 바예스테로스의 생일이다. 바예스테로스는 40년전인 1983년 마스터스 우승자다.
람은 "세베의 우승 40주년이자 그의 생일에 우승을 확정지었다는 것은 정말 큰 의미"라며 "그가 위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다. 나를 도와줄 카리스마를 가진 한 사람이 있다면 바로 그 사람일 것"이라고 기뻐했다.
한편 리브 골프는 마스터스를 제패하진 못했지만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 켑카는 3라운드까지 선두를 지켜냈고 미켈슨은 마지막 날에만 7언더파를 몰아치며 켑카와 함께 공동 준우승을 차지했다.
만 52세10개월의 나이인 미켈슨은 1961년 만 51세11개월의 나이로 공동 5위에 올랐던 지미 디마렛(미국)의 기록을 넘어 마스터스 역대 최고령 '톱5'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리드 역시 공동 4위에 오르는 등 '톱5' 내 3명의 이름을 올린 리브 골퍼들은 5월 PGA 챔피언십에서 다시 한번 반격을 노린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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