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생 첫AS'천가람"(조)소현언니,제가 맛난거 사드릴게요!"

전영지 2023. 4. 1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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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을 넣어준 (조)소현언니에게 제가 맛난 걸 사드리고 싶어요."

'2002년생 윙어' 천가람(21·화천KSPO)은 당찼다. 지난 7일 여자축구대표팀과 잠비아의 첫 평가전(5대2승), 전반 '철벽 수비수' 임선주(33·인천 현대제철)가 부상으로 쓰러진 직후, 위기상황에서 콜린 벨 감독의 선택은 천가람이었다. '윙어' 추효주를 스리백 수비로 내리고, 그 자리에 천가람을 투입했다. 어수선한 교체 타이밍에 실점하며 1-2로 밀린 상황, 천가람은 신인답지 않게 대담했다. 후반 포백 전환 후엔 오른쪽 윙어로 뛰며 날선 크로스와 돌파, 킬패스로 수차례 공간과 찬스를 창출했다. 후반 39분 문전을 향한 부드러운 땅볼 크로스, 베테랑 조소현(35·토트넘 위민)이 침착하게 깔아찬 슈팅이 골망을 갈랐다. '2022년 KFA 영플레이어''WK리그 드래프트 1순위' 천가람이 A매치 3경기 만에 기록한 첫 공격 포인트. 멀티골을 기록한 조소현은 "가람이를 향해 '올려!'라고 소리쳤다. 가람이가 깜짝 놀랐을 텐데, 크로스를 잘 올려줬다. 둘이 함께 뛰어본 건 처음이지만 가람이는 절 믿고 뛰었고, 전 가람이의 장점을 살려주려 노력했다"며 '14살 차' 선후배의 눈빛 호흡을 설명했다. '(조)소현언니에게 뭘 사달라고 할 거냐'라는 흔한 농담에 천가람이 답했다. "첫 공격포인트니까, 골을 잘 넣어준 언니에게 제가 사드리고 싶어요."

조소현이 7일 잠비아전 추가골 후 어시스트를 기록한 천가람과 기뻐하고 있다<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충남 천안 출신 천가람은 대한민국 여자축구가 기대하는 차세대 공격수다. 단거리 육상선수 출신으로 충남도 대표로 소년체전에 뽑혀나갈 만큼 빨랐다. 천안 성거초 5학년 때 오빠 따라 남자팀 '홍일점' 선수로 축구를 시작했고, 이후 연령별 대표팀을 거쳐, 지난해 황인선 감독이 이끌던 코스타리카 20세 이하 여자월드컵 대표팀에서 팬들의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저돌적인 돌파와 유려한 드리블로 '천메시'라는 별명도 얻었다.

지난해 8월 첫 A대표팀에 소집됐고, 11월 15일 뉴질랜드과의 평가전(1대1무)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 2월 아놀드클라크컵 소집훈련 중 울산서 만난 천가람은 "처음 A대표팀에 발탁됐을 땐 배우려고만 했는데 이제 조금은 적응이 됐다. 지금부턴 경쟁해야 한다"고 했었다. 7월 호주·뉴질랜드여자월드컵은 '스물한 살' 그녀에게 가장 가깝고 또렷한 목표다. 위기는 기회다. 지소연, 최유리, 강채림, 이민아 등 핵심 공격수들이 부상으로 줄줄이 빠진 시기, 천가람은 천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박은선 다섯번째 골에 선수들이 다함께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기뻐하는 모습, 왼쪽부터 김혜리 이금민 천가람 조소현 박은선<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박은선 다섯번째 골<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모든 것을 후회없이 다 쏟아낸 후 휘슬이 울릴 때의 짜릿함"이 축구의 진정한 매력이라는 그녀는 전반 왼쪽, 후반 오른쪽을 오가며 마지막 휘슬까지 죽을 힘을 다해 달렸다. 후반 추가시간 돌아온 박은선이 터뜨린 짜릿한 쐐기골도 시작점은 천가람이었다. 오른쪽의 천가람이 센스 있게 이금민에게 볼을 흘렸고 이금민의 킬패스를 박은선이 놓치지 않으며 9년 만의 골을 기록했다. 난생 처음 발 맞춰본 조소현, 박은선 등 언니들과의 눈부신 '케미'에 대해 "감독님도 미팅 때 늘 말씀하신다. 경기장에서 나이는 없다"고 또렷하게 말했다. "어린 선수도 언니들에게 지시할 수 있고, 언니들도 동생들 말에 귀를 기울인다. 공을 발밑으로 보낼지 공간으로 보낼지 서로 소통이 잘됐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어수선한 시점에 갑작스럽게 들어가게 됐지만 자신 있게 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언니들이 자신있게 하라고 말해주고 감독님도 기회를 주셔서 꼭 보답하고 싶었고, 그래서 더 열심히 뛰었다"고 했다. 꿈꿔왔던 첫 공격 포인트 후 첫 월드컵을 향한 천가람의 목표는 더 또렷해졌다. "11일 두 번째 잠비아전에선 팀적인 실수를 좀더 보완해서 무실점 경기를 하고 싶다. 월드컵에 가서도 어떤 팀을 상대로 하든 우리 플레이를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눈을 빛냈다.

2022 KFA영플레이어상 천가람. 사진제공=KFA
지소연과 천가람. 사진제공=KFA

벨 감독이 부임 초기부터 '고강도'와 함께 강조해온 "나이는 없다"는 팀 철학이 아름다운 조화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벨 감독은 2000년생 추효주를 믿고 쓰며 전천후 에이스로 성장시켰고, 지난해 7년 만에 '86년생' 박은선을 불러들였고, 지난해 20세 이하 월드컵 이후엔 천가람, 배예빈, 장유빈, 이은영 등 어린 선수들을 대표팀에 뽑아올려 담금질 했다. 신구 조화에 대한 질문에 벨 감독은 "우리팀엔 천가람 배예빈 장유빈이은영같은 어린 선수들이 있고, 지소연, 조소현, 김혜리, 윤영글, 김정미같은 실력도 뛰어나고 인격적으로 좋은 베테랑 선수들이 있다. 어린 선수들은 이런 선수들을 통해 배우고, 나이가 많은 선수들은 어린 선수들과의 조화를 이끌려 노력한다. 그런 부분이 운동장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며 흐뭇해 했다. "나이는 중요치 않다. 경기력이 중요하다"는 소신을 거듭 밝혔다.

한편 7일 잠비아와의 첫 경기에서 5대2 역전드라마를 쓴 대한민국 여자축구 대표팀은 11일 오후 7시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두 번째 평가전을 갖는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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